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가 역대 최악인 가운데 현대자동차가 일본에서 자동차 부품 수입을 크게 늘린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월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분야부터 시작된 일본의 수출 규제가 자동차 부품으로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8일 현대차를 비롯한 한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일본 부품업체들로부터 주요 부품 수입을 예정보다 앞당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일본 차 부품업계 관계자들을 인용해 현대차가 복수의 일본 자동차 부품업체들에 수출 확대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현대차가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강화를 우려해 3개월치가량의 재고 비축에 들어간 것으로 이 신문은 해석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자동차 부품사 덴소는 현대차 요청에 따라 주요 전자부품의 수출을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변속기 부품 제조업체인 파이오락스 관계자도 “(현대차로) 변속기용 용수철 수출 물량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부품인 ‘와이어 하니스(배선 묶음)’ 생산 업체인 야자키소교도 현대차의 (납품 물량 확대) 요청을 받았다고 했다.

일본 부품업체들 사이에서도 한·일 관계 경색에 따른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 일본 알파는 한국 부품기업들로부터 자동차용 열쇠 부품을 수입하고 있는데, 지난달부터 2개월치 재고를 쌓아두기 위해 수입 물량을 늘리고 일정도 앞당겼다. 도프레도 한국에서 수입하는 일부 부품을 2~3개월치가량 확보하기로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일 양국 간 수출 규제가 자동차 분야로 번지면 양국 업체들의 부품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어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일본산 부품 수입 확대 움직임과 관련해 “구매 전략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했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일본이 한국에서 수입하는 자동차 부품액은 지난해 789억엔(약 8670억원)에 달했다. 일본 부품업계의 한국 수출 규모는 701억엔(약 7700억원)이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