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자율주행용 AI칩으로 엔비디아·인텔·구글 따라잡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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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
삼성 베테랑·KAIST 박사 등
20여명 뭉쳐 AI 반도체 도전
삼성 베테랑·KAIST 박사 등
20여명 뭉쳐 AI 반도체 도전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차려서 인공지능(AI) 시스템반도체를 만들겠다고? 농담이지?”
2017년 삼성전자 연구원이던 백준호, 김한준 씨가 창업 계획을 밝혔을 때 돌아온 반응이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공룡들이 주도하고 있는 시스템반도체 시장에 맨몸으로 부딪치겠다는 말과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AMD,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설계를 해온 이들은 AI 반도체가 대세라고 확신했다. 이듬해 대기업의 안정감을 넘어 새롭게 도전해 보자는 제안에 삼성전자, 퀄컴, AMD 출신 반도체 전문가와 KAIST 박사 등 20여 명이 합류했다. 신경망처리장치(NPU)를 제작하는 국내 유일의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 스타트업 ‘퓨리오사AI’의 시작이다.
“스타트업도 해볼 만한 시장”
퓨리오사AI는 데이터센터와 자율주행 서버용 AI 반도체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엔비디아, 인텔, 구글 등 글로벌 공룡들이 이끌고 있는 분야다. 한국 반도체산업은 메모리반도체에 집중돼 있다. 논리와 연산, 제어 등 복잡한 데이터 처리가 필요한 비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한국 점유율은 3% 선에 불과하다.
AI 반도체는 비메모리반도체 중에서도 난도가 높은 영역으로 꼽힌다. AI 인프라에서 두뇌 역할을 해야 하는 부품이기 때문이다. 이 칩 안에는 100억~200억 개의 트랜지스터가 각각 독립적으로 움직인다. 이들이 서로 호흡을 맞춰 AI 알고리즘 설계도를 만든다.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대부분 AI칩은 대량의 데이터를 학습해 일정한 알고리즘을 구축하는 ‘트레이닝’ 단계에 머물고 있다. 그다음 단계가 ‘추론’이다. 축적된 정보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기능을 칩 하나에 담았다는 얘기다. 자율주행차를 연상하면 이해가 쉽다. 돌발 상황에서 차의 속도를 줄일지, 완전히 멈출지를 결정한다. 이 칩은 아직 연구실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스라엘 스타트업 하바나랩스가 시제품을 내놓은 정도다. 퓨리오사AI의 목표 역시 추론 단계 칩이다. 내년 중 시제품을 내놓고 글로벌 업체들과의 경쟁에 뛰어들 계획이다.
상대적으로 수월한 사물인터넷(IoT)에 도전하라는 조언도 많았다. 하지만 백준호 대표는 “AI칩은 오히려 스타트업에 해볼 만한 판”이라고 강조했다. 소수정예의 인원이 빠르게 판단하고 움직이는 스타트업에 더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인텔이 주도하는 중앙처리장치(CPU)에 도전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데이터센터, 자율 주행은 이전에 없던 영역”이라며 “엔비디아, 구글과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AI칩 국가대표로 꼽혀
AI칩으로 성공하려면 효용성과 범용성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 특정 앱(응용프로그램)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면 가격은 낮출 수 있지만 범용성이 떨어진다. 반대로 다양한 앱에 적용할 수 있는 칩은 비쌀 수밖에 없다. 퓨리오사AI는 가격이 합리적이면서도 범용성을 갖춘 칩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 회사는 다음달 열리는 글로벌 AI 벤치마크 ‘MLperf’에 참석한다. AI칩의 성능을 겨루는 ‘기술 올림픽’ 성격의 행사다. 이미지 분류, 목표물 탐지 등을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느냐를 평가한다. 한국에서는 삼성과 퓨리오사AI 두 곳만 초청받았다. 전체 15개 참가사 가운데 스타트업은 퓨리오사AI를 포함해 세 곳뿐이다.
퓨리오사AI의 사명은 영화 ‘매드맥스’ 주인공 이름에서 따왔다. 온갖 고난을 이겨내고 새로운 세계를 여는 인물이다. 백 대표는 “한국에서 AI칩을 개발한다는 것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보일 수 있지만 우리의 도전 자체가 한국 반도체 생태계에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2017년 삼성전자 연구원이던 백준호, 김한준 씨가 창업 계획을 밝혔을 때 돌아온 반응이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공룡들이 주도하고 있는 시스템반도체 시장에 맨몸으로 부딪치겠다는 말과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AMD,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설계를 해온 이들은 AI 반도체가 대세라고 확신했다. 이듬해 대기업의 안정감을 넘어 새롭게 도전해 보자는 제안에 삼성전자, 퀄컴, AMD 출신 반도체 전문가와 KAIST 박사 등 20여 명이 합류했다. 신경망처리장치(NPU)를 제작하는 국내 유일의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 스타트업 ‘퓨리오사AI’의 시작이다.
“스타트업도 해볼 만한 시장”
퓨리오사AI는 데이터센터와 자율주행 서버용 AI 반도체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엔비디아, 인텔, 구글 등 글로벌 공룡들이 이끌고 있는 분야다. 한국 반도체산업은 메모리반도체에 집중돼 있다. 논리와 연산, 제어 등 복잡한 데이터 처리가 필요한 비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한국 점유율은 3% 선에 불과하다.
AI 반도체는 비메모리반도체 중에서도 난도가 높은 영역으로 꼽힌다. AI 인프라에서 두뇌 역할을 해야 하는 부품이기 때문이다. 이 칩 안에는 100억~200억 개의 트랜지스터가 각각 독립적으로 움직인다. 이들이 서로 호흡을 맞춰 AI 알고리즘 설계도를 만든다.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대부분 AI칩은 대량의 데이터를 학습해 일정한 알고리즘을 구축하는 ‘트레이닝’ 단계에 머물고 있다. 그다음 단계가 ‘추론’이다. 축적된 정보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기능을 칩 하나에 담았다는 얘기다. 자율주행차를 연상하면 이해가 쉽다. 돌발 상황에서 차의 속도를 줄일지, 완전히 멈출지를 결정한다. 이 칩은 아직 연구실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스라엘 스타트업 하바나랩스가 시제품을 내놓은 정도다. 퓨리오사AI의 목표 역시 추론 단계 칩이다. 내년 중 시제품을 내놓고 글로벌 업체들과의 경쟁에 뛰어들 계획이다.
상대적으로 수월한 사물인터넷(IoT)에 도전하라는 조언도 많았다. 하지만 백준호 대표는 “AI칩은 오히려 스타트업에 해볼 만한 판”이라고 강조했다. 소수정예의 인원이 빠르게 판단하고 움직이는 스타트업에 더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인텔이 주도하는 중앙처리장치(CPU)에 도전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데이터센터, 자율 주행은 이전에 없던 영역”이라며 “엔비디아, 구글과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AI칩 국가대표로 꼽혀
AI칩으로 성공하려면 효용성과 범용성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 특정 앱(응용프로그램)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면 가격은 낮출 수 있지만 범용성이 떨어진다. 반대로 다양한 앱에 적용할 수 있는 칩은 비쌀 수밖에 없다. 퓨리오사AI는 가격이 합리적이면서도 범용성을 갖춘 칩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 회사는 다음달 열리는 글로벌 AI 벤치마크 ‘MLperf’에 참석한다. AI칩의 성능을 겨루는 ‘기술 올림픽’ 성격의 행사다. 이미지 분류, 목표물 탐지 등을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느냐를 평가한다. 한국에서는 삼성과 퓨리오사AI 두 곳만 초청받았다. 전체 15개 참가사 가운데 스타트업은 퓨리오사AI를 포함해 세 곳뿐이다.
퓨리오사AI의 사명은 영화 ‘매드맥스’ 주인공 이름에서 따왔다. 온갖 고난을 이겨내고 새로운 세계를 여는 인물이다. 백 대표는 “한국에서 AI칩을 개발한다는 것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보일 수 있지만 우리의 도전 자체가 한국 반도체 생태계에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