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스포츠 선수와 루틴
지난 7월 열린 LPGA투어 에비앙마스터스 최종 라운드.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가 후원하는 고진영 선수를 응원하기 위해 온종일 TV 앞을 떠나지 못했다. 마지막 퍼팅이 홀컵에 들어가며 우승이 확정되자 경기 내내 평정심을 유지하던 선수가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정말 감격스러웠다. 골프 강국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인 모습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경기 내내 얼마나 긴장이 됐을까? 함께 경쟁하는 선수들의 굳은 표정을 보면 현장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지만 고진영 선수만큼은 그렇게 평온하고 여유로울 수 없다. 스포츠 선수들은 경기에 임할 때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나름대로 습관을 하나씩 갖고 있다고 한다. 이것을 ‘루틴(routine)’이라고 한다. 수영 국가대표 박태환 선수가 헤드폰을 끼고 경기장에 입장하는 모습이나, 야구선수들이 장갑을 조이거나 방망이로 바닥에 선을 긋고서야 타격하는 모습 등이 모두 루틴이다. 이런 루틴은 반복 학습을 통해 습관이 되면서 심리적 안정을 가져온다. 긴장되는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실력을 발휘하게 하는 힘을 갖고 있다.

스스로도 ‘모든 것을 이뤘다’고 말할 정도로 박인비 선수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역사에서 신(神)적인 존재다. 그의 이름 앞에는 항상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커리어 그랜드슬래머’ 등 수식어가 붙는다. 두 선수는 제주도개발공사가 주최하는 삼다수마스터스 대회에 매년 참가한다. 그 덕분에 전·현직 세계 랭킹 1위들이 함께하는 대회로 알려져 삼다수마스터스가 매년 흥행하기도 한다.

박인비 선수는 경기 루틴 이외에 또 다른 루틴을 갖고 있다. 바로 꿈나무 육성이다. 대회 때 어린 선수들을 초청해 직접 레슨을 하고 프로암 라운딩도 함께 한다. 수천만원에 이르는 거액을 꿈나무를 위해 내놓기도 한다. 우승보다도 꿈나무에게 성장의 마중물을 부어주는 것, 이것이 박인비 선수의 대회 참가 이유이자, 루틴이며, 습관이다. 매년 대회를 통해 두 선수의 루틴을 가까이서 접하고 살펴보니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닫게 된다.

한자어에서 ‘습(習)’은 학습을 의미한다. 배운 것을 반복해서 터득한다. 그래서 ‘관(慣)’자의 의미처럼 익숙해지는 것이다. 지금은 불편해도 점차 익숙해지고 자신만의 무기가 될 수 있다면 우리는 새로운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 성공을 이룬 사람들에게는 좋은 습관이 있다고 한다. 이런 습관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연습과 훈련을 통해 반복 학습하는 스포츠 스타들의 습관에서 또 하나를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