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외자에도 경종…"경기둔화·무역전쟁 조심하라" 글로벌 경기 둔화가 심화하면서 아시아 주요국들의 부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22일 보고서 '아시아 금융체계의 스트레스 징후'를 통해 1990년대 말 아시아를 강타한 경제 위기의 재발 가능성을 진단했다.
맥킨지는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이 전반적으로 약해졌다는 점을 먼저 우려로 지적했다.
중국, 인도, 호주, 홍콩, 인도네시아는 장기 회사채 가운데 이자보상배율(ICR)이 1.5 미만인 기업들이 발행한 채권의 비율이 2017년 기준으로 25%를 넘었다.
ICR은 이자와 세금을 내기 전의 기업 이익을 이자 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1.5 미만이면 이자를 내기에도 벅찬 상황이다.
문제는 ICR이 1.5 미만인 기업이 발행한 장기채의 비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이던 2007년보다 높다는 것이다.
당시와 비교하면 중국은 21%포인트 높은 37%, 호주는 6%포인트 오른 27%, 인도는 30%포인트 상승한 43%를 기록하고 있다.
맥킨지는 이 비율이 25% 이상이면 전반적 부실 수준이 높고 20% 미만이면 낮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국은 이 비율이 20%로 2007년보다 2%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맥킨지는 말레이시아, 한국, 태국, 상가포르는 ICR이 3 미만인 기업들이 발행한 장기채 비율이 40% 이상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수준은 원금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는 형국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맥킨지는 한국과 호주의 가계부채가 지속하기 어려운 만큼 높은 수준으로 누적됐다는 점도 취약점으로 지적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는 호주가 123%, 한국이 97%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들어 호주에 가계부채를 면밀히 감시하라고 권고했고, 한국도 자체적으로 경계를 기울이고 있다.
중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는 51%이지만 2010년 이후 매년 20% 정도씩 급격히 증가한 만큼 우려 대상이다.
맥킨지는 은행 수익성이 떨어져 부실화 위험이 큰 비제도권 대출, 외화표시 채무가 증가한다는 점도 우려했다.
아시아 은행들의 평균 자기자본에 대한 수익률(ROAE)은 2010년 12.4%이던 것이 작년에 10%까지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국경을 넘나드는 자본의 흐름이 2007년 정점을 찍고 감소했으나 아시아 유입은 오히려 급증했다는 점도 불안 요소로 꼽혔다.
맥킨지의 IMF 자료 분석에 따르면 아시아 20개국으로 유입된 자본은 2017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의 고점을 돌파한 데 이어 작년 1조6천억 달러(약 1천900조원)에 달했다.
이 같은 추세는 아시아 금융시장이 외생변수에서 오는 충격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맥킨지는 "여러 여건이 누적돼 실제로 위기를 촉발할지는 지켜볼 일"이라면서도 "정부와 기업은 잠재적 위기 촉발 요인들을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금리변동 추세, 글로벌 경기 둔화, 지속적인 통상마찰 등을 위기에 불을 댕길 수 있는 악재로 지목했다.
현재 글로벌 경기는 미중 무역전쟁을 비롯해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통상마찰이 격화하는 가운데 둔화를 거듭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비와 투자를 저해하는 부채의 심각성이 클수록 경기둔화나 침체의 골이 깊고 기간도 길어진다고 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19일 '중간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전 세계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009년 이후 10년 만에 최저인 2.9%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