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국내 반영까지 2∼3주 시차…10월초 이후 반영될듯
올라도 한은 올해 예상치에 미달…추가 상승 우려는 남아
국제유가 급등에도 9월 물가 마이너스 지속 가능성
사우디아라비아 유전 피격 사태로 국제유가가 올랐지만 물가는 지난달에 이어 9월에도 마이너스(-) 상승률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제상품시장에서 16일 기준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64.03달러로 전장 대비 5.88달러(10.11%) 상승했다.

사우디 사태로 국제유가가 하루 새 급등해 우려를 낳고 있지만, 한은이 지난 7월 올해 경제 전망을 내놓으면서 전제했던 올해 유가 수준 평균치(배럴당 66달러)에 아직 못 미치는 수준이다.

작년 이맘때쯤 국제유가와 비교해도 여전히 10달러 이상 낮은 가격이다.

작년 7월 말 배럴당 72.6달러였던 두바이유 가격은 그해 9월 말 배럴당 80달러로 뛰었다.

작년 두바이유 월평균 가격은 8월이 배럴당 72.49달러, 9월이 77.23달러, 10월이 79.39달러로 9∼10월이 8월보다 높았다.

9∼10월 물가지수 산출 시 작년의 고유가가 여전히 기저효과로 작용해 물가상승률을 낮출 것으로 풀이되는 지점이다.
국제유가 급등에도 9월 물가 마이너스 지속 가능성
가격 수준과 별개로 사우디 유전 피격에 따른 유가 급등이 당장 9월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국제 유가가 적어도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 유가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상승한 유가가 10월 초를 전후한 때에야 국내 휘발유 가격에 반영될 수 있는 구조다.

유가 외 농산물 등 다른 물가 항목 역시 9월 중 마이너스 상승률을 예고하고 있다.

작년 8월 신선식품지수는 폭염 여파로 직전 달보다 18.2% 올랐고, 9월에도 9.3%나 상승했다.

반면 올해는 농산물 가격이 안정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사우디 사태로 유가가 급등했음에도 8월에 이어 9월 소비자물가도 마이너스를 보일 가능성이 농후한 셈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소비자물가가 한두 달 또는 두세 달 정도는 마이너스를 나타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앞서 발표된 올해 8월 소비자 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0.04% 하락해 1965년 통계집계 후 첫 사실상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다만 사우디 피격 이후 중동 지역 지정학적 위기가 더욱 고조될 수 있는 점은 10월 이후 물가 전망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골드만삭스는 공급차질 기간이 1주일에 그칠 경우 유가가 3∼5달러 정도 오르는 영향에 그치겠지만, 차질 기간이 6주를 넘어설 경우 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75달러(16일 종가 기준 69.02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우디의 보복성 공격으로 중동 지역 갈등이 심화할 경우 유가는 배럴당 80달러 이상으로 상승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로선 생산시설이 언제 회복될지 알 수 없다"면서도 "사우디의 중요 시설이 공격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유가에 위험 프리미엄이 붙으며 국제유가가 당분간 오름세를 보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국제유가 급등에도 9월 물가 마이너스 지속 가능성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