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는 벌금 더 내라"…재산따라 형벌 차등, 평등권 침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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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사법·법무개혁 협의
재산비례벌금 추진 '위헌' 논란
집단소송제 '디스커버리제' 도입
재산비례벌금 추진 '위헌' 논란
집단소송제 '디스커버리제' 도입
더불어민주당과 법무부는 18일 당정협의를 통해 기존 증권분야에 국한된 집단소송제도를 전 분야로 확대하고, 실질적인 피해자 구제를 위해 증거개시명령제(디스커버리제) 시행을 추진하기로 했다.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 사태를 계기로 다양한 분야에서 집단소송이 허용돼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면서 분야를 특정 영역에 국한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집단소송에서 불리해진 기업들
당정은 이날 기존 증권 관련 집단소송제도가 활성화되지 못하는 등 피해구제의 한계성이 드러났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한국형 디스커버리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 제도는 소 제기 전 증거조사제도다. 정식 재판이 시작되기에 앞서 원고 측과 피고 측이 관련 증거를 모두 법원에 제출해, 쟁점을 조기에 확정하고 분쟁을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다. 그동안 한국은 기업 상대 민사소송에서 소 제기 당사자가 입증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에 증거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과거 BMW 차량 화재 사건이나 개인정보유출 사건에서 피해자들이 가해 기업 내부의 기술적인 오류를 제대로 잡아내 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제도가 시행되면 재판이 시작되기 전 소송을 당한 기업은 관련 서류를 자진해서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제출하지 않으면 재판에서 불리해진다.
소송을 당한 기업으로선 민감한 내부 정보도 강제로 공개해야 한다는 점에서 불리한 게 많다. 늘어나는 법률 비용도 부담이다. 법무부는 기업체들이 우려하는 영업비밀 유출이라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미국처럼 제한된 공간(판사실)에서 소송 당사자만 정보를 보게 하는 방식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2013년 롯데카드 정보유출 사건만 보더라도 수년간 수십 건의 소송이 제기됐다”며 “하지만 이 법이 시행되면 하나의 사건으로 한 번에 처리할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선 법률 비용을 아끼게 된다”고 말했다.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에선 민사소송 전반에 이 제도가 도입됐지만 한국은 일단 집단소송 시에만 적용하기로 했다. 법무부는 이미 소송이 제기된 사건에 대해선 이 제도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법조계에선 2020~2021년 이 법이 시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범죄인 소득파악 한계” 지적도
당정은 범죄행위에 대한 벌금을 재산에 따라 차등 부과하는 ‘재산비례 벌금제’ 도입도 추진한다. 같은 범죄를 저질렀더라도 부자에게 경제적 약자보다 더 많은 벌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재산비례 벌금제 도입을 위해선 대대적인 형법 개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으로 죄목마다 재산 수준별로 얼마의 벌금을 부과할지가 추가돼야 한다. 법조계에선 범죄인의 소득과 재산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뿐더러, 같은 행위에 대해 처벌을 달리 하는 것이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한 변호사는 “소득 파악이 어려운 자영업자 비율이 높고 또 차명으로 재산을 보유하는 사례가 많은 한국의 특수 현실을 고려할 때 범죄인의 재산을 온전히 파악하는 것이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변호사도 “재산의 많고 적음에 따라 가중처벌 받는 대상을 추려내는 것은 우리 헌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사회적 특수계급’을 인정하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해외에선 독일과 프랑스,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국가들이 재산비례 벌금제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은 1992년 이 제도를 도입했다가 부작용으로 6개월 만에 시행을 중지했다. 범죄인의 재산을 조사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뿐더러 판사가 형량을 결정할 때 재산을 고려하는 것이 오히려 판단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일본에서도 도입 논의는 있었지만 무산됐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반대로 실제 입법화까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당은 제도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실효성을 따졌을 때 노역장 유치일수 연장 등 다른 방식으로 벌금제를 개선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보고 있다.
안대규/이인혁/고은이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집단소송에서 불리해진 기업들
당정은 이날 기존 증권 관련 집단소송제도가 활성화되지 못하는 등 피해구제의 한계성이 드러났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한국형 디스커버리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 제도는 소 제기 전 증거조사제도다. 정식 재판이 시작되기에 앞서 원고 측과 피고 측이 관련 증거를 모두 법원에 제출해, 쟁점을 조기에 확정하고 분쟁을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다. 그동안 한국은 기업 상대 민사소송에서 소 제기 당사자가 입증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에 증거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과거 BMW 차량 화재 사건이나 개인정보유출 사건에서 피해자들이 가해 기업 내부의 기술적인 오류를 제대로 잡아내 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제도가 시행되면 재판이 시작되기 전 소송을 당한 기업은 관련 서류를 자진해서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제출하지 않으면 재판에서 불리해진다.
소송을 당한 기업으로선 민감한 내부 정보도 강제로 공개해야 한다는 점에서 불리한 게 많다. 늘어나는 법률 비용도 부담이다. 법무부는 기업체들이 우려하는 영업비밀 유출이라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미국처럼 제한된 공간(판사실)에서 소송 당사자만 정보를 보게 하는 방식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2013년 롯데카드 정보유출 사건만 보더라도 수년간 수십 건의 소송이 제기됐다”며 “하지만 이 법이 시행되면 하나의 사건으로 한 번에 처리할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선 법률 비용을 아끼게 된다”고 말했다.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에선 민사소송 전반에 이 제도가 도입됐지만 한국은 일단 집단소송 시에만 적용하기로 했다. 법무부는 이미 소송이 제기된 사건에 대해선 이 제도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법조계에선 2020~2021년 이 법이 시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범죄인 소득파악 한계” 지적도
당정은 범죄행위에 대한 벌금을 재산에 따라 차등 부과하는 ‘재산비례 벌금제’ 도입도 추진한다. 같은 범죄를 저질렀더라도 부자에게 경제적 약자보다 더 많은 벌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재산비례 벌금제 도입을 위해선 대대적인 형법 개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으로 죄목마다 재산 수준별로 얼마의 벌금을 부과할지가 추가돼야 한다. 법조계에선 범죄인의 소득과 재산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뿐더러, 같은 행위에 대해 처벌을 달리 하는 것이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한 변호사는 “소득 파악이 어려운 자영업자 비율이 높고 또 차명으로 재산을 보유하는 사례가 많은 한국의 특수 현실을 고려할 때 범죄인의 재산을 온전히 파악하는 것이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변호사도 “재산의 많고 적음에 따라 가중처벌 받는 대상을 추려내는 것은 우리 헌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사회적 특수계급’을 인정하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해외에선 독일과 프랑스,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국가들이 재산비례 벌금제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은 1992년 이 제도를 도입했다가 부작용으로 6개월 만에 시행을 중지했다. 범죄인의 재산을 조사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뿐더러 판사가 형량을 결정할 때 재산을 고려하는 것이 오히려 판단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일본에서도 도입 논의는 있었지만 무산됐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반대로 실제 입법화까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당은 제도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실효성을 따졌을 때 노역장 유치일수 연장 등 다른 방식으로 벌금제를 개선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보고 있다.
안대규/이인혁/고은이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