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에 걸쳐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 화학·철강·조선업종은 대표적인 경기순환(시클리컬·cyclical) 업종으로 꼽힌다. 미·중 무역전쟁 등에 따른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로 경기순환주들은 올해 내내 부진한 흐름이 이어졌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변화의 기운이 감지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완화 가능성, 글로벌 주요국의 잇단 금리인하 등에 힘입어 반등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장기간 이어진 조정으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매력이 커진 것도 매력 포인트로 꼽힌다.
'조선·화학·철강' 반등…경기순환株 바닥 찍었나
반등하는 화학株

1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롯데케미칼은 6000원(2.46%) 오른 24만9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6일 장중 20만7500원으로 1년 내 최저가를 기록한 롯데케미칼은 이후 반등에 성공해 이날까지 20.24% 상승했다.

대부분의 매출이 정통 화학사업에서 나오는 롯데케미칼은 증시에서 화학업황을 가장 잘 반영하는 종목으로 꼽힌다. 한화케미칼(이달 상승률 6.93%) 대한유화(12.39%) 등도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화학주들은 글로벌 수요 둔화로 주요 제품의 스프레드(제품가격-생산비용)가 축소되면서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 하지만 9월 들어 중국이 내수부양 정책 기조를 확고히 하고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실무협상 재개가 확정되면서 대외 리스크(위험)가 완화되는 국면으로 전환됐다. 어려운 업황 속에서도 꾸준히 영업이익을 올리면서 저력을 보여준 게 반등기에 빛을 발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줄곧 하향조정 추세가 이어졌던 주요 화학주에 대한 증권업계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최근 들어 반전하는 분위기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 달 전 1조3200억원이었던 롯데케미칼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최근 1조3209억원으로 소폭 올랐다.

롯데케미칼과 대한유화의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주당순자산)은 각각 0.5배, 0.4배로 역사적 저점 수준이다. 전우제 흥국증권 연구원은 “주요 제품의 마진이 최악의 수준으로 축소됐는데도 주요 화학주들의 영업이익 규모는 유지되고 있다”며 “밸류에이션 매력도 크다”고 설명했다.

떠오른 조선주, 예열하는 철강주

또 다른 경기순환주인 조선주와 철강주도 화학주와 비슷한 시기에 반등을 시작했다. 이달 반등폭은 화학주에 비해 크다. 조선·철강업종 내 ‘대장’인 한국조선해양포스코는 이달 들어 각각 13.63%, 12.79% 상승했다.

조선주는 액화천연가스(LNG)선을 중심으로 선박 수주 호황이 이어지고 있다. 철강주는 화학주와 비슷하게 중국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와 저평가 매력이 호재로 작용했다. 대우조선해양의 16일 기준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5134억원으로 3개월 전(3570억원)에 비해 43.8% 올랐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 철강 구매관리자지수(PMI)가 8월을 바닥으로 9~10월 철강 수요 회복이 기대되고 있다”며 “4분기에는 중국산 철강 공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한국 철강사들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의 12개월 선행 PBR은 0.4배. 현대제철동국제강은 각각 0.2배, 0.3배로 사상 최저 수준이다.

5G→반도체→造·化·鐵?

올해 증시에선 증시 전체를 이끌어나가는 뚜렷한 주도주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나마 외국인투자자, 기관투자가들의 ‘타깃’이 된 업종으로는 5세대(5G) 이동통신 관련 장비·부품주와 반도체주 정도가 꼽힌다.

이 가운데 반도체주엔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다. 반면 기관의 ‘러브콜’이 잇따랐던 5G주는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지면서 투자수요가 주춤해졌다. 증권업계 일각에선 기관투자수요 중 일부가 경기순환주로 이동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기관은 이달 들어 롯데케미칼(635억원 순매수·유가증권 6위) 한국조선해양(629억원·7위) 삼성중공업(500억원·11위) 포스코(483억원·12위) 등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