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시설이 피격된 지 1주일 만에 미국이 이란에 강경한 금융 제재를 가하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평화안을 유엔에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사우디 석유 시설 드론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예멘 후티 반군은 사우디에 휴전을 제안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원유 수송로인 걸프 해역 입구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을 보장하는 구상을 유엔에 제안하겠다고 22일 밝혔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날 제39주년 성전(이란-이라크전) 기념일을 맞아 테헤란에서 열린 군 열병식에 참석해 “올해 유엔 총회에서 우리는 세계에 ‘희망의 동맹’이라는 구호가 담긴 ‘호르무즈 평화 구상’을 제안할 것”이라고 연설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23일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으로 떠난다.

미국이 이란의 위협을 이유로 동맹국과 ‘호르무즈 호위 연합’이라고 불리는 군사 동맹체를 결성하려는 데 대응하고 석유 수송의 요충인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 구상은 페르시아만(걸프 해역)과 오만해,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과 다른 중동 국가가 협력해 안보를 제공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며 “외국 군대(미군)의 주둔은 해상·에너지 안보뿐 아니라 중동을 위험에 처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미국은 사우디 피격 배후로 의심되는 이란을 압박하기 위해 이란 중앙은행과 국부펀드에 최고 수준의 금융 제재를 단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 백악관에서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의 양자회담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조치는 한 국가에 부과된 가장 높은 수준의 제재”라며 “이란의 최고위층에까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란은 세계 제일의 테러 국가”라며 “그들이 해야 할 일은 테러를 멈추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흐디 알마샤트 후티 반군 최고정치위원회 의장은 같은 날 TV로 중계된 성명에서 “사우디와 동맹국들이 공격을 중단한다면 우리도 사우디에 대한 공격을 끝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예멘의 모든 당사자는 국민 화합을 위해 협상에 참여해달라”며 “만약 우리 제안에 응하지 않으면 또 다른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사우디 정부는 “우리는 상대의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판단한다”며 후티 반군 제안의 진의를 의심하고 있다. 작년 12월 예멘 정부와 후티 반군이 스웨덴에서 합의한 ‘호데이다 휴전안’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후티 반군은 사우디 석유 생산시설을 마비시킨 드론 공격을 자신들이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사우디는 피격에 사용된 무기가 모두 이란산이라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미국도 이란을 공격 배후로 꼽고 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