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은행이 미얀마에 소액대출을 전문으로 하는 현지법인을 세웠다. 수협은행이 해외에서 사업을 벌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시장만 바라보던 전략을 바꿔 미얀마를 시작으로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글로벌 해양수산 전문은행’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다.
이동빈 수협은행장(왼쪽 다섯 번째)과 우마웅마웅윈 미얀마 기획재정부 부장관(네 번째), 이명섭 수협 마이크로파이낸스 미얀마 법인장(두 번째) 등이 지난 16일 미얀마 네피도에서 ‘수협 마이크로 파이낸스 미얀마’ 법인 출범 기념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수협은행 제공
이동빈 수협은행장(왼쪽 다섯 번째)과 우마웅마웅윈 미얀마 기획재정부 부장관(네 번째), 이명섭 수협 마이크로파이낸스 미얀마 법인장(두 번째) 등이 지난 16일 미얀마 네피도에서 ‘수협 마이크로 파이낸스 미얀마’ 법인 출범 기념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수협은행 제공
해외로 사업 영토 확장

수협은행은 지난 16일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 ‘수협 마이크로 파이낸스 미얀마’라는 이름의 소액대출법인을 출범시켰다고 17일 발표했다. 이 법인을 통해 저소득층과 영세 기업을 대상으로 소규모 대출과 예금 등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수협은행이 수협중앙회 신용사업 부문에 속해 있던 시절까지 감안하면 1962년 수협중앙회 창립 이후 57년 만의 해외 진출이다. 수협은행은 2016년 12월 수협중앙회에서 분리된 뒤 꾸준히 독립적인 사업 체계를 구축했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선 포화된 국내 시장을 넘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게 주요 경영진의 판단이었다.

수협은행은 미얀마에서 소액대출 사업으로 기반을 닦은 뒤 본격적으로 해양수산금융에 나설 계획이다. 미얀마는 2000㎞에 달하는 해안선이 있는 데다 수산자원이 풍부한 것으로 유명하다. 국내에서 쌓은 해양수산금융 노하우를 활용하기에 좋은 여건이라고 수협은행은 판단했다. 향후 수협중앙회와 손잡고 해안지역으로 영업력을 확대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동빈 수협은행장은 “차별화된 수산금융 서비스로 승부를 걸 것”이라며 “미얀마 수산 및 어업인에게 필요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선박대출까지 사업 범위를 넓히겠다”고 말했다.

미얀마로 몰리는 국내 금융사

수협은행이 더해지면서 미얀마에 진출한 국내 금융사는 10곳으로 늘어났다. 신한·국민·KEB하나·우리·농협·기업·산업·수출입·부산·대구은행 등 9곳이 127개 네트워크를 보유 중이다.

미얀마에 진출하는 한국 금융사가 늘어나는 것은 성장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미얀마는 15세 이상 인구의 은행 계좌 보유율이 22%에 불과하다. 그만큼 금융산업이 낙후돼 있어 금리가 월 10~15% 수준인 사금융시장을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곳 금융사의 순이익마진은 5% 안팎으로 국내의 2~3배 이상이다. 특히 소액대출업의 순이익마진은 10%가 넘는 것으로 분석됐다.

새로 확보할 수 있는 고객군이 많다는 것도 매력 요소로 꼽힌다. 미얀마는 5200만 명의 인구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넓은 국토, 자원 등 여러 성장 동력을 바탕으로 연간 평균 경제성장률이 5~7%로 높은 편이다.

수협은행은 올해를 기점으로 해외 사업에 본격 뛰어들 계획이다. 이 행장은 “미얀마를 시작으로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에도 진출할 계획”이라며 “다른 은행에 비해 해외 진출이 늦은 만큼 더욱 고삐를 조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얀마 현지 고객의 성향을 최대한 반영하는 맞춤형 영업 전략을 짜겠다”고 덧붙였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