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9번째 정상회담…비핵화 진전 위한 '촉진자역' 주목
'지소미아 종료 결정' 후 부상한 한미관계 균열 우려 불식 주력
방위비분담금 등은 변수…한일정상회담은 다음 기회로 미룰 듯
文대통령 뉴욕行…비핵화 촉진하고 한미동맹 업그레이드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제74차 유엔총회 참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22일 뉴욕 방문길에 오른다.

문 대통령이 취임 1·2년차에 모두 유엔총회에 참석했던 터라 올해만큼은 '투톱외교'의 한 축인 이낙연 국무총리가 뉴욕을 향할 가능성이 크게 점쳐졌었다.

이런 예상을 깨고 문 대통령이 3년 연속 뉴욕행을 결심한 것은 무엇보다 비핵화 대화가 중대한 국면을 맞았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하노이 노딜' 이후 좀처럼 진전이 없었던 북미 비핵화 협상에 온기가 돌기 시작하면서 문 대통령의 운신 폭이 넓어졌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이 때문에 이번 뉴욕 방문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트럼프 대통령과의 취임 후 9번째 정상회담이라고 할 수 있다.

북미 간 실무협상 재개 분위기가 무르익은 시점에서의 정상회담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회담의 핵심의제는 단연 비핵화 촉진 방안이다.

최종건 청와대 평화정책비서관은 지난 19일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협력 방안을 협의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북미 양측이 대화 재개에 적극적인 만큼 제3차 북미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협상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설득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3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북미 간 실무협상이 모색되고 있다"며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구축을 위한 전체 과정에서 가장 중대한 고비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에 접근하는 방식에서 좀처럼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 문제를 놓고 어떻게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지도 관심사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를 출발점으로 삼아 여전히 단계적 접근법을 고수하는 반면, 미국은 최종단계를 포함한 비핵화의 정의에 우선 합의한 다음 로드맵을 그리는 포괄적 합의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맥락에서 문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서 일정한 '중재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한다.

양측의 거리를 어느 정도까지 좁혀내느냐에 따라 촉진자역의 성패가 가늠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하며 비핵화 협상의 진전을 위한 우군 확보에도 공을 들일 전망이다.

이번 방미에서는 한일 갈등 국면에서 불거진 한미관계 균열 우려가 얼마나 불식될지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미국은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에 대응한 한국 정부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전례 없는 실망과 불쾌감을 공개적으로 표출해왔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지소미아 종료 여부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미국 측과 충분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견과 함께 이번 결정이 향후 한미 동맹 운용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지적까지 제기됐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굳건한 한미동맹이 필수적인 만큼 문 대통령에게는 이 같은 동맹 균열 우려를 불식하는 것도 방미 기간 중요한 숙제다.

그러나 소위 손익 계산에 철저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이익을 앞세운 '카드'를 꺼내 들면 문 대통령의 대응이 쉽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인상을 계속해서 시사해온 상황에서 이 문제가 회담 의제로 오른다면 청와대로서는 적잖이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견해가 나온다.

한편 이번 유엔총회는 일본이 통관 절차에 간소화 혜택을 주는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등 경제보복을 취한 후 문 대통령이 참석하는 첫 다자외교 무대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뉴욕을 방문하는 만큼 한일정상회담의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렸으나 두 정상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을 확률이 높다.

한일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당위성과는 별개로 경제보복에 대한 일본의 태도가 전혀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는 양 정상이 만나도 소득이 없을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인식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