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활용 막힌 한국 '굴욕'
영국 국제컨설팅그룹 지옌은 19일(현지시간) “세계 104개 도시 가운데 핀테크 경쟁력이 가장 뛰어난 곳은 중국 베이징”이라고 발표했다. 그다음으로는 상하이, 미국 뉴욕, 광저우, 선전 등의 순이었다. 서울은 이날 발표된 상위 20개 도시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지옌은 세계 주요 도시의 금융허브 경쟁력을 재는 대표적 잣대인 국제금융센터지수(GFCI)도 공개했다. 금융경쟁력이 가장 높은 도시로는 뉴욕이 선정됐다. 영국 런던, 홍콩, 싱가포르, 상하이가 뒤를 이었다.
서울은 36위로 지난 3월 조사와 같았다. 조사가 시작된 이후 가장 순위가 높았던 2015년 9월(6위)에 비해선 30계단 떨어졌다. GFCI는 2007년부터 매년 3월과 9월 두 차례 발표된다.
개인정보 규제로 빅데이터 못 쓰는 한국…핀테크 경쟁력 '굴욕'
서울이 세계 핀테크(금융기술) 경쟁력 도시 순위에서 20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굴욕’을 당한 건 빅데이터 활용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외 선진국들은 빅데이터산업 활성화를 위해 관련법을 개정하는 등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선 엄격한 개인정보보호라는 명분을 앞세워 규제 완화를 차일피일 미루면서 이런 흐름에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빅데이터가 핀테크 핵심인데….
영국 국제컨설팅그룹 지옌은 19일(현지시간) 런던 금융가 중심에 있는 길드홀에서 국제금융센터지수(GFCI) 발표회를 열었다. 지옌은 2007년부터 세계 금융산업 종사자에 대한 온라인 설문조사 및 세계은행(WB) 등 해외기관에서 공개하는 객관적 통계를 기반으로 매년 3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금융허브 도시 순위를 발표한다. 지옌은 이번 조사에서 처음 핀테크 경쟁력 도시 순위도 공개했다.
지옌 조사에선 중국 베이징이 핀테크 경쟁력이 가장 뛰어난 도시로 뽑혔다. 상하이, 뉴욕, 광저우, 선전이 뒤를 이었다. 톱5 도시 중 중국이 네 곳을 차지했다. 6~10위에는 런던, 홍콩, 싱가포르,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등이 이름을 올렸다. 서울을 비롯한 국내 도시는 상위 20개 도시에 포함되지 못했다. 지옌은 상위 20개 도시 순위만 발표하고, 그 외 도시의 순위는 공개하지 않았다.
지옌은 핀테크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빅데이터 분석 △금융 접근성 △숙련된 전문인력 △규제 환경 △사이버 보안 등을 꼽았다. 지옌의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세계 금융산업 종사자들은 빅데이터 분석역량을 핀테크 경쟁력을 결정짓는 1순위 요인으로 선정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 해외 주요 국가들은 빅데이터산업 활성화를 위해 개인을 알아볼 수 없는 비식별정보에 대해선 상업적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하는 등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다. 개인정보는 철저히 보호하되, 비식별화된 가명정보는 기업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도 핀테크 활성화를 위해 빅데이터 활용을 가로막는 규제를 걷어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다. 국내의 개인정보보호 규제는 전 세계 국가를 통틀어 가장 강력한 수준이라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설명이다. 정부와 여당이 지난해 말 개인정보 규제 관련 3법(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보호법) 개정안을 내놨지만 여전히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은성수 신임 금융위원장도 핀테크 활성화를 위해 최우선 입법과제로 신용정보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시아 10위권 밖으로 밀린 서울
이번 조사에선 종합 금융경쟁력이 가장 높은 도시로 미국 뉴욕이 선정됐다. 뉴욕을 비롯해 런던, 홍콩, 싱가포르, 상하이 등 톱5 도시는 지난 3월 조사와 비교해 순위 변동이 없었다. 다만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앞둔 런던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마이클 마인엘리 지옌 회장은 “금융산업 종사자들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관점에서 런던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이에 따른 반사 혜택을 뉴욕과 독일 프랑크푸르트가 누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서울은 36위로, 지난 3월 조사와 순위가 동일했다. 다만 순위가 가장 높았던 2015년 9월(6위)과 비교하면 4년 만에 30계단 추락했다. 서울과 함께 금융중심지(금융허브)로 지정된 부산은 43위를 차지했다. 3월(46위)에 비해 소폭 상승했다. 최고 순위를 기록했던 2015년 3월(24위)과 비교하면 19계단 떨어졌다.
아시아로 범위를 좁혀도 서울과 부산은 10위권 밖이다. 서울과 부산은 아시아태평양 도시 기준으로 중국과 일본의 도시들에 밀려 각각 14위와 15위에 그쳤다.
정부가 금융인프라 집적을 통한 글로벌 금융회사 유치 대신 지방 균형발전을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금융경쟁력이 약화됐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런 와중에 정치권에선 지난해부터 국책은행을 비롯한 금융공기업의 추가 지방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