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그제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고 발표한 ‘인구구조 변화 대응 방안’은 내용과 방향 모두 실망스럽다. 14개 부처, 10개 연구기관이 5개월여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마련한 대책임에도 구체성이 결여됐고, 핵심 결정은 미뤄져 혼란만 부추기고 말았다.

정부 스스로 강조한 대로 한국은 OECD에서 유일하게 ‘합계 출산율 1 미만’인 초저출산국이라, 안정적인 노동력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할 처지다. 그런데도 핵심 이슈인 정년연장에 대해 “3년 뒤인 2022년부터 논의하겠다”며 결정을 회피했다. 청년세대와 기성세대, 근로자와 기업 간 이해가 충돌하는 인화성 높은 이슈인 탓에 무책임하게 피해갔다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정년(60세) 이후에도 일정 연령까지 기업에 고용연장을 강제하는 ‘계속 고용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가 정년 연장을 공식화했다’는 해석이 쏟아지자 곧바로 “도입여부와 도입시기를 2022년부터 논의해 보겠다는 것일 뿐”이라며 발뺌해 허탈함을 더했다. 앞으로도 교육체계 개편, 국민노후 대책 등을 속속 내놓겠다지만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1년여 논의에도 거의 진전이 없는 ‘국민연금 개편방안’처럼 인구변화 대책도 표류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다. 정부가 결정장애로 빠져드는 배경은 좁은 시야에 갇혀 본질을 놓치고 있기 때문이다. 근본 해법을 결단하기보다 이해를 달리하는 여러 집단을 골고루 만족시킬 수 있는 타협책만 찾아서는 꼬인 실타래를 풀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고용 유연성을 강화하면서 정년을 폐지하는 정공법으로 가야 한다. 미국과 영국은 오래전에 정년을 폐지했다. 어지간한 나라들도 일제히 직무와 업무성과에 연동한 임금체계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울리는 노동시장 구축에 매진하고 있다. 경직된 임금·고용 구조의 개편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청년일자리와 정년연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