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매파 만족-'새로운 핵 합의' 개인적 열망 사이에서 혼란상"
"장전 완료됐다" 발언 하루뒤 "전쟁 원하지 않는다" 오락가락
"트럼프, 이란 대응 놓고 강공·협상 사이에서 이중적 모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시설에 대한 공격을 이란의 소행으로 의심하는 가운데 그 대응을 놓고 상반된 입장 사이에서 이중적 모습을 보인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큰 위협을 가하는 방안과 핵 협상을 통해 합의를 이루려는 열망 사이에서 이중적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가 매파 성향 공화당 지지자들과 동맹국인 이스라엘, 사우디를 만족시키고자 이란에 맞서는 정치적 명령과, 외국에서 벌어진 일에 대한 개입을 꺼리고 이란과의 핵 합의를 이루려는 자신의 정치적 본능 사이에서 진퇴양난에 빠졌다는 것이다.

WP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모순은 트럼프의 시각에서 일정한 논리를 담고 있지만, 또한 트럼프 외교정책 의사결정의 부정확성과 혼란을 더욱 도드라지게 한다"고 지적했다.

WP는 트럼프의 불확실한 입장은 미국이 중동에서 직면한 다른 모든 외교 정책 과제를 복잡하게 만들고 이스라엘을 불안하게 만들었으며 미 행정부의 대표적 이란 매파인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을 몰아내는 데 영향을 끼쳤다고 부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에 대한 이중적 접근법은 미국이 2015년 맺은 핵 합의(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에서 벗어나 새로운 제재를 통해 매파를 만족시키는 동시에 '트럼프 표' 합의를 위해 이란을 협상의 테이블로 나오도록 만들 수 있다는 전제에 따른 것이라고 WP는 설명했다.

WP는 그러나 이처럼 이중적 충동을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해 가진 변함없는 입장은 "그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유산보다 더 잘하고 싶어한다"는 것이라고 전·현직 관리들이 말했다고 전했다.

이는 오바마가 하지 못했던 더 강인한 태도로 강력한 적(이란)을 대적하겠다는 욕망에서 비롯됐으며 전임자보다 더 어려운 흥정을 끌어낼 수 있다는 트럼프의 생각에서 나온 것이라고 WP는 설명했다.

한편 CNN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 피격 이후 "범인이 누군지 안다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다"며 "우리는 검증(결과)에 따라 장전 완료된 상태"라고 말하며 군사 대응 검토도 불사할 듯한 강성 발언을 내놓은 것과 관련, "사실 군사적 타격 위협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꼬집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트윗에서 이런 언급을 했지만 전날 기자들과 만나서는 "나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다.

나는 누구와도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으며 완화된 입장을 취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누구보다 준비돼 있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