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에서도 기업인 소환이 또다시 줄을 이을 전망이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바른미래당 간사인 정운천 의원은 농어촌상생협력기금에 기업 참여가 부족하다며 15대 그룹 총수를 모두 증인으로 부르겠다고 했다.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황창규 KT 회장, 이영훈 포스코건설 사장, 김철 SK케미칼 대표 등을 증인으로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무위원회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김승연 회장 등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와 김범수 카카오 의장 등을 부를 예정이다.

소환 대상 기업인이 많은 것은 이번 국감이 내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열리는 것과 무관치 않다. 의원들이 총선에서 내세울 실적 과시용으로 ‘기업인 호출’만 한 게 없고, 그러다보니 여러 상임위원회에 불려다니는 기업인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인의 출석과 증언이 필요할 때도 물론 있다. 하지만 그간의 전례에 비춰보면 이번 역시 기업인에게 발언 기회조차 제대로 안 준 채 호통치고 망신 주다 끝날 공산이 크다.

지금 기업들은 미·중 무역전쟁, 한·일 갈등, 유가 급등, 반(反)기업 정서와 각종 규제에 이르기까지 삼중·사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 기업인들을 벌세우듯, 하루 종일 국회에 붙잡아 놓는 관행은 끝내야 한다. 마침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기업인 소환을 자제하겠다고 밝혔다.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는 “개별 사안에 대해 총수를 전부 부르는 것을 지양하자는 데 공감대가 마련돼 왔다”며 “불필요하게 기업인들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해 기업 경영에 발목 잡는 일이 없기 바란다”고 했다.

소환 대상 기업인 범위는 여야 협상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기업인 입장에서는 어쨌든 고무적인 얘기다. 여당은 차제에 이 같은 방침을 아예 당론으로 확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기 바란다. 그래야 기업인들에게 진의가 전달되고 야당의 변화도 이끌어낼 수 있다. 잘못된 국정감사 관행은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