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법무부가 18일 ‘사법·법무개혁 당정협의’를 열고 주택 임차인의 전·월세 기간을 최대 4년까지 보장해주는 방안을 내놨다. ‘주택임대차 보호법’을 개정해 임차인(2년 거주자)에게 1회에 한해 2년 재계약을 요구할 수 있는 ‘계약갱신 청구권’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주택임대차 계약갱신 청구권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세입자의 주거안정을 위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인위적인 시장 규제로 인해 부작용이 속출할 가능성이 높다. 계약기간이 4년으로 늘어나면 미리 임대료를 올려 받으려는 움직임이 일면서 전·월세 가격이 크게 오를 수 있다. 실제로 주택임대차 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연장되기 직전인 1989년 서울 전셋값은 23.7% 급등했다. 임대인에게 계약갱신을 강제하는 것도 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

계약갱신 청구권 허용은 임대·임차인 등 이해 당사자가 1000만 가구가 넘을 정도로 파급력이 크다. 관련 법안이 10여 건 발의됐으나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법무부가 관련 법률 소관 부처이긴 하지만 주택정책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심히 우려스럽다. 법무부가 조국 장관이 참석한 사법개혁 논의 석상에서 주제와 무관한 정책을 꺼내든 배경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택시장 교란과 부작용을 야기할 정책을 충분한 검토와 준비 없이 강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부는 “서울 주택공급이 충분하다”고 강변하다 지난 5월 집값 급등세가 이어지자 1, 2기 신도시 활성화 대책을 준비도 못 한 상태에서 고양 창릉 등 서울 인접 지역에 3기 신도시 건설계획을 발표했다. 그동안 교통환경 개선 등을 기다려왔던 2기 신도시 주민들이 반발했다. 정부가 2기 신도시 교통대책을 내놨지만 주민들은 ‘미봉책’이라며 3기 신도시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국토부가 지난달 내놓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확대 적용 방침도 후유증을 낳고 있다. “서울 집값을 잡겠다”는 정책이 오히려 집값 상승세를 부추기고 있어서다. 서울의 거의 유일한 주택 공급처인 재개발·재건축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신축 아파트 값이 급등하고 있다. 서울 강남 등 인기 지역 청약에서는 경쟁률이 100 대 1을 넘을 정도로 청약 강풍이 몰아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많은 부동산 전문가들이 공급 위축과 거래 감소 등을 우려했지만 무시됐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개인적 의지를 앞세워 정책을 밀어붙인 후유증이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시장 자율 조정 기능과 전문가 조언을 외면한 아마추어적인 설계주의 정책은 시장 왜곡을 심화시킬 뿐이다. 보유세 폭탄,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민간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등 규제와 징벌 위주의 ‘인위적인 억누르기’ 정책은 오히려 집값을 상승시켜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해치고 있다. 면밀한 검토와 분석이 필요한 주택정책이 이념이나 근거 없는 막연한 기대감에 더 이상 휘둘려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