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돼지 전염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경기도 파주시의 한 양돈농장에서 포클레인으로 살처분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돼지 흑사병'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 질병은 바이러스성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치사율이 100%에 달하는 등 치명적이나 아직 예방백신이 개발되지 않았다. 사람에게는 전염되지는 않는다. [사진=연합뉴스]
17일 돼지 전염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경기도 파주시의 한 양돈농장에서 포클레인으로 살처분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돼지 흑사병'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 질병은 바이러스성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치사율이 100%에 달하는 등 치명적이나 아직 예방백신이 개발되지 않았다. 사람에게는 전염되지는 않는다. [사진=연합뉴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아시아를 강타하면서 전세계적으로 돈육값이 들썩이고 있다.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경우 육류시장 공급사슬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6일(현지시간) 현재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12월 인도분 돼지고기 가격은 파운드당 70.675센트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12월 31일 종가인 파운드당 62.425센트보다 13.22% 상승한 가격이다. 작년 같은 시기의 파운드당 60.4센트와 비교할 때도 17.01% 오른 상황이다.

이 같은 가격 변화의 원인으로는 중국에서 창궐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지목되고 있다. 주요 돈육 소비국인 중국은 작년 8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한 진원으로서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중국 농업부에 따르면 아프리카돼지열병 여파로 올해 8월 중국의 돼지 수는 작년 동기보다 39% 감소했다. 이는 전염에 따른 폐사뿐만 아니라 확산 방지를 위한 대규모 살처분 때문으로 발병 후 최대 감소 폭으로 기록됐다. 중국은 공급부족 때문에 올해 8월 돼지고기 가격이 전년 동기보다 47% 올라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주변 아시아 국가들도 이미 아프리카돼지열병에 신음하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올해 2월 첫 발병에 이어 전역이 강타당하면서 이달 초까지 돼지 470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사육 돼지의 수도 작년 12월보다 18.5% 줄어들어 공급 부족 사태가 예상된다.

북한도 전국 단위의 방역을 진행하고 있다고 올해 6월 12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한 바 있고 몽골, 캄보디아, 라오스, 필리핀 등에서도 발병 사실이 잇따라 전해지고 있다. 한국도 17일 경기도 파주에서 폐사한 돼지로부터 발병을 확진한 뒤 살처분을 비롯한 비상체계에 들어갔다.

아시아 국가들은 돼지고기의 주요 소비국이기 때문에 돈육 가격 변화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1인당 연간 돈육 소비량은 유럽연합(35.5㎏), 중국(30.4㎏), 한국(30.1㎏), 베트남(29.7㎏) 순이었다.

원자재 시장에서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글로벌 식품시장을 흔들 수도 있는 변수로 주목하고 있고 보험업체들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의 파괴력을 고려해 축산농가의 리스크를 줄일 상품을 내놓고 있다.

독일 정부는 축산농가가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에 대비해 의무 보험을 들도록 하는 제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덴마크에서는 농민들이 아프리카돼지열병에 대비한 보험을 자체적으로 설립했고 영국 농민들도 비슷한 절차를 밟고 있다.

스페인도 농민들이 공공보험이 적용되는 재난 목록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을 올려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공급부족에 따른 글로벌 돈육가격의 상승이 지속되는 가운데 2018년 현재 1인당 연간 돼지고기 소비량은 유럽연합(35.5㎏), 중국(30.4㎏)에 이어 한국(30.1㎏)이 세계 3위로 나타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 캡처]
공급부족에 따른 글로벌 돈육가격의 상승이 지속되는 가운데 2018년 현재 1인당 연간 돼지고기 소비량은 유럽연합(35.5㎏), 중국(30.4㎏)에 이어 한국(30.1㎏)이 세계 3위로 나타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 캡처]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