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화웨이가 중국 금융시장에서 채권을 발행해 60억위안(약 1조원)을 조달하기로 했다. 자금이 충분한 화웨이가 미·중 무역전쟁이 길어질 것에 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는 최근 중국은행간시장거래협회에 각각 30억위안 규모의 채권 두 종류를 올해 안에 발행하겠다고 신청했다. 두 채권의 만기는 모두 3년이다. 구체적인 발행 날짜와 금리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는 2017년 3월 이후 채권을 발행하지 않았다. 중국 금융시장에서의 채권 발행은 1988년 회사 설립 이후 처음이다. 시장에선 화웨이의 채권 발행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이 많다. 화웨이의 현금 보유액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화웨이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2479억3100만위안(약 41조8000억원)에 달한다. 최근 3년간 통계를 봐도 화웨이는 현금성 자산 규모를 매년 1000억위안 이상으로 유지해왔다.

화웨이는 채권 발행 이유로 자금조달 창구 및 사업구조 다각화와 재무 안정성 제고 등을 들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갈수록 미국의 압박이 거세질 것에 대비해 미리 자금을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보고 있다. 사업 혹한기에 대비하거나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미국 정부가 지난 5월 화웨이와 그 계열사 68곳을 미국 기업과의 거래제한 명단(블랙리스트)에 올렸지만 화웨이는 올해 상반기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매출은 4013억위안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3.2% 늘었고 순이익률은 약 8.7%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엔 미국의 제재에 따른 충격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분기 화웨이의 매출 증가율은 39%를 기록했지만 미국의 제재가 본격 시작된 2분기엔 성장률이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은 미국의 제재가 지속되면 향후 2년간 매출이 300억달러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