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석 여기어때 신임 대표
최문석 여기어때 신임 대표
국내 숙박업체 플랫폼인 ‘여기어때’가 탈바꿈한다. 영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CVC캐피털 품에 안긴 여기어때는 조직 재정비와 함께 공격적 경영에 나선다. 여기어때와 맞수인 ‘야놀자’ 간 국내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2라운드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19일 투자은행(IB)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CVC는 20일 여기어때를 운영하는 위드이노베이션의 최대주주 심명섭 전 대표 지분 52%와 2대 주주인 국내 사모펀드 JKL파트너스 지분 18% 등의 재무적 투자자(FI)로부터 지분을 인수해 경영권 인수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인수 금액은 유상증자에 쓸 자금을 포함해 4000억원으로 알려졌다. CVC는 이번 인수를 통해 여기어때 지분 85%를 확보했다. CVC는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추가로 지분을 늘릴 계획이다.

새 주인을 만난 여기어때는 중장기 비전인 ‘트라이앵글’ 전략에 무게중심을 두고 사업 다각화에 나설 예정이다. 기존의 O2O(온·오프라인 연계) 플랫폼을 한층 고도화하고 인수합병(M&A)으로 신사업을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신임 사령탑에 최문석 전 에누리닷컴 대표(사진)를 선임했다. 최 대표는 써머스플랫폼(에누리닷컴)에서 그린웍스, 스윗트래커, 쉘위애드 등 회사를 인수해 규모를 키운 뒤 지난해 코리아센터에 매각한 주인공이다. 2006년부터 8년간 이베이코리아 부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지마켓 인수를 총괄하기도 했다. 여기어때는 이커머스, 마케팅 전문가로 꼽히는 최 대표를 중심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며 공격 경영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어때는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한다. 중국의 온라인 대표 여행사 취날의 공동 창업자 프레데릭 디모폴러스를 신규 이사회 멤버로 영입했다.

취날은 중국 1위 OTA(온라인 기반 여행사) 씨트립그룹에 인수된 회사다.

CVC도 2017년 유럽의 항공권 예약 사이트 이트래블아이를 인수하는 등 온라인 예약 플랫폼 투자 경험을 갖고 있다. 여기어때는 국내 시장에만 머무르지 않고 CVC가 가진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 시장에 진출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어때는 지난 2년간 매출이 세 배 늘었지만 추가 성장이 기대된다는 게 업계 평가다. 누적 거래량은 2000만 건을 넘어섰고, 거래액도 1조2000억원에 달한다. 등록 숙박업체는 5만여 개, 월간 순이용자는 약 280만 명이다. 올해 거래량은 전년 대비 50% 증가한 600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숙박 예약뿐 아니라 각종 야외활동 등으로 보폭을 넓히면서 사업 확장성도 평가받았다.

CVC는 런던 뉴욕 홍콩 도쿄 등에 24개 지점을 두고 850억달러(약 100조원)의 투자금을 굴리는 유럽계 운용사다.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 브라이틀링을 비롯해 67개 회사에 투자하고 있다. 투자 회수를 마친 사례까지 포함하면 누적 포트폴리오 회사가 129개에 이른다. CVC가 국내 O2O 및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투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기어때가 공격 경영에 나서면서 숙박업계에서 누가 주도권을 잡을지 주목된다. 경쟁 업체인 야놀자도 최근 호텔 및 레스토랑 예약 플랫폼인 ‘데일리호텔’을 운영하는 데일리를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