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이달 들어 주식시장의 가장 강력한 매수 주체로 떠올랐다. 하지만 연기금 자금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등 일부 대형주에 집중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코스닥시장에 몰리는 것과 다른 모습이다.

대형주만 쇼핑하는 연기금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6598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8월 이후로는 4조1507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외국인 투자자는 9월에 7539억원, 개인 투자자는 1조385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코스피지수가 2090선까지 반등한 데는 연기금의 영향력이 가장 컸던 셈이다.

연기금은 지난달 코스피지수의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주당순자산)이 0.9배 밑으로 떨어지자 대규모 자금 집행에 나섰다. 과거에도 연기금은 주로 시장이 급락할 때 매수에 나서 추가 하락을 막는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연기금의 수급은 유가증권시장의 대형주에 집중됐다. 특히 삼성전자(5270억원 순매수), SK하이닉스(1764억원) ‘반도체 투톱’을 사들이는 데 전체 자금의 42.4%를 투입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두 종목의 시가총액 비율(24.4%)을 훌쩍 뛰어넘는다. 그다음은 현대자동차(1051억원), 셀트리온(820억원), 삼성중공업(559억원), 한국조선해양(556억원) 순이었다.

반면 같은 기간 코스닥시장에서는 88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순매수 상위 종목 30위권에도 코스닥 종목은 없었다. JYP엔터테인먼트(106억원), 동진쎄미켐(105억원)을 제외하면 100억원어치 이상 사들인 종목도 없다. 대형주를 팔고 중소형주를 사들이고 있는 개인투자자와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연기금의 대형 우량주 선호와 코스닥시장 외면 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대 연기금인 국민연금이 작년 안효준 기금운용본부장(CIO) 취임 후 대형주 위주의 매수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연기금의 온기가 유가증권시장에만 미치고 있다”며 “코스닥시장의 투자 심리가 회복되려면 기관 자금 유입이나 실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