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서에 '도의적 책임' 명시하기로, 관건은 특별교부세 지원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와 관련, 충북도가 유가족 측과의 협상에서 한발짝 물러섰다.

제천 화재참사 협상 한발 물러선 충북도, 유가족과 합의하나
'지사 책임 인정'이라는 유가족 측의 요구에 충북도가 '도의적 책임'을 합의서에 명시하기로 한 것이다.

유가족 측이 이를 수용하고 행정안전부가 위로금 지급에 쓸 특별교부세를 충북도에 지원한다면 2017년 12월 화재 발생 후 지지부진했던 협상이 매듭지어지게 된다.

도는 지난 1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제천화재 평가소위원회에 유가족 측과 마련한 합의서 초안을 전달했다.

도는 '도의적 책임을 갖고 유가족에게 공식 사과한다'는 문구를 이 초안에 담았다.

이는 평가소위가 지난 3일 국회에서 연 회의 때 이시종 지사에게 "더 나은 방안을 마련해 다시 만나자"며 유가족 측 입장 수용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도와 유가족 측은 지난해 11월 총 75억원의 위로금 규모에 잠정 합의했다.

그러나 유가족 측이 '지사의 책임 인정' 문구를 합의서에 담자고 요구하면서 평행선을 달려왔다.

도는 지난달 도청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도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지사는 제천 화재 참사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합의서 초안에 구두로 밝혔던 내용을 담은 것이다.

도 관계자는 "'도덕적 책임을 갖고'라는 부분에 대해 평가소위는 '도의적 책임을 통감하고'로, 유가족 측은 '책임을 인정하고'로 명시하자는 것 같다"며 갈등의 소지가 남아 있음을 내비쳤다.

도는 이제 평가소위와 유가족 측의 판단이 남은 것으로 보고 있다.

유가족 측이 이 합의서 초안을 수용하고, 평가소위가 행정안전부를 설득해 특별교부세 지원을 끌어낸다면 위로금 지급을 신속히 마무리할 수 있다는 게 도의 입장이다.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실 관계자는 "행안부는 충북도와 유가족 간에 합의가 이뤄지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안부가 특별교부세 지원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내놨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어 당장 평가소위 회의를 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23일 향후 회의 일정을 조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17년 12월 21일 제천시 하소동의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29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