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9' 전시장에서 LG전자와 삼성전자의 8K TV를 나란히 배치해 관람객들이 화질을 직접 비교할 수 있게끔 했다. / 사진=김은지 기자
LG전자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9' 전시장에서 LG전자와 삼성전자의 8K TV를 나란히 배치해 관람객들이 화질을 직접 비교할 수 있게끔 했다. / 사진=김은지 기자
가전 라이벌 LG전자와 삼성전자가 8K(총 3300만개 화소 이상 수퍼 울트라 고화질 디스플레이) TV 주도권을 놓고 제대로 붙었다.

포문을 연 것은 LG전자.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가전전시회 ‘IFA 2019’에서 삼성전자 간판 QLED 8K TV 화질이 떨어진다며 ‘선전포고’ 했다. 화질 선명도(CM)가 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ICDM) 기준에 미달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삼성 QLED TV를 겨냥해 “진짜(Real) 8K가 아니다”라고까지 했다.

LG전자가 단단히 별렀다. QLED TV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아닌 기술력에서 떨어지는 액정표시장치(LCD) TV일 뿐이란 취지의 광고를 시작했다. 국내에 돌아와서 한층 공격 수위를 높였다. 17일 오전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기술 설명회를 연 이유다. LG전자 관계자는 “IFA에서 말로 설명한 ‘기술적 차이’를 눈으로 보여주는 자리”라고 귀띔했다.

업계는 LG전자의 이번 공세가 치밀하게 준비된 것이라고 봤다. 삼성 QLED TV가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며 격차를 벌리자 LG OLED TV의 기술적 우수성을 내세워 판을 흔드는 시도란 설명이다.

QLED TV 약진을 삼성전자의 마케팅 성과로 보는 시각에 대해서도 LG전자는 ‘정직한 마케팅’을 해야 한다며 각을 세우고 있다. QLED TV라는 명명 자체가 마치 OLED의 일종인 것처럼 소비자에게 혼동을 준다는 게 LG전자의 일관된 주장이다.

그러자 IFA 현장에선 “1위 헐뜯기다. 신경 쓰지 않는다”며 직접 대응을 피했던 삼성전자도 맞불을 놓았다. LG전자 8K 기술설명회 직후인 이날 오후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에서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개발팀 용석우 상무가 참석한 가운데 ‘8K 화질 설명회’를 연다.

삼성전자는 이 자리에서 LG전자 공세의 근거인 CM이 8K TV의 정확한 기준이라 보긴 어렵다며 직접 화질을 비교하는 시연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세게 맞붙은 것은 8K TV를 글로벌 TV 시장 패권을 좌우하는 변곡점으로 판단, 주도권 쟁탈전에 돌입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칼을 갈아온 LG전자가 공세 수위를 높이자 삼성전자도 가만히 있어선 안 된다고 판단한 듯하다. 삼성전자가 IFA에서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건 내부적으로 대응 방향을 정하기 위한 시간 벌기 측면도 있었던 것 같다”며 “확전 모드로 바뀐 만큼 신경전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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