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청해대' 지정 후 '금단의 섬', 문 대통령 대선때 개방 공약
'연리지 정원' 등 숲속·해안 탐방로 1시간 30여분 간 관광

"파도 소리와 바람 소리 외에는 인공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저도에 처음 도착한 한 관광객은 이렇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대통령 휴양지인 경남 거제시의 섬 저도가 17일 '금단(禁斷)의 섬' 꼬리표를 47년 만에 뗐다.

1972년 박정희 대통령 시절 대통령 별장인 '청해대'로 지정된 후 섬 주민들이 떠나고 국방부 허락 없이 발을 들일 수 없었던 저도의 문이 열렸다.

저도 시범 개방 첫날인 이날 거제시 장목면 궁농항을 출발한 유람선은 시속 9노트의 속도로 20분 만에 저도에 닿았다.

유람선 선장은 "너울이 세서 조금 배를 천천히 몰았다"고 말했다.

관광객 200여명이 첫 저도 방문의 행운을 잡았다.

[르포] 대통령의 섬에서 모두의 섬으로…첫 관광객 맞은 저도
미리 대기 중이던 거제시 안전요원들은 "신비의 섬 저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란 함성과 함께 박수로 관광객들을 맞이했다.

저도는 예로부터 해송과 동백이 무성했던 섬이다.

대통령과 군인을 제외한 일반인 출입이 50년 가까이 금지되다 보니 식생이 잘 보전됐다.

곳곳에서 수십년생 아름드리 해송이 그늘을 만들어 관광객들을 반겼다.

김미춘 저도 문화관광해설사는 "저도는 소나무, 동백, 후박나무 등 자연식생과 인공적으로 가꾼 조경이 조화된 곳이다"고 말했다.

[르포] 대통령의 섬에서 모두의 섬으로…첫 관광객 맞은 저도
관광객들은 문화관광해설사 안내로 7월 30일 저도를 방문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걸었던 길을 일부 답사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때 저도 개방을 공약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추갑철 경남과기대 교수의 인솔로 해안가 탐방로를 중심으로 1.3㎞ 남짓한 산책길을 걸었다.

관광객들은 숲속, 해안가 탐방로를 걸으며 저도 곳곳을 둘러봤다.

거가대교가 손에 잡힐 듯 보이는 전망대, 이번 개방에 발맞춰 '연리지 정원'으로 이름이 바뀐 골프장 등 대통령 별장과 군사시설을 제외한 곳에서 자유롭게 사진을 찍었다.

[르포] 대통령의 섬에서 모두의 섬으로…첫 관광객 맞은 저도
울산시 중구 학성동 새마을금고 회원 80여명과 저도를 찾은 한삼수(68) 씨는 "대통령 별장이 있는 섬을 개방한다기에 멀리서까지 왔다"며 "섬이 온통 푸르고 공기도 좋아 참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1시간 30분 정도 머문 관광객들은 다시 유람선을 타고 뭍으로 향했다.

대통령 별장으로 지정되기 전 저도 마지막 주민이던 윤연순(83) 할머니는 1남 6녀 중 3녀를 데리고 궁농항에서 열린 저도 개방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저도 바로 맞은 편 장목면 유호리 하유마을에 사는 윤 할머니는 "좋아요, 좋아요"를 연발했다.

윤 할머니는 저도를 떠난 후에도 저도에 가끔 들어가 군 골프장에서 잡초를 뽑는 일을 하는 등 인연을 이어갔다.

윤 할머니 가족들은 "47년 전 삶의 터전이었던 저도에서 무작정 떠밀려 뭍으로 가야 했다"며 "저도 개방이 우리 가족들에게 뭔가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르포] 대통령의 섬에서 모두의 섬으로…첫 관광객 맞은 저도
이날 시범 개방을 시작으로 관광객들은 월·목요일을 뺀 주 5일 저도를 둘러볼 수 있다.

오전 10시 20분, 오후 2시 20분 하루 두차례 저도행 유람선이 뜬다.

하루 방문 인원은 오전·오후 300명씩 600명이다.

입도는 무료지만, 왕복 유람선 비는 인터넷 예약 기준으로 성인 1명당 1만8천원(거제시민 할인 1만5천원)이다.

행정안전부와 국방부 등은 1년간의 시범 개방이 끝나면 운영성과 등을 분석·평가해 단계적으로 전면개방을 추진할 방침이다
변광용 거제시장은 "저도 개방은 거제시민의 숙원이었다"며 "앞으로 편의·테마시설을 잘 갖춘 남해안 최고 관광명소로 만들어 모든 국민이 저도의 아름다움을 즐기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저도 유람선 출발지인 궁농항으로 향하는 도로에는 "문재인 대통령님, 고맙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곳곳에 걸렸다.

[르포] 대통령의 섬에서 모두의 섬으로…첫 관광객 맞은 저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