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기업인 '묻지마 국감 호출'…"상생기금 내놔라" 호통 예고한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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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대 그룹 총수 증인 채택 추진
농해수위 "올해엔 더 세게 나가야"
환노위·과방위도 줄소환 방침
농해수위 "올해엔 더 세게 나가야"
환노위·과방위도 줄소환 방침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야당 간사 등이 다음달 국정감사에서 국내 15대 그룹 총수를 모두 증인으로 채택하자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에 대한 참여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영업이익 급감 등 경영환경 악화에도 기업인을 무더기로 불러내는 ‘묻지마 호출’ 관행이 올해에도 재연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올해엔 세게 나가야 한다”
농해수위 바른미래당 간사인 정운천 의원은 1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번 국감에서 국내 15대 그룹 오너를 모두 증인으로 부르자고 요구했다”며 “농해수위 여야 의원 사이에서 어느 정도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증인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장인화 포스코 사장, 김승연 한화 회장 등이 지목된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 간 견해차로 최종 명단 합의엔 이르지 못했다. 여야는 국감 시작 1주일 전인 25일엔 증인 명단을 의결해야 한다.
정 의원은 기업 증인을 무더기 신청하는 건 농어촌 상생기금 모금이 부진한 이유를 묻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작년 대기업 사회공헌 담당 임원들이 국회에서 농어촌 상생기금 출연에 노력하겠다고 답했지만 올 들어 12억원밖에 모이지 않았다”며 “올해엔 (기금 모금을 위해) 더 세게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은 2015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위기에 놓인 농어촌을 지원하기 위해 조성된 기금이다. 여·야·정은 민간기업이 FTA를 통해 얻은 이익 일부를 기부금으로 내놓는 방식으로 2017년부터 매년 1000억원씩 10년간 총 1조원을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기부 형식이어서 강제조항은 없다.
2~3개 상임위 증인에 복수 신청되기도
환경노동위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정무위 등에서도 기업인 증인을 대거 신청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환노위의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김승연 회장과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최고투자책임자, 황창규 KT 회장 등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기업의 노사관계 문제와 생산 제품의 안전 등을 이유로 댔다. 문진국 자유한국당 의원도 장인화 사장, 옥경석 한화 사장 등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과방위 역시 기업인 줄소환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 측은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존 리 구글코리아 사장 등을 부른다는 방침을 정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과 관련한 실시간 검색어 조작 논란 등을 따져 묻겠다는 것이다. 정무위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분식회계 등의 의혹을 받는 이재용 부회장과 김승연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책임 또는 업무 영역과 관계없이 총수란 이유로 부르다 보니 일부는 두세 개 상임위원회 증인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경영계 “경영 일선 물러나 있는데…”
기업인들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이다. 한 대기업 대관 담당 임원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경우에도 ‘마구잡이식 증인 채택’이 이어지고 있다”며 “총수라는 이유만으로 증인으로 부르는 게 말이 되느냐”고 꼬집었다.
일부에선 벌써부터 그룹 총수를 증인에서 빼주는 조건으로 민원 해결을 요구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재계 10위권의 한 대관 담당자는 “산업단지가 몰려 있는 지역구 의원들이 공장 내 사고 등을 이유로 총수를 부르는 사례가 많다”며 “증인에서 빼줄 테니 지역 사회공헌 사업에 출연하라는 등의 요구가 많아 당황스럽다”고 토로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열리는 마지막 국감이어서 ‘생색 내기용’ 민원이 빗발친다는 게 기업인들의 호소다.
더불어민주당은 기업인을 증인·참고인으로 부르는 관행에 제동을 걸겠다는 방침이다. 이원욱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영업이익도 급감하는 상황에서 불필요하게 기업인들을 불러 경영에 발목 잡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그러나 “지역 현안에 여야가 따로 없다”며 “여당의 기업 증인 최소화 방침의 실효성이 얼마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김우섭/성상훈 기자 duter@hankyung.com
농해수위 바른미래당 간사인 정운천 의원은 1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번 국감에서 국내 15대 그룹 오너를 모두 증인으로 부르자고 요구했다”며 “농해수위 여야 의원 사이에서 어느 정도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증인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장인화 포스코 사장, 김승연 한화 회장 등이 지목된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 간 견해차로 최종 명단 합의엔 이르지 못했다. 여야는 국감 시작 1주일 전인 25일엔 증인 명단을 의결해야 한다.
정 의원은 기업 증인을 무더기 신청하는 건 농어촌 상생기금 모금이 부진한 이유를 묻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작년 대기업 사회공헌 담당 임원들이 국회에서 농어촌 상생기금 출연에 노력하겠다고 답했지만 올 들어 12억원밖에 모이지 않았다”며 “올해엔 (기금 모금을 위해) 더 세게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은 2015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위기에 놓인 농어촌을 지원하기 위해 조성된 기금이다. 여·야·정은 민간기업이 FTA를 통해 얻은 이익 일부를 기부금으로 내놓는 방식으로 2017년부터 매년 1000억원씩 10년간 총 1조원을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기부 형식이어서 강제조항은 없다.
2~3개 상임위 증인에 복수 신청되기도
환경노동위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정무위 등에서도 기업인 증인을 대거 신청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환노위의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김승연 회장과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최고투자책임자, 황창규 KT 회장 등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기업의 노사관계 문제와 생산 제품의 안전 등을 이유로 댔다. 문진국 자유한국당 의원도 장인화 사장, 옥경석 한화 사장 등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과방위 역시 기업인 줄소환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 측은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존 리 구글코리아 사장 등을 부른다는 방침을 정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과 관련한 실시간 검색어 조작 논란 등을 따져 묻겠다는 것이다. 정무위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분식회계 등의 의혹을 받는 이재용 부회장과 김승연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책임 또는 업무 영역과 관계없이 총수란 이유로 부르다 보니 일부는 두세 개 상임위원회 증인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경영계 “경영 일선 물러나 있는데…”
기업인들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이다. 한 대기업 대관 담당 임원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경우에도 ‘마구잡이식 증인 채택’이 이어지고 있다”며 “총수라는 이유만으로 증인으로 부르는 게 말이 되느냐”고 꼬집었다.
일부에선 벌써부터 그룹 총수를 증인에서 빼주는 조건으로 민원 해결을 요구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재계 10위권의 한 대관 담당자는 “산업단지가 몰려 있는 지역구 의원들이 공장 내 사고 등을 이유로 총수를 부르는 사례가 많다”며 “증인에서 빼줄 테니 지역 사회공헌 사업에 출연하라는 등의 요구가 많아 당황스럽다”고 토로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열리는 마지막 국감이어서 ‘생색 내기용’ 민원이 빗발친다는 게 기업인들의 호소다.
더불어민주당은 기업인을 증인·참고인으로 부르는 관행에 제동을 걸겠다는 방침이다. 이원욱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영업이익도 급감하는 상황에서 불필요하게 기업인들을 불러 경영에 발목 잡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그러나 “지역 현안에 여야가 따로 없다”며 “여당의 기업 증인 최소화 방침의 실효성이 얼마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김우섭/성상훈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