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한국에서 연간 1000억원 이상 세금을 회피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구글의 매출이 수조원대에 달하지만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태희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는 18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미디어경영학회의 ‘국내 플랫폼 시장의 공정 경쟁환경 조성 방안’ 특별세미나에서 구글의 조세 회피 규모를 추정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교수는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의 매출원가율, 구글 아시아 지역의 영업비용 등을 분석해 구글이 국내에서 올린 매출과 법인세 추정액을 산정했다. 2017년 기준 구글의 한국 매출은 1조8118억~3조2100억원으로 추정됐다. 이 같은 매출에 따른 법인세는 1068억~1891억원이다.

하지만 구글의 한국지사인 구글코리아가 2017년 국내에 납부한 법인세는 200억원이 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은 법인세율이 낮은 아일랜드 싱가포르 등에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우고 여기로 국내 수익을 돌리는 방식으로 세금을 피하고 있다. 국내 매출 수준이 구글과 비슷한 네이버는 법인세로 4000억원 이상을 납부하고 있다. 이 교수는 “구글의 법인세 추정액은 법인세 납부 기준으로 국내 기업 상위 49위에 해당한다”며 “국내 50대 기업 중 한 기업의 법인세 전액을 감면해주는 것과 비슷한 효과”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또 구글이 회피한 법인세 규모는 국내 최고 수준의 소프트웨어 기술자를 1292명 추가로 고용할 수 있는 금액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도 “구글이 회피한 세금은 2017년 국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계에서 이뤄진 가장 큰 투자 세 건과 맞먹는다”며 “구글 같은 글로벌 기업의 세금 회피가 국내 플랫폼 시장의 경쟁을 어떻게 교란했는지도 분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타트업 전문 매체인 플래텀의 ‘2017년 국내 스타트업 투자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가장 큰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은 야놀자(800억원), 토스(550억원), 배달의민족(350억원) 등이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