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3박5일 간의 미국 뉴욕 순방 일정을 시작했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재가동하기 위한 시험대에 재차 올라섰다는 평가다. 미·북 실무협상을 견인할 한·미 정상회담부터 국제 사회의 지지를 이끌어낼 유엔총회 기조 연설까지 빼곡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이날 오전 서울공항을 출발해 미국 뉴욕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한국시간으로 24일 오전(현지시간 23일 오후)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정을 비운 채 막바지 점검을 벌였다.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취임 후 9번째다.

지난 6월 말 판문점에서 성사된 남북미 정상의 깜짝 만남 이후 지지부진한 비핵화 프로세스가 3개월만에 다시 꿈틀대기 시작한 셈이다. 애초 올해 유엔 총회에 이낙연 국무총리가 대신 참석하는 방안이 검토됐지만 미·북 실무협상이 재개되면서 문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유엔총회 기조연설’로 이어지는 일정을 통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국제사회 지지를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이번 연설을 통해 북한의 체제 보장에 대한 공감대를 이끌어낼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건 청와대 평화기획비서관은 지난 19일 순방 일정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협력 방안에 대해 협의하고, 한미동맹을 더욱 공고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과 역내 현안에 대해서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대북 제제’와 ‘체제 보장’ 부문에서 일정 성과를 거두기 위해 문 대통령이 기조연설 직전 진행되는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답변을 이끌어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은 오랜 고립에서 스스로 벗어나 다시 세계 앞에 섰다”며 “이제 국제사회가 북한의 새로운 선택과 노력에 화답할 차례”라고 강조했다.

다만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로 한·미 군사협력 관계가 다소 어색해진 상황에서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난제로 남아있다. 과도한 방위비 부담을 비롯해 대미(對美) 투자 요구까지 ‘트럼프의 청구서’가 날아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 당시 “한국이 미국의 전투기와 미사일 등 여러 군사장비 구매를 결정할 것”이라며 우리 정부의 미국산 무기 구입을 여러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희박하게나마 기대가 점쳐졌던 한·일 정상회담은 끝내 불발됐다. 한·미·일 3국 정상 간의 만남 역시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청와대는 방미일정 브리핑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언급하지 않았다. 일본 현지 언론 역시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한·일 양국 정부가 한일정상회담 보류 방침을 굳혔다고 보도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일본 정부가 거듭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상 간 만남이 이뤄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얘기가 순방 직전부터 흘러나왔다. 지난 6월 오사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부터 이번 유엔총회까지 한·일 정상 간의 대화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양국 갈등이 상당시간 지속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대신 문 대통령은 방미 기간에 폴란드·덴마크·호주 정상 등과 회담한다. 문 대통령은 우선 한국시간으로 24일 오전(현지시간 23일 오후)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인 폴란드의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회담을 하고, 같은 날 덴마크 메테 프레데릭센 총리도 만난다. 25일(현지시간 24일)에는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마주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반도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이 절실하다"며 "중견국들과의 공조 강화로 협력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24일(현지시간 23일_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의 면담, 25일(현지시간 24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접견 등도 예정돼있다.

뉴욕=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