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일본경제 워치] "다행히 일본산 부품 사용해줬다"…日, 삼성 마음 바뀔까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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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일본 정부가 반도체·디스플레이 3개 소재의 수출규제를 강화하면서 한·일 관계가 급격히 경색된 이후, 일본 소재·부품 업계도 거대 고객인 한국 반도체 업계를 놓칠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닛케이산업신문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가 거래관계를 공표하는 주요 100개 협력업체 명단을 분석한 결과, 일본계 기업은 23개로 한국 기업(39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당장 부품·소재 조달선에서 일본 기업을 배제하는 모습은 나타나지 않은 것입니다.

일본 소재·부품 업계에선 삼성이 기존 일본 거래처와의 관계를 유지한 배경으로는 “소재·부품 조달처를 갑자기 바꾸는 리스크를 삼성이 잘 알고 있는 점”을 꼽고 있습니다. 반도체 생산에는 수천여개 정밀 공정이 있는데 같은 소재라도 제조업체마다 미묘한 차이가 있기에 조달처를 변경하면 수율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그렇게 간단하게 소재·부품 조달을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아사히카세이 임원)며 일단 일본 부품업계가 한숨을 돌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세계 최대 디바이스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전자는 일본 부품·소재 기업으로서도 가장 중시할 수밖에 없는 고객이 됐습니다. 일본 부품·소재 업체들이 ‘삼성 퍼스트’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합니다.
하지만 일본 업계도 삼성전자가 궁극적으로는 조달처 다변화의 길로 나갈 것으로 보고 고심이 더욱 깊어지는 모습입니다. 한·일간 정치·외교 분야 대립이 지속되면 부품·소재 분야 에서 탈일본이 가속화되고 ‘중국 시프트’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입니다. 특히 삼성전자가 중국 생산설비 업체들에 대규모로 인력을 출장 보내고, 상담을 진행하는 모습에 긴장한 모습이 뚜렷합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