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서는 ‘PB 한 명이 영업점 한 곳과 맞먹는다’고 표현한다. 일반 은행원보다 더 큰 역량을 요구하지만 그만큼의 자율성도 부여한다. 이 때문에 예기치 못한 ‘금융사고’가 터지기도 한다. 최근 문제가 된 파생결합증권(DLS) 상품이 일부 은행 PB에 의해 팔려나간 사실이 알려지면서 PB의 영업 행태에 우려를 나타내는 시선도 있다.

과도한 경쟁에 'DLS 사태' 키우기도
PB센터를 통해 터진 사고는 대부분 PB 개인의 일탈에서 비롯된 것이 많다. 지난 7월 법원의 1심 판결을 받은 80대 노인 A씨의 사례도 그렇다. 그는 시중은행 PB를 전적으로 믿고 재산 13억원을 맡겼다가 이를 대부분 날렸다. 그는 거액의 토지 보상금을 손에 쥐게 되자 한 은행의 VIP 전용 PB센터를 찾았다. 평생 농사만 짓느라 별다른 투자 지식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가 만난 PB인 B씨는 몇 년간 연금보험 등 여러 상품을 통해 돈을 조금씩 불려줬다. A씨는 그를 믿게 됐다. 이후 “더 나은 수익률의 상품이 있다”는 말에 자산을 모두 옮겼다. 그러나 해당 상품은 가짜였다. B씨는 이 돈을 인출해 주식에 투자하는 등 개인적으로 모두 써버렸다. 이 은행은 자체 감찰 도중 이를 알아내 B씨를 징계면직했으나 A씨의 돈은 사라진 뒤였다. 1심 법원은 피해액 13억원 중 7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고객의 자산으로 소위 ‘돌려막기’를 하다가 덜미를 잡힌 경우도 있다. 한 외국계 은행의 PB는 2015년부터 관리하던 고객의 자산 3억7000만원을 가로챘다가 체포됐다. 그는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상품’이라고 속인 뒤 자신의 계좌로 자금을 입금했다. 그리고 입금된 돈은 자신이 수시로 인출했다. 해당 고객이 PB를 믿고 계좌 비밀번호를 알려줬기 때문에 이런 행각을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PB는 “개인적으로 쓴 것은 아니고 다른 고객의 손실을 메우는 데 사용했다”고 말했다.

PB 간 과도한 경쟁이 ‘사고’를 부추기기도 한다. 최근 문제가 된 DLS 사태가 대표적이다. PB들의 영업 실적은 철저히 상품 판매 실적으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이 상품을 경쟁적으로 파는 것은 물론 예·적금을 해지하러 온 고객에게도 고위험 상품을 권유하는 일이 잦다. 한 은행 직원은 “당시 DLS 상품을 팔지 못하면 ‘바보’ 소리를 들을 정도였다”며 “고객은 PB들이 추천하는 상품이라고 무조건 솔깃하지 말고 자신의 투자 성향에 맞춰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