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석유 생산설비 가동 중단 소식에도 국내 정유사 주가가 16일 일제히 상승세를 나타냈다. 유가 상승이 단기간에 그치면 정유사들의 3분기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 결과다. 투자자들의 예상과 달리 유가 상승세가 장기화될 경우 정유사에 부담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은 각각 4500원(2.67%), 2300원(2.31%) 오른 17만3000원과 10만2000원에 마감했다. GS그룹 지주회사로 손자회사인 GS칼텍스 실적 비중이 높은 GS도 1450원(2.95%) 상승한 5만600원에 장을 마쳤다.

“아람코의 생산차질은 두바이유 수입 비중이 높은 아시아 정유사들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도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 상승이 단기에 그칠 경우 휘발유 등 석유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정유사 실적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싼값에 사 놓은 원유에 평가이익이 발생하는 것도 정유주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사우디는 3개월간의 공급차질을 해소할 수 있는 1만8800만 배럴의 원유재고량을 확보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원유 생산량을 끌어올릴 수도 있다. 미국도 즉각 전략비축유(SPR) 방출을 언급했다. 이로 인해 증권업계에선 이번 테러로 인한 공급차질이 단기간에 그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번 사태와 별개로 2020년부터 시행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고유황 선박유 규제와 중국의 내수경기 부양정책에 따른 수요 확대 기대는 연말까지 정유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싱가포르 선박유 시장에선 3분기 들어 마진이 큰 저유황유 판매 비중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다만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이 지속되면서 유가 상승세가 장기화되면 정유사들이 악영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원재료 비용이 늘어나면서 정제마진(석유제품 가격-생산비용)이 축소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윤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사우디 등이 재고물량 방출을 통해 공급을 늘리더라도 투기수요가 급증하면 당분간 유가 급등을 막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