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열병 유입경로 못찾아 방역 '혼선'…"1주일이 최대 고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파주서 ASF 국내 첫 발생
돼지열병 감염경로 '오리무중'
돼지고기값은 벌써 급등
돼지열병 감염경로 '오리무중'
돼지고기값은 벌써 급등
“결국 올 것이 왔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17일 국내에서도 발병한 것으로 확인되자 양돈업계와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연 7조원 규모의 국내 최대 축산업인 양돈업 붕괴를 막기 위해 강력하고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국적인 확산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돼지고기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외식업계와 식품업계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감염경로는 확인 못해
정부는 ASF 확산 방지를 위해 앞으로 1주일 동안 ASF가 발생한 경기도에서 다른 시·도로 돼지를 반출하는 것을 금지하기로 했다. ASF가 통상 4~7일 잠복기를 거친 뒤 발현하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또 이날 ASF가 발생한 경기 파주 농장의 돼지 4700마리를 살처분한 데 이어 전국 6300개 양돈 농가를 대상으로 ASF 의심 증상이 있는지 조사를 시작했다. 외교부와 국토교통부, 관세청은 ASF 바이러스를 보유한 육가공품의 국내 반입을 막기 위해 ASF 발생국에서 들어오는 여객기 및 선박에 대한 검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아직 감염경로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는 게 대책의 맹점이다. ASF의 감염경로는 크게 두 가지다. 사람이 먹다 남긴 음식물로 전염됐을 가능성과 감염된 멧돼지 등이 중국과 북한을 거쳐 넘어와 옮겼을 가능성 등이다. 이날 경기 연천에서 4732두를 기르는 한 돼지농장이 추가로 ASF 의심 신고를 하면서 추가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확진 여부는 18일 오전께 나올 예정이다. 강력한 대응 필요
감염경로를 파악하지 못한 만큼 더 강력한 초기 대응이 필요하다고 양돈업계는 지적했다. 양돈업계 관계자는 “잔반 사료나 해외에서 반입한 음식물이 원인이었는지, 감염된 돼지의 물리적인 이동이 원인인지 파악해야 확실한 방역 대책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발생 농장 주변 3㎞ 이내에 19개 농가가 있다. 총 1만8380마리의 돼지를 사육 중이다. 정부는 주변 3개 농가 약 4700마리를 살처분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양돈 농가들의 지적이다. ASF의 잠복기가 최장 19일에 달하고, 추석 전후로 각종 출하 차량의 이동이 잦았을 것이라는 이유로 반경 3㎞ 내 농가의 돼지를 모두 살처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충북에서 돼지를 사육하는 B농장 관계자는 “감염 농가가 주변에 비육장(울타리를 치고 야외에서 기르는 농장)을 두 곳 운영하고 있어 이 농장과 연관된 도축장과 사료 및 분변 차량의 동선 등을 모두 파악해 점검하고 모든 이동을 금지하는 등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잔반 사료 금지에 정부가 미온적이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는 ASF가 발병한 17일 오후에서야 ‘돼지에게 잔반을 주는 것을 전면 금지한다’는 대책을 서둘러 발표했다.
경매가격 급등…金돼지 될까
시장은 요동쳤다. 이날 경매 시장에서 돼지고기 가격은 전날보다 33% 오른 ㎏당 6058원에 거래됐다. 가격은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보는 전문가가 많다. 조기에 진정되지 않으면 불안심리가 확산돼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7일 오전 6시30분부터 48시간 동안 돼지 출하와 이동이 금지돼 경매는 중단되지만 시중에 풀려 있는 돼지고기 소매 가격은 변동성이 커졌다.
세계 돼지고기의 절반 이상을 소비하는 중국은 ASF 발병 1년 만에 돼지사육두수와 어미돼지 수가 약 40% 이상 줄며 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 위축과 과잉 공급으로 현재 국내에는 돼지고기 재고가 많지만 장기적으로 국산과 수입 돼지고기 모두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날 주식시장에서는 돼지고기 대체재인 닭고기 관련주인 하림과 마니커 등이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지바이오, 선진 등의 주가도 올랐다.
외식업계 ‘초긴장’…기업들도 주시
식품업계와 외식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ASF의 확산을 막지 못하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돼지고기를 주 메뉴로 하는 고깃집과 각종 외식업체, 식품 제조회사들은 냉동 돼지고기 물량 확보에 나섰다. 이들은 ASF의 발병을 예상하고 5~6개월 정도는 버틸 만큼 재고를 쌓아둔 대기업들과는 처지가 다르다. 자칫 사태가 장기화되면 엄청나게 높은 값에 돼지를 사와 판매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돈 농가들은 소비 위축을 걱정하고 있다. 하태식 대한한돈협회장은 “철저한 확산 방지와 함께 막연한 소비 기피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계자들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보라/오상헌 기자 destinybr@hankyung.com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17일 국내에서도 발병한 것으로 확인되자 양돈업계와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연 7조원 규모의 국내 최대 축산업인 양돈업 붕괴를 막기 위해 강력하고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국적인 확산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돼지고기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외식업계와 식품업계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감염경로는 확인 못해
정부는 ASF 확산 방지를 위해 앞으로 1주일 동안 ASF가 발생한 경기도에서 다른 시·도로 돼지를 반출하는 것을 금지하기로 했다. ASF가 통상 4~7일 잠복기를 거친 뒤 발현하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또 이날 ASF가 발생한 경기 파주 농장의 돼지 4700마리를 살처분한 데 이어 전국 6300개 양돈 농가를 대상으로 ASF 의심 증상이 있는지 조사를 시작했다. 외교부와 국토교통부, 관세청은 ASF 바이러스를 보유한 육가공품의 국내 반입을 막기 위해 ASF 발생국에서 들어오는 여객기 및 선박에 대한 검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아직 감염경로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는 게 대책의 맹점이다. ASF의 감염경로는 크게 두 가지다. 사람이 먹다 남긴 음식물로 전염됐을 가능성과 감염된 멧돼지 등이 중국과 북한을 거쳐 넘어와 옮겼을 가능성 등이다. 이날 경기 연천에서 4732두를 기르는 한 돼지농장이 추가로 ASF 의심 신고를 하면서 추가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확진 여부는 18일 오전께 나올 예정이다. 강력한 대응 필요
감염경로를 파악하지 못한 만큼 더 강력한 초기 대응이 필요하다고 양돈업계는 지적했다. 양돈업계 관계자는 “잔반 사료나 해외에서 반입한 음식물이 원인이었는지, 감염된 돼지의 물리적인 이동이 원인인지 파악해야 확실한 방역 대책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발생 농장 주변 3㎞ 이내에 19개 농가가 있다. 총 1만8380마리의 돼지를 사육 중이다. 정부는 주변 3개 농가 약 4700마리를 살처분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양돈 농가들의 지적이다. ASF의 잠복기가 최장 19일에 달하고, 추석 전후로 각종 출하 차량의 이동이 잦았을 것이라는 이유로 반경 3㎞ 내 농가의 돼지를 모두 살처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충북에서 돼지를 사육하는 B농장 관계자는 “감염 농가가 주변에 비육장(울타리를 치고 야외에서 기르는 농장)을 두 곳 운영하고 있어 이 농장과 연관된 도축장과 사료 및 분변 차량의 동선 등을 모두 파악해 점검하고 모든 이동을 금지하는 등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잔반 사료 금지에 정부가 미온적이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는 ASF가 발병한 17일 오후에서야 ‘돼지에게 잔반을 주는 것을 전면 금지한다’는 대책을 서둘러 발표했다.
경매가격 급등…金돼지 될까
시장은 요동쳤다. 이날 경매 시장에서 돼지고기 가격은 전날보다 33% 오른 ㎏당 6058원에 거래됐다. 가격은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보는 전문가가 많다. 조기에 진정되지 않으면 불안심리가 확산돼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7일 오전 6시30분부터 48시간 동안 돼지 출하와 이동이 금지돼 경매는 중단되지만 시중에 풀려 있는 돼지고기 소매 가격은 변동성이 커졌다.
세계 돼지고기의 절반 이상을 소비하는 중국은 ASF 발병 1년 만에 돼지사육두수와 어미돼지 수가 약 40% 이상 줄며 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 위축과 과잉 공급으로 현재 국내에는 돼지고기 재고가 많지만 장기적으로 국산과 수입 돼지고기 모두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날 주식시장에서는 돼지고기 대체재인 닭고기 관련주인 하림과 마니커 등이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지바이오, 선진 등의 주가도 올랐다.
외식업계 ‘초긴장’…기업들도 주시
식품업계와 외식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ASF의 확산을 막지 못하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돼지고기를 주 메뉴로 하는 고깃집과 각종 외식업체, 식품 제조회사들은 냉동 돼지고기 물량 확보에 나섰다. 이들은 ASF의 발병을 예상하고 5~6개월 정도는 버틸 만큼 재고를 쌓아둔 대기업들과는 처지가 다르다. 자칫 사태가 장기화되면 엄청나게 높은 값에 돼지를 사와 판매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돈 농가들은 소비 위축을 걱정하고 있다. 하태식 대한한돈협회장은 “철저한 확산 방지와 함께 막연한 소비 기피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계자들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보라/오상헌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