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사우디 공격한 배후는 정말 이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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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금융시장에서는 갑자기 혼란스러운 상황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제 지표가 예상외로 나아지고,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희망이 살아나던 와중에 갑자기 사우디 석유시설에 대한 공격이 발생해 미·이란 전쟁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16일 뉴욕 금융시장에선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커지면서 다우 지수가 142.7포인트(0.52%) 하락했고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다시 1.8%대로 떨어졌습니다. 또 안전자산인 금과 엔화 등이 모두 강세를 보였습니다.
이번 공격은 매우 중요한 타이밍에 이뤄졌습니다.
유엔총회에 맞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이란 로하니 대통령의 '조건없는' 회담설이 나도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슈퍼매파'인 존 볼튼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해고했습니다. 프랑스 등 유럽은 그동안 이란핵합의를 살리기 위해 배후에서 미이란 회담 준비를 위해 뛰어왔습니다. 볼튼 해고로 양국간 화해 가능성은 점점 높아져왔습니다.
이럴 때 이번 공격이 터지자 양국 화해가 아니라 회동 가능성까지 희박해졌습니다.
가장 헛갈리는 건 누가 사우디를 공격했는가 입니다. 예멘의 후티 반군은 자신들이 공격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은 이란을 배후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란 정부는 이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월가에서는 공격의 배후를 둘러싸고 여러 설이 나돌고 있습니다. 핵심은 사우디 석유시설에 대한 공격으로 누가 이익을 보는 지 따져보는 것이겠지요.
가장 많이 나도는 설은 이란 내 강경파와 미국 딥스테이트(Deep State)의 합작론입니다. 이란내 매파인 혁명수비대 등이 공격을 하고, CIA 등은 이를 미리 알고도 묵인했거나 혹은 공격을 부추겼다는 시나리오입니다.
이란의 혁명수비대는 이란내 '온건파'로 꼽히는 로하니 대통령의 지휘를 받지않고 독자적으로 움직입니다. 미국과 이란이 화해할 경우 정치적 입지가 애매해질 수 있습니다.
이는 미국 딥스테이트도 마찬가지입니다. 워싱턴 정치권 출신이 아닌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CIA, FBI 등 딥스테이트 핵심들을 멀리해왔습니다. 거기에 볼튼의 해임으로 딥스테이트는 더 영향력을 잃을 처지에 처했습니다.
이번 공격으로 이란과의 딜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전쟁이 벌어진다면 군산복합체로 상징되는 딥스테이트는 영향력을 확보하고 무기를 많이 팔 수 있게됩니다. 실제 이날 뉴욕 증시에서는 에너지 주식과 함께 방산업체 주가가 급등했습니다.
또 다른 설은 첫번째 설과는 관점이 완전히 다릅니다. 이번 공격이 이란과의 딜을 위한 미국 정부의 사전 설계라는 시각입니다.
이란과 딜을 한다면 유가는 폭락할 겁니다. 협상은 원유 수출 제재를 풀겠다는 얘기이기 때문입니다.
이란의 제재 이전 하루 원유 산출량은 400만배럴 수준이었습니다. 미국의 제재로 최근 하루 수출량이 50만배럴 이하까지 떨어진 가운데 제제가 해제된다면? 유가는 폭락하면서 에너지 산업 비중이 커진 미국의 경제도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안그래도 유가 하락으로 미국 셰일 업계는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최근 텍사스 지역엔 난립했던 중소 셰일업체들이 줄줄이 파산하면서 오일 시추기 수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잘 보면 이번에 사우디에서 가동이 중단된 유전과 탈황설비의 하루 처리 규모는 370만배럴(200만배럴 규모는 16일 가동 재개 예정)로 이란의 제재가 해제되면 세계 원유시장에 흘러나올 산유량과 비슷합니다.
딜에 대비에 미리 세계 원유시장 공급량을 줄여놓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중동 위기는 미 중앙은행(Fed)이 금리 인하를 하도록 압박하는 요인도 될 수 있습니다.
사우디 입장에선 주요 석유설비 가동이 중단돼 당장은 손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기업공개(IPO)를 앞둔 입장에서 이번에 누적된 원유 재고를 대거 처리하고 '지정학적 리스크'를 기반으로 유가를 상승 추세로 되돌릴 수 있다면 회사 가치를 더 인정받을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사우디의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는 카쇼끄지 암살 사태로 인해 아직도 미국에 코가 꿰어있는 상황입니다.
그동안 후티 반군이 쏜 미사일을 대부분 격추했던 사우디가 이번에 핵심 석유시설을 무방비로 뚫린 데에 대해서도 의문이 있습니다.
미국은 이란을 공격자로 몰아가고 있고 중동의 위기는 고조되고 있습니다. 사태는 어떻게 진행될까요. 당분간 세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미국의 경제 지표가 예상외로 나아지고,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희망이 살아나던 와중에 갑자기 사우디 석유시설에 대한 공격이 발생해 미·이란 전쟁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16일 뉴욕 금융시장에선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커지면서 다우 지수가 142.7포인트(0.52%) 하락했고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다시 1.8%대로 떨어졌습니다. 또 안전자산인 금과 엔화 등이 모두 강세를 보였습니다.
이번 공격은 매우 중요한 타이밍에 이뤄졌습니다.
유엔총회에 맞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이란 로하니 대통령의 '조건없는' 회담설이 나도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슈퍼매파'인 존 볼튼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해고했습니다. 프랑스 등 유럽은 그동안 이란핵합의를 살리기 위해 배후에서 미이란 회담 준비를 위해 뛰어왔습니다. 볼튼 해고로 양국간 화해 가능성은 점점 높아져왔습니다.
이럴 때 이번 공격이 터지자 양국 화해가 아니라 회동 가능성까지 희박해졌습니다.
가장 헛갈리는 건 누가 사우디를 공격했는가 입니다. 예멘의 후티 반군은 자신들이 공격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은 이란을 배후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란 정부는 이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월가에서는 공격의 배후를 둘러싸고 여러 설이 나돌고 있습니다. 핵심은 사우디 석유시설에 대한 공격으로 누가 이익을 보는 지 따져보는 것이겠지요.
가장 많이 나도는 설은 이란 내 강경파와 미국 딥스테이트(Deep State)의 합작론입니다. 이란내 매파인 혁명수비대 등이 공격을 하고, CIA 등은 이를 미리 알고도 묵인했거나 혹은 공격을 부추겼다는 시나리오입니다.
이란의 혁명수비대는 이란내 '온건파'로 꼽히는 로하니 대통령의 지휘를 받지않고 독자적으로 움직입니다. 미국과 이란이 화해할 경우 정치적 입지가 애매해질 수 있습니다.
이는 미국 딥스테이트도 마찬가지입니다. 워싱턴 정치권 출신이 아닌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CIA, FBI 등 딥스테이트 핵심들을 멀리해왔습니다. 거기에 볼튼의 해임으로 딥스테이트는 더 영향력을 잃을 처지에 처했습니다.
이번 공격으로 이란과의 딜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전쟁이 벌어진다면 군산복합체로 상징되는 딥스테이트는 영향력을 확보하고 무기를 많이 팔 수 있게됩니다. 실제 이날 뉴욕 증시에서는 에너지 주식과 함께 방산업체 주가가 급등했습니다.
또 다른 설은 첫번째 설과는 관점이 완전히 다릅니다. 이번 공격이 이란과의 딜을 위한 미국 정부의 사전 설계라는 시각입니다.
이란과 딜을 한다면 유가는 폭락할 겁니다. 협상은 원유 수출 제재를 풀겠다는 얘기이기 때문입니다.
이란의 제재 이전 하루 원유 산출량은 400만배럴 수준이었습니다. 미국의 제재로 최근 하루 수출량이 50만배럴 이하까지 떨어진 가운데 제제가 해제된다면? 유가는 폭락하면서 에너지 산업 비중이 커진 미국의 경제도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안그래도 유가 하락으로 미국 셰일 업계는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최근 텍사스 지역엔 난립했던 중소 셰일업체들이 줄줄이 파산하면서 오일 시추기 수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잘 보면 이번에 사우디에서 가동이 중단된 유전과 탈황설비의 하루 처리 규모는 370만배럴(200만배럴 규모는 16일 가동 재개 예정)로 이란의 제재가 해제되면 세계 원유시장에 흘러나올 산유량과 비슷합니다.
딜에 대비에 미리 세계 원유시장 공급량을 줄여놓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중동 위기는 미 중앙은행(Fed)이 금리 인하를 하도록 압박하는 요인도 될 수 있습니다.
사우디 입장에선 주요 석유설비 가동이 중단돼 당장은 손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기업공개(IPO)를 앞둔 입장에서 이번에 누적된 원유 재고를 대거 처리하고 '지정학적 리스크'를 기반으로 유가를 상승 추세로 되돌릴 수 있다면 회사 가치를 더 인정받을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사우디의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는 카쇼끄지 암살 사태로 인해 아직도 미국에 코가 꿰어있는 상황입니다.
그동안 후티 반군이 쏜 미사일을 대부분 격추했던 사우디가 이번에 핵심 석유시설을 무방비로 뚫린 데에 대해서도 의문이 있습니다.
미국은 이란을 공격자로 몰아가고 있고 중동의 위기는 고조되고 있습니다. 사태는 어떻게 진행될까요. 당분간 세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