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특사경, 첫 타깃으로 하나금투 찍은 이유는…"먼저 사놓고 매수 추천"…선행매매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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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널리스트 9명 현장조사 받아
지난 7월 출범한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첫 타깃으로 하나금융투자를 정조준하면서 금융투자업계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주된 혐의가 리서치센터 소속 연구원들의 미공개 정보 이용인 만큼 사안에 따라 다른 증권사나 운용사 등으로 사태가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2014년 비슷한 혐의로 4개 증권사와 11개 자산운용사가 검찰 수사를 받았던 ‘CJ ENM 사태’가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특사경은 주가 조작 등 불공정 거래 행위 수사를 목적으로 금융감독원 산하로 설치된 조직이다. 기존 금감원 조사와 달리 통신기록 조회,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도 가능하다.
“보고서 발표 전 미리 매수”
18일 검찰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 소속 A연구원(38) 등은 특정 종목 보고서가 외부에 발표되기 전 해당 주식을 미리 사놓는 등의 수법으로 매매 차익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증권사의 내부통제 제도로 인해 실명 거래가 까다로운 만큼 미리 개설해둔 차명 계좌 등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사경도 이날 현장 조사에서 스마트폰 메신저 등을 통해 이들과 접촉한 공범 등을 집중 추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사경은 팀장급인 A연구원이 리서치센터에서 발간되는 각종 보고서를 미리 살펴보고 투자 정보를 빼낸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2017~2018년 해당 부서에서 나온 거의 모든 보고서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며 “A연구원이 이를 미리 살펴보고 차명으로 거래한 종목이 수십~수백 개에 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피의자가 대폭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A연구원은 그전부터 친한 펀드매니저들에게 정보를 흘려주는 애널리스트로 유명했다”며 “특사경 조사를 통해 A연구원에게 정보를 받아 매매에 활용한 펀드매니저가 있다면 특사경의 수사 확대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운용사 대표도 “요즘 같은 시기에 애널리스트가 차명 계좌까지 동원해 스캘핑(초단타매매)을 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며 “갈수록 약화되는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고 했다.
‘특사경 1호’ 상징성 커
금융투자업계를 뒤흔들어 놓은 불공정 거래 사건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4년 ‘CJ ENM 사건’이 대표적이다. 2013년 10월 16일 코스닥시장에서 CJ ENM 주가가 9.4% 급락하자 금융당국이 조사에 나섰고 그 결과 기업과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 간 ‘삼각 부당거래’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3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전망치를 밑돌 것이란 미공개 정보를 회사 측이 일부 애널리스트에게 알려줬고, 애널리스트들이 이를 일부 펀드매니저 등에게 전달하면서 기관들이 이날 약 106만 주(406억원)를 내다판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연루된 금융투자회사만 15곳(증권사 4곳, 자산운용사 11곳)에 달했다. 증권선물위원회는 애널리스트와 CJ ENM 직원을 검찰에 고발했으나 2016년 1월 1심 판결에서 CJ ENM 직원들에게 무죄가 선고됐으며 애널리스트 1명에게만 1000만원의 벌금형이 내려졌다. 2심 판결도 1심과 비슷한 취지의 판결이 나왔고 검찰 측 상고로 현재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당시 사건의 당사자였던 한 증권사 관계자는 “(CJ ENM의 실적은) 이미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내용이었지만 법적으로는 미공개 정보로 간주돼 검찰에서 강력하게 수사했다”며 “그러나 법원에서 대부분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번에도 검경의 수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특사경 1호 사건이라는 상징성이 있는 만큼 검찰이나 특사경이 호락호락하게 넘어가려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다만 CJ ENM 사건도 ‘용두사미’로 끝났던 만큼 무리한 수사로 가뜩이나 어려운 업계에 부담을 주지는 말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보고서 발표 전 미리 매수”
18일 검찰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 소속 A연구원(38) 등은 특정 종목 보고서가 외부에 발표되기 전 해당 주식을 미리 사놓는 등의 수법으로 매매 차익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증권사의 내부통제 제도로 인해 실명 거래가 까다로운 만큼 미리 개설해둔 차명 계좌 등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사경도 이날 현장 조사에서 스마트폰 메신저 등을 통해 이들과 접촉한 공범 등을 집중 추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사경은 팀장급인 A연구원이 리서치센터에서 발간되는 각종 보고서를 미리 살펴보고 투자 정보를 빼낸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2017~2018년 해당 부서에서 나온 거의 모든 보고서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며 “A연구원이 이를 미리 살펴보고 차명으로 거래한 종목이 수십~수백 개에 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피의자가 대폭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A연구원은 그전부터 친한 펀드매니저들에게 정보를 흘려주는 애널리스트로 유명했다”며 “특사경 조사를 통해 A연구원에게 정보를 받아 매매에 활용한 펀드매니저가 있다면 특사경의 수사 확대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운용사 대표도 “요즘 같은 시기에 애널리스트가 차명 계좌까지 동원해 스캘핑(초단타매매)을 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며 “갈수록 약화되는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고 했다.
‘특사경 1호’ 상징성 커
금융투자업계를 뒤흔들어 놓은 불공정 거래 사건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4년 ‘CJ ENM 사건’이 대표적이다. 2013년 10월 16일 코스닥시장에서 CJ ENM 주가가 9.4% 급락하자 금융당국이 조사에 나섰고 그 결과 기업과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 간 ‘삼각 부당거래’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3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전망치를 밑돌 것이란 미공개 정보를 회사 측이 일부 애널리스트에게 알려줬고, 애널리스트들이 이를 일부 펀드매니저 등에게 전달하면서 기관들이 이날 약 106만 주(406억원)를 내다판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연루된 금융투자회사만 15곳(증권사 4곳, 자산운용사 11곳)에 달했다. 증권선물위원회는 애널리스트와 CJ ENM 직원을 검찰에 고발했으나 2016년 1월 1심 판결에서 CJ ENM 직원들에게 무죄가 선고됐으며 애널리스트 1명에게만 1000만원의 벌금형이 내려졌다. 2심 판결도 1심과 비슷한 취지의 판결이 나왔고 검찰 측 상고로 현재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당시 사건의 당사자였던 한 증권사 관계자는 “(CJ ENM의 실적은) 이미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내용이었지만 법적으로는 미공개 정보로 간주돼 검찰에서 강력하게 수사했다”며 “그러나 법원에서 대부분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번에도 검경의 수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특사경 1호 사건이라는 상징성이 있는 만큼 검찰이나 특사경이 호락호락하게 넘어가려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다만 CJ ENM 사건도 ‘용두사미’로 끝났던 만큼 무리한 수사로 가뜩이나 어려운 업계에 부담을 주지는 말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