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민족 신념 약화하지만, 다문화 대한 거부감도 여전
다만 청소년층은 더 열린 태도…그래도 "점차 나아질 것" 낙관은 위험
[다문화가구원100만] ②단일민족과 다문화 수용 놓고 갈등하는 한국
"우리 국민은 다문화 수용과 단일민족 지향 중 어느 쪽을 선택할지 혼란스러운 상황에 빠졌다.

"
지난 6월 한국다문화가족·건강가정지원센터협회 주최로 열린 '2019 다문화포럼'에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이선 연구위원이 내놓은 진단이다.

여성가족부의 '2018 국민다문화 수용성 조사' 결과를 분석한 김 위원은 우리 사회는 '대한민국은 어떤 사회로 구성돼야 하는가'에 대한 합의가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이 조사는 만 19∼74세 성인남녀 4천명과 중·고등학생 4천225명을 대상으로 이민자, 다문화 사회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그 결과 성인의 다문화 수용성은 2012년 51.17점에서 2015년 53.95점으로 2.78점 높아졌다가 2018년 52.81점으로 낮아지는 양상을 보였다.

단일민족 지향성을 살펴볼 수 있는 '단일민족 혈통에 대한 자긍심' 문항 점수는 48.5점(2011년)에서 53.5점(2015년)으로 높아졌다가 46.1점(2018년)으로 하락했다.

'단일민족이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문항에 대한 점수도 2011년 37.1점(2011년)에서 40점(2015년)으로 높아졌지만 34.3점(2018년)으로 떨어졌다.

성인들 사이에서 '우리 사회가 단일민족이어야 한다'는 신념도 약화하고 있지만, 다문화에 대한 거부감도 여전히 심한 상황이다.

[다문화가구원100만] ②단일민족과 다문화 수용 놓고 갈등하는 한국
성인과 달리 청소년층은 다문화 수용성이 뚜렷하게 개선됐다.

청소년의 다문화 수용성은 67.63점(2015년)에서 71.22점(2018년)으로 3.59점 높아졌다.

성인과 비교하면 2018년 기준 청소년이 18.41점이나 높다.

이들의 높은 다문화 수용성은 청소년들이 이주민이 증가한 환경에 노출되는 빈도가 잦아졌고 제도권 교육 내에서 실시되는 지속적인 다문화 이해 교육의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주민과 가족, 친척, 친구, 이웃 등과 같은 사회적 관계를 맺고 있다는 성인은 41.2%(2015년)에서 32.4%(2018년)로 떨어졌지만 같은 기간 청소년층은 34.7%에서 41.1%로 올랐다.

같은 기간 다문화 교육 참여 비율도 성인은 5.5%에서 4.6%로 줄어든 반면 청소년은 25.7%에서 32.4%로 많이 증가했다.

청소년층이 성장하면 자연스럽게 우리 사회의 다문화 거부감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지만, 실제 그런 결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최윤정 부연구위원은 "청소년층을 중심으로 다문화 사회에 대한 인식이 점차 개선되고는 있지만, 이를 바탕으로 한국 사회 다문화 수용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섣부른 예측은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경제 활력이 둔화하고 저출산이 심화하면서 저출산 해결과 인구 감소에 대처하기 위해 이주민 개방 등이 많이 거론되고 있지만, 다문화 이슈에서 흔하게 등장하는 내국인 역차별, 사회적 박탈감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 부연구위원은 "다문화 수용성 점수가 높은 청소년층이 본격적으로 노동시장에 진출하는 연령대가 되고 이 과정에서 이주민과 갈등이 발생한다면 현재 청소년들이 지닌 인식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예상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