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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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범죄인 인도법안(일명 송환법) 반대 시위가 장기화돼서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홍콩 신용등급 전망을 강등했다.

1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홍콩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신용등급 자체는 기존 등급인 'Aa2'를 유지했다.

무디스는 신용등급 전망 강등에 대해 "(시위로 인한) 대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경제의 매끄러운 운영이 무너질 위험이 커졌고, 글로벌 경제·금융 중심으로서 홍콩의 매력이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국제신용평가회사 피치도 지난 6일 홍콩의 장기신용등급(IDR)을 'AA+'에서 'AA'로 1계단 내리고 등급 전망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떨어뜨렸다.

폴 찬 홍콩 재무장관은 이를 근거 없는 강등이라고 비판했지만 홍콩 경제는 소매, 관광, 항공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침체 조짐이 뚜렷하다.

홍콩 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홍콩 방문 관광객 수는 작년 동기 대비 40% 급감해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대유행 후 최악을 기록했다.

시위대의 반중국 성향이 뚜렷해지자 중국 본토 관광객들이 홍콩 관광을 기피해 10월 1일 건국절 전후의 5일 연휴 특수도 누리기 어려워졌다. 지난해 골든 위크 기간에 홍콩을 찾은 중국 본토 관광객 수는 120만 명에 달했다.

홍콩 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홍콩의 소매 매출도 작년 동기 대비 13% 급감했다. 송환법 반대 시위가 자주 벌어지는 코즈웨이베이, 침사추이, 몽콕 등의 소매 매출 급감이 심각한 상황이다. 시위대는 홍콩 정부에 타격을 주기 위해 소비를 자제하자는 운동도 펼치고 있다.

시위 장기화는 항공업계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홍콩항공은 시위 사태를 우려한 고객들의 예약 취소가 수천 건에 달해 어쩔 수 없이 운항하는 여객편의 수를 7% 줄인다고 밝혔다. 홍콩항공은 이미 종업원 무급휴가, 근무시간 감축 등을 시행하고 있다.

홍콩 최대 항공사인 캐세이퍼시픽은 지난달 홍콩행 여객기를 이용한 고객 수가 작년 동기 대비 38% 급감하자 여객편 감축에 이어 신규 채용 동결, 비용 절감 등에 나서기로 했다.

캐세이퍼시픽 자회사인 캐세이드래곤도 여객편 감축에 나섰다. 호주 콴타스항공은 홍콩으로 향하는 관광객 수가 크게 줄어들자 홍콩행 여객기를 기존 여객기보다 작은 기종으로 바꿨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