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0% 오르면 성장률 0.1∼0.2%p↓"…채산성·소비심리 악화 탓

사우디아라비아의 최대 원유시설이 공격받으면서 유가 상승이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주목된다.

유가가 급등할 경우, 기업의 생산비용이 오르고 세계 경기가 둔화해 한국 성장률도 나빠진다는 게 국내 연구기관과 정책기관의 분석이다.

18일 국내 경제연구기관 등에 따르면 유가상승은 국내총생산(GDP)에 시차를 두고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경제연구원이 2017년 12월에 발표한 '국제유가 상승의 한국 경제 파급 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분기 평균 배럴당 53.9달러에서 70달러로 오를 경우 1년 후 한국 실질 GDP가 0.59%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WTI 가격이 60달러까지 오를 경우 0.22%, 80달러까지 치솟을 때는 0.96% 줄어든다고 봤다.

원유 공급이 줄어 가격이 오르면, 기업들의 채산성이 나빠지고 투자·소비심리가 악화하기 때문이다.

또 주요국 제조 원가가 상승해 글로벌 성장세가 둔화하고, 이에 따라 한국 제품에 대한 수요도 준다.

그간 하락세였던 국제유가는 사우디 피격 여파로 60달러 선을 넘었다.

13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배럴당 54.85달러에 거래를 마친 WTI는 16일 14.7% 뛴 62.9달러에 마감했다.

골드만삭스는 사우디 사태로 6주 이상 원유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브렌트유 가격이 75달러 이상으로 뛴다고 봤다.

유가가 단기간에 급등한데다 중동 리스크가 당분간 이어진다면 성장률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우디 원유 생산시설 복구에 차질이 생겨 유가가 오른다면 한국 성장률은 기존 전망치보다 낮아질 것"이라며 "기업 생산비용이 올라 투자가 줄어드는 데다 가계의 소비심리도 나빠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우디 사태 우리경제엔 어떤 영향?…"유가 오르면 성장률 하락"
한국은행도 비슷한 연구결과를 내놨었다.

한은이 지난 2016년 발표한 '유가 DSGE(동태확률 일반균형) 모형 구축 및 유가 변동의 경제적 영향 분석' 보고서를 보면 원유공급 충격으로 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GDP 성장률이 첫해에 0.1%포인트, 이듬해에 0.24%포인트 각각 하락했다.

이처럼 중동발 리스크가 중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하방 압력이 될 뿐만 아니라, 석유·화학업계는 당장 채산성 악화를 겪게 될 수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해 5월 '국제유가 변동이 산업별 물가에 미치는 영향 분석' 자료에서 원유 수입가격이 10% 상승하면 국내 산업 생산비용이 0.57% 늘어난다고 봤다.

특히 석유제품의 생산비용이 7.44%, 육상운송 1.11%, 화학제품은 1.01% 오른다고 밝혔다.

원유 의존도가 높은 산업부터 생산비 상승, 수익성 악화를 겪을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경험적으로 봤을 때 고유가 시기 성장률이 항상 나쁘게 나온 것은 아니었다.

'아랍의 봄' 이후 산유국 정세 불안에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국제유가는 100달러를 넘나들었으나 한국 조선업계는 해양플랜트 시장 덕에 큰 이득을 봤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전 세계 성장률은 2012년 2.5%, 2013년 2.7%, 2014년 2.8%였다.

한국은 2012년에 2.4%였으나 2013년과 2014년 각각 3.2% 성장률을 올렸다.

그러나 이런 호재를 다시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성장세 둔화 속에 미중 갈등, 중동 확전 우려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의 투자심리가 나빠졌기 때문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가격상승에 석유화학업계가 일시적으로 이득을 볼 수는 있겠으나 공급 충격에 따른 유가 상승인 만큼 장기화할 경우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 사태 우리경제엔 어떤 영향?…"유가 오르면 성장률 하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