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강세속 재건축도 급매 소진되며 다시 올라…강동구 '입주 폭탄'에도 강세
상한제 시기 놓고 부처간 말 달라 시장 혼선, GTX 등 교통호재도 상승 영향
울산·대구 하락 멈춰 '지방도 바닥론' 솔솔…전문가 "기술적 반등 가능성"
정부의 민간택지내 분양가 상한제 시행 추진에도 불구하고 서울 집값 상승세가 잡히지 않고 있다.

상한제 도입계획이 발표된 이후 신축 등 기존 아파트값은 오름세가 이어지고, 하락하던 재건축 가격마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며 시장 불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서울의 집값 상승세는 광역급행철도(GTX) 등 각종 교통·개발 호재와 맞물려 수도권과 지방 등 전국으로 확산할 조짐까지 보인다.

전문가들 사이에는 앞으로 집값이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다시 안정될 것이라는 의견과 재건축을 제외한 일반 아파트값 강세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린다.

◇ "상한제 하나 안하나" 혼선에 서울 아파트값 전역이 상승세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는 추석 이후 전방위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한국감정원 조사 결과 지난주 서울 25개 구 가운데 보합을 기록한 관악구를 제외하고 24개구에서 아파트값이 상승했다.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엄포에도 불구하고 서울 아파트값은 12주 연속 강세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시기를 둘러싼 부처간 엇박자 연출, 각종 교통·개발 호재가 상한제 등 정부 규제의 효과를 반감시킨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면적 84.98㎡는 지난 7월 24억5천만원, 26억원에 팔린데 이어 8월에는 27억7천만원으로 매매가격이 올랐다.

현재 이 아파트 시세는 28억원 선으로, 두달 전 거래가와 비교해 최대 3억5천만원 상승했다.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분양가 상한제가 발표되면 아파트값이 내려갈 줄 알았는데 재건축만 일부 반짝 하락했을 뿐 기존 아파트는 오히려 반사이익을 보는 듯하다"며 "이 일대는 삼성역 일대 교통 호재와 서울시의 영동대로 지하 통합 개발계획 등도 집값 상승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9㎡는 지난달 28억5천만원에 거래된 후 이달 들어 31억9천만원에 실거래가 이뤄졌고, 129.9㎡도 지난달 41억8천만원에 팔린 뒤 현재 호가가 44억∼45억원으로 뛰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최근 아파트값 상승세는 신축뿐만 아니라 반포 래미안퍼스티지 등 지은 지 10년 이상 된 일반 아파트로 이어지고 있다.

강북의 신축 아파트도 초강세다.

입주 5년 차인 마포구 아현동 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는 최근 로열층이 15억2천500만원에 팔리는 등 현재 시세가 15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입주한 성동구 행당동 서울숲리버뷰자이 전용 84㎡도 지난달 중순 14억3천500만원, 이달 들어 15억1천500만원에 거래되는 등 상승세다.

성동구 행당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상한제로 새 아파트 희귀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금리도 떨어지면서 매수세가 따라붙고 있다"며 "추석 이후 집을 보러 오는 손님들이 더 늘었다"고 전했다.

최근 서울 집값 상승에는 분양가 상한제 여파로 떨어졌던 재건축 아파트값은 다시 상승한 영향이 크다.

상한제 시행 시기 등을 놓고 정부간 이견이 있는 듯한 모습이 연출되면서 급매물이 일제히 소진됐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2주 전보다 0.21% 상승하며 이달 들어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송파구 일대 중개업소에 따르면 잠실 주공5단지의 경우 이달 들어 거래가 20건 넘게 성사되며 현재 전용 76.49㎡의 시세가 19억∼20억원, 전용 82.51㎡는 21억∼22억3천만원까지 올랐다.

잠실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상한제 시행 시기를 놓고 부처 간에 다른 말이 나오다 보니 되레 매수자들이 조바심을 내며 급매물을 사들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전용 84.43㎡ 20억∼20억5천만원, 전용 76.69㎡가 18억∼18억5천만원으로 종전 최고가를 넘어섰다.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어차피 재건축이 오래 걸릴 것을 각오하고 장기투자에 들어가는 분위기"라며 "1주자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인 2년 거주를 채우기 위해 집을 팔거나 전세를 주지 않고 아예 집주인이 들어와서 사는 경우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당초 1만가구가 넘는 '입주 폭탄'으로 집값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던 강동구는 최근 상한제로 인한 신축 아파트 선호현상의 혜택을 톡톡히 받고 있다.

이달 말 5천가구에 육박하는 고덕동 그라시움의 입주를 앞두고 있는데도 현재 매매·전셋값이 모두 강세다.

고덕 그라시움 84㎡는 13억∼14억원, 인근 래미안힐스테이트고덕 전용면적 84㎡는 현재 12억∼13억5천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고덕동의 중개업소 대표는 "이 정도 입주 물량이면 집값이 일시적으로라도 하락하는 게 일반적인데 반대로 가격이 올라서 다들 놀라고 있다"며 "상한제 여파로 새 아파트값이 오를 것이라는 심리가 이상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 경기·인천도 GTX 등 개발 호재로 강세…지방도 바닥다지기 조짐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는 슬슬 경기도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감정원 조사 기준 경기도의 아파트값은 지난주까지 4주 연속 상승세다.

지난주 성남 분당구의 아파트값은 0.28% 올라 전주(0.13%) 대비 오름폭이 확대됐다.

분당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서울 강남이 뛰면 시차를 두고 분당도 강세를 보인다"며 "매수가 활발하진 않아도 집주인들이 호가를 높여 내놓고 있다"고 했다.

경기·인천 등 수도권은 특히 교통 등 자체 개발 호재로 집값이 뛰고 있다.

최근 집값이 강세인 구리, 인천 송도, 광명시 등은 광역급행철도(GTX)나 지하철 연장 등의 호재가 가격을 끌어올리는 형국이다.

구리시 수택동 럭키아파트는 1992년 준공한 노후 아파트임에도 전용 59㎡가 최근 역대 최고가인 3억2천만∼3억3천만원에 거래됐다.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서울 집값이 계속 오르고 있는 데다 지하철 8호선 연장 확정 등 교통 호재도 있다 보니 낡은 서민 아파트에도 매수자들이 몰린다"고 말했다.

인천 연수구 송도동 더샵센트럴파크2차 전용 146㎡도 지난 5월 12억5천만원에 팔렸으나 이달 초에는 12억8천만원에 거래되는 등 최근 넉 달 새 3천만∼5천만원가량 상승했다.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GTX-B노선이 예비타당성을 통과했고, 최근 분양한 더샵센트럴파크 3차에 청약 열풍이 불어닥친 것들이 도화선이 돼 집값이 상승세로 돌아섰다"고 평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한 온갖 규제를 펼치면서도 신도시·GTX 건설, 지하철 연장 각종 개발 호재를 동시에 내놓아 되레 집값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달 들어서는 지방 아파트값도 긴 하락을 멈추고 바닥을 다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감정원 조사 결과 조선 경기 침체 등으로 2년6개월 간 긴 하락세를 보이던 울산 아파트값이 지난주 하락을 멈추고 보합 전환했다.

대구도 지난주 0.01% 올라 작년 12월 말 이후 38주 만에 상승 전환하는 등 전반적으로 지방 집값도 하락세가 둔화한 모습이다.

이런 영향으로 지난주 전국 아파트값은 작년 11월 첫째주 이후 10개월여 만에 하락세를 멈췄다.

◇ 전문가 "집값 전방위 확산 가능성은 낮아, 상한제 지켜봐야"
전문가들은 그러나 일단 집값 상승세가 전국에 걸쳐 전방위로 확산할 가능성은 작다고 내다본다.

저성장, 저물가 시대에 집값만 나홀로 상승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허윤경 주택도시연구실장은 "최근 지방 집값이 하락세를 멈춘 것은 그간 장기침체에 따른 기술적 반등으로도 볼 수 있다"며 "수도권도 일부 교통 호재나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호재로 강세를 보일 수 있으나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도 있는 만큼 지난해와 같은 과열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도 변수다.

이르면 내달 중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될 경우 당장 일반분양을 앞둔 재건축·재개발 단지들이 다시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시중에 막대한 유동자금이 풀려 있고 최근 청약시장이 과열된 가운데 일반 아파트값이 동반 하락할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내년부터 본격화할 3기 신도시 등 막대한 보상비도 시장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상한제로 재건축 가격이 다시 하락하면 일반 아파트값도 일정부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당장은 분양가 상한제가 연말까지 집값 향배를 가르는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