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가 뭉개지고 화면이 깨지는 현상이 발생한다.”(LG TV 화질에 대한 삼성전자 직원의 평가)

“휘도(밝기)가 현저히 떨어지고 안개가 낀 듯 답답한 느낌이다.”(삼성 TV 화질에 대한 LG전자 직원의 평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17일 상대편 초고해상도(8K) TV의 화질을 깎아내리며 기술력 공방을 벌였다. 지난 6~11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 가전전시회 ‘IFA 2019’에서 벌인 8K TV 화질 관련 신경전이 국내에서 다시 이어진 것이다. 업계에선 ‘8K 기술 주도권 확보’가 글로벌 TV 시장 선점에 필수적이라고 판단한 두 회사가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포문을 연 것은 LG전자다. 이 회사는 이날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기술설명회를 열고 삼성 QLED 8K TV의 화질과 ‘QLED’ 브랜드명에 대해 공격했다. LG전자 관계자는 별이 보이는 우주 영상을 QLED 8K TV와 OLED 4K TV에서 동시에 재생한 뒤 “삼성 TV는 별빛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원인에 대해선 “화질 선명도(CM)가 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ICDM) 기준인 50%에 크게 미달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화질 선명도는 흰색과 검은색이 얼마나 잘 구별되는지를 나타내는 비율로, 100에 가까울수록 선명하다는 의미다. QLED란 브랜드명에 대해서도 ‘퀀텀닷(QD) 필름을 추가한 LCD TV일 뿐 진짜 QLED TV가 아니다’고 혹평했다.

그동안 대응을 자제했던 삼성전자도 반격에 나섰다. 이날 오후 서울 우면동 서울 R&D캠퍼스에서 ‘8K 화질 설명회’를 열고 LG전자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삼성전자는 LG전자가 공격 대상으로 삼은 화질 선명도에 대해 “8K 기술을 판단하는 결정적인 잣대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화질 선명도는 1927년 발표된 개념으로 초고해상도 컬러디스플레이를 평가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며 “다양한 평가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LG 제품의 8K 콘텐츠 재생 능력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삼성전자는 LG TV에서 8K 동영상을 재생한 뒤 글씨가 뭉개지거나 화면이 깨지는 모습을 공개했다. 삼성 관계자는 “(LG전자가) 화질을 결정하는 여러 요소 중 신호처리 능력에 대한 준비를 덜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황정수/고재연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