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중국에 벼랑 끝까지 몰렸다"…삼성·LG TV 전쟁의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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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분기 북미서 中 TCL에 1위 자리 빼앗겨
"LCD TV, 팔수록 적자…프리미엄으로 가야"
삼성 QLED vs LG OLED 세력간 주도권 다툼
"LCD TV, 팔수록 적자…프리미엄으로 가야"
삼성 QLED vs LG OLED 세력간 주도권 다툼
지난 17일 삼성전자와 LG전자 간 '8K TV'를 둘러싼 정면충돌은 단순히 가전 라이벌 간 이전투구로 치부할 수 없다. 이면에는 중국발(發) 위기감이 자리했다. 글로벌 저가 TV 시장을 중국 업체들에 잠식당해 200만원이 넘는 '프리미엄 TV 시장'만이 유일하게 남은 먹거리라는 판단이다.
18일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중국 TCL은 올 1분기 북미 시장에서 TV 판매대수 기준 점유율 26.2%로 삼성전자(21.8%)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북미는 단일 지역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큰 TV 시장이라 글로벌 TV 점유율 변화 추세를 볼 수 있는 곳으로 꼽힌다.
전세계 시장에서도 올 1분기 삼성전자와 LG전자 판매량은 모두 하락세인 반면 TCL과 중국 샤오미의 판매량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3%와 94% 증가했다. 이미 국내 업체들과 유사한 수준의 액정표시장치(LCD) 기술력을 보유한 중국 업체들이 '가격 후려치기'로 판매 물량을 대폭 늘린 영향이다.
연간으로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줄곧 TV 시장에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던 삼성전자는 지난해 판매대수 기준 4% 역성장했다. 글로벌 TV 시장 점유율(수량 기준)도 20% 밑으로 떨어졌다. LG전자는 중국 TCL에 2위 자리를 내줬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삼성전자는 점유율 방어를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TV 가격을 낮췄다. 삼성전자는 올 2분기 중국 시장에서 43인치 TV 가격을 2199위안(약 36만원)에 팔았다. TCL의 같은 크기 제품보다 낮은 수준이다. 팔수록 적자지만 점유율 관리가 필요한 삼성전자는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해보겠다"는 입장이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주력인 LG전자는 아예 점유율 방어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원가가 비싸 LCD TV만큼 가격을 내리기 어려워서다.
중국의 LCD 저가 공세가 심각해지자 국내에선 '탈(脫) LCD'가 현실화되고 있다. LG와 삼성의 '8K TV 전쟁'이 벌어진 당일 LG디스플레이는 전격 감원에 들어갔다. 대상은 LCD 생산직이다. 연내에는 LCD 사업 담당 사무직에 대해서도 희망퇴직을 실시할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는 이미 경기도 파주 LCD 생산라인 일부 폐쇄를 진행하면서 LCD 생산 인력을 OLED 생산 라인에 전환 배치해왔다. 하지만 남는 인력이 워낙 많아 희망퇴직에 돌입하게 됐다는 설명. LG디스플레이는 최근 LCD 판가 하락과 글로벌 경쟁 심화로 고강도 비상경영 체제에도 돌입했다.
삼성전자에 TV 패널을 공급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도 지난달 월 9만장을 생산하는 충남 아산의 8.5세대 LCD 생산라인 L8-1 가동을 중단했다. L8-2-1라인은 다음달부터 월 생산량을 3만장가량 줄일 방침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의 저가 물량 공세가 워낙 심해 삼성과 LG의 LCD TV는 몇 년 전부터 팔수록 적자가 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BOE는 LG디스플레이를 제치고 출하량 기준 2017년부터 글로벌 대형 LCD 시장 1위를 기록 중이다.
때문에 국내 업체로선 중국이 아직 기술적으로 도달하지 못한 프리미엄 TV 시장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QLED, LG전자는 OLED가 그 역할을 맡고 있다. 시장 입지가 좁아진 상황에서 각자 기술적 우위를 소비자에 알려 사활이 걸린 프리미엄 TV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게 이번 싸움의 '본질'이다.
현재까진 LCD 기반으로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삼성전자의 QLED TV가 앞서 있다. IHS마킷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QLED와 8K 등을 앞세워 올 2분기 글로벌 TV 시장에서 점유율 31.5%로 2위인 LG전자(16.5%)와의 점유율 차이를 2배 가까이 벌렸다.
삼성전자는 올 2분기에 75인치 이상 대형, 2500달러 이상 고가 TV 시장에서 각각 53.9%와 53.8%의 점유율(금액 기준)로 시장 절반 이상을 가져갔다. QLED가 처음 나온 3년 전 'QLED TV=프리미엄' 공식으로 '고가 전략'을 펴다가 최근 제품 가격을 낮춘 것이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배경이 됐다.
기본적으로 QLED TV 패널은 LCD라 LG전자 OLED TV보다 가격 경쟁력이 있다. 소비자들에게 어필한 대목이다. 올 2분기 글로벌 QLED 판매량은 120만대로 전 분기보다 28만대 늘었다. LG전자와 소니 등이 주도하는 OLED(61만대)와의 차이를 2배 수준까지 벌렸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18일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중국 TCL은 올 1분기 북미 시장에서 TV 판매대수 기준 점유율 26.2%로 삼성전자(21.8%)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북미는 단일 지역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큰 TV 시장이라 글로벌 TV 점유율 변화 추세를 볼 수 있는 곳으로 꼽힌다.
전세계 시장에서도 올 1분기 삼성전자와 LG전자 판매량은 모두 하락세인 반면 TCL과 중국 샤오미의 판매량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3%와 94% 증가했다. 이미 국내 업체들과 유사한 수준의 액정표시장치(LCD) 기술력을 보유한 중국 업체들이 '가격 후려치기'로 판매 물량을 대폭 늘린 영향이다.
연간으로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줄곧 TV 시장에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던 삼성전자는 지난해 판매대수 기준 4% 역성장했다. 글로벌 TV 시장 점유율(수량 기준)도 20% 밑으로 떨어졌다. LG전자는 중국 TCL에 2위 자리를 내줬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삼성전자는 점유율 방어를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TV 가격을 낮췄다. 삼성전자는 올 2분기 중국 시장에서 43인치 TV 가격을 2199위안(약 36만원)에 팔았다. TCL의 같은 크기 제품보다 낮은 수준이다. 팔수록 적자지만 점유율 관리가 필요한 삼성전자는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해보겠다"는 입장이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주력인 LG전자는 아예 점유율 방어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원가가 비싸 LCD TV만큼 가격을 내리기 어려워서다.
중국의 LCD 저가 공세가 심각해지자 국내에선 '탈(脫) LCD'가 현실화되고 있다. LG와 삼성의 '8K TV 전쟁'이 벌어진 당일 LG디스플레이는 전격 감원에 들어갔다. 대상은 LCD 생산직이다. 연내에는 LCD 사업 담당 사무직에 대해서도 희망퇴직을 실시할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는 이미 경기도 파주 LCD 생산라인 일부 폐쇄를 진행하면서 LCD 생산 인력을 OLED 생산 라인에 전환 배치해왔다. 하지만 남는 인력이 워낙 많아 희망퇴직에 돌입하게 됐다는 설명. LG디스플레이는 최근 LCD 판가 하락과 글로벌 경쟁 심화로 고강도 비상경영 체제에도 돌입했다.
삼성전자에 TV 패널을 공급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도 지난달 월 9만장을 생산하는 충남 아산의 8.5세대 LCD 생산라인 L8-1 가동을 중단했다. L8-2-1라인은 다음달부터 월 생산량을 3만장가량 줄일 방침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의 저가 물량 공세가 워낙 심해 삼성과 LG의 LCD TV는 몇 년 전부터 팔수록 적자가 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BOE는 LG디스플레이를 제치고 출하량 기준 2017년부터 글로벌 대형 LCD 시장 1위를 기록 중이다.
때문에 국내 업체로선 중국이 아직 기술적으로 도달하지 못한 프리미엄 TV 시장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QLED, LG전자는 OLED가 그 역할을 맡고 있다. 시장 입지가 좁아진 상황에서 각자 기술적 우위를 소비자에 알려 사활이 걸린 프리미엄 TV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게 이번 싸움의 '본질'이다.
현재까진 LCD 기반으로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삼성전자의 QLED TV가 앞서 있다. IHS마킷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QLED와 8K 등을 앞세워 올 2분기 글로벌 TV 시장에서 점유율 31.5%로 2위인 LG전자(16.5%)와의 점유율 차이를 2배 가까이 벌렸다.
삼성전자는 올 2분기에 75인치 이상 대형, 2500달러 이상 고가 TV 시장에서 각각 53.9%와 53.8%의 점유율(금액 기준)로 시장 절반 이상을 가져갔다. QLED가 처음 나온 3년 전 'QLED TV=프리미엄' 공식으로 '고가 전략'을 펴다가 최근 제품 가격을 낮춘 것이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배경이 됐다.
기본적으로 QLED TV 패널은 LCD라 LG전자 OLED TV보다 가격 경쟁력이 있다. 소비자들에게 어필한 대목이다. 올 2분기 글로벌 QLED 판매량은 120만대로 전 분기보다 28만대 늘었다. LG전자와 소니 등이 주도하는 OLED(61만대)와의 차이를 2배 수준까지 벌렸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