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김삿갓 논쟁'…돈과 조국, 어느 것이 더 아름답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금융분야로 번진 '日 불매운동'
日 부동산펀드는 나홀로 매수세
최근 한 달 사이 600억원 몰려
다가오는 '아베노믹스의 종말'
환차익 노린 세력 엔高에 베팅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日 부동산펀드는 나홀로 매수세
최근 한 달 사이 600억원 몰려
다가오는 '아베노믹스의 종말'
환차익 노린 세력 엔高에 베팅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돈이 조국(祖國)보다 아름답나?” 요즘 들어 돈이 몰리면서 우리 국민의 불매 운동을 외면하고 있는 일본 부동산 펀드 가입자를 놓고 벌어지는 현대판 ‘김삿갓 논쟁’이다. 김삿갓 논쟁이란 조선시대 후기 방랑 시인인 김병연이 권력층과 기득권층에 던진 뼈아픈 언행을 놓고 벌이는 갑론을박을 말한다.
당초 용두사미로 끝날 것으로 봤던 우리 국민의 불매 운동은 갈수록 세(勢)를 얻어가는 추세다. 지난달 일본 방문 관광객은 1년 전에 비해 무려 45%나 급감했다. 여름 휴가철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관련 업체가 체감한 감소폭은 더 컸다. 닛산자동차 등 한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의 철수설도 잇따르고 있다.
해외에서도 불매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 각국, 호주, 뉴질랜드, 브라질 등 지역적으로 광범위하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당시 ‘금 모으기 운동’에 이어 오랜만에 우리 국민이 애국심으로 똘똘 뭉쳐 나라 안보다 나라 밖에서 활발하게 운동을 전개하면서 일본 국민뿐만 아니라 세계인이 놀라고 있다.
일본 제품 안 사기로 시작된 불매 운동이 이제는 금융 분야로까지 확산하는 분위기다. 일본 주식형 펀드에서의 자금 이탈세가 심상치 않다. 이탈 규모가 일본의 수출 통제 이전의 2배에 달한다. 최근 한 달간 이탈한 자금이 100억원을 넘는다. 수익률도 아르헨티나 사태가 발생한 중남미에 이어 꼴찌에서 두 번째다.
하지만 일본 부동산 펀드만큼은 돈이 몰리고 있어 우리 국민의 불매 운동을 무색하게 할 정도다. 최근 한 달 동안 6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이 몰렸다. 같은 기간 해외 부동산 펀드에 들어온 자금이 10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60%에 달하는 규모다. 수출 통제 이전에는 볼 수 없던 현상이라 더 이해되지 않고 말이 많다.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이유는 있다. 저금리 시대의 빠른 반작용이다.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 선진국의 예금 금리는 마이너스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에도 조만간 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너스 금리 시대에 예금을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은 배당을 많이 주는 주식과 관련 금융상품, 그리고 리츠다.
중요한 것은 불매 운동 적극 지지층으로부터 ‘매국노’라는 비판까지 받고 있는 일본 부동산 펀드 가입자가 과연 얼마나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환투기 세력은 엔화 약세보다 강세에 베팅하고 있어 대조적이다. 수익률 결정에 가장 큰 요인인 일본 경기의 앞날을 달리 보고 있다는 의미다.
1990년대 이후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것은 배리 아이컨그린 미국 UC버클리 교수가 지적한 ‘엔고(高)의 저주’가 주요인이다. 특정국 경기가 침체되면 해당국 통화 가치는 약세가 돼야 수출이 늘어나고 경기가 살아날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은 엔화 가치가 강세가 돼 경기가 더 침체됐다.
경기 실상과 통화 가치가 따로 노는 악순환 국면을 차단해 일본 경기를 회복시킨 최후 방안이 하마다 고이치 미국 예일대 명예교수의 권고를 받아들인 ‘아베노믹스’다. 2012년 말부터 아베 신조 정부는 발권력까지 동원해 인위적으로 엔저를 유도, 즉 환율을 조작해 경기를 부양해왔고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미국의 환율 조작 경고로 더 이상 아베노믹스를 추진하지 못할 경우 엔화 가치는 종전대로 강세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환투기 세력은 바로 이 점을 노린 것이다. 1985년 플라자 협정 이후 엔화 강세에 베팅해 3배 이상 환차익을 거뒀던 ‘유포리아 회상’도 가세했다.
아베노믹스처럼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던 기대가 무너지면 가장 먼저 나타나는 것은 정책당국이 어떤 신호를 보낸다 하더라도 국민이 더 이상 반응하지 않는 ‘좀비 현상’이다. 1990년 이후 20년 이상 지속된 장기 침체 과정에서 일본은 좀비 현상이 얼마나 무서운지 뼈저리게 경험했다.
좀비 현상이 반복되면 비이성적인 행동이 나타난다. 경제에서 비이성적인 행동은 자신의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 내가 하면 옳고 남이 하면 잘못됐다고 보는 ‘내로남불 사고’다.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 조치가 대표적인 사례다. 일본 부동산 펀드 가입자에게 놓여 있는 앞날이다.
돈이 조국보다 아름다울 수는 없다. 내가 태어나고 자라고 묻혀야 할 조국을 돈과 비교하는 그 자체가 잘못된 일이다. 조국이 어려울 때 우리 국민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는 불매 운동에 동참하는 것이 바람직한 자세다. 안타까운 것은 듣기만 해도 가슴 설레는 이 ‘조국’이란 말을 마음 놓고 얘기하지 못하는 지금의 현실이다.
당초 용두사미로 끝날 것으로 봤던 우리 국민의 불매 운동은 갈수록 세(勢)를 얻어가는 추세다. 지난달 일본 방문 관광객은 1년 전에 비해 무려 45%나 급감했다. 여름 휴가철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관련 업체가 체감한 감소폭은 더 컸다. 닛산자동차 등 한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의 철수설도 잇따르고 있다.
해외에서도 불매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 각국, 호주, 뉴질랜드, 브라질 등 지역적으로 광범위하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당시 ‘금 모으기 운동’에 이어 오랜만에 우리 국민이 애국심으로 똘똘 뭉쳐 나라 안보다 나라 밖에서 활발하게 운동을 전개하면서 일본 국민뿐만 아니라 세계인이 놀라고 있다.
일본 제품 안 사기로 시작된 불매 운동이 이제는 금융 분야로까지 확산하는 분위기다. 일본 주식형 펀드에서의 자금 이탈세가 심상치 않다. 이탈 규모가 일본의 수출 통제 이전의 2배에 달한다. 최근 한 달간 이탈한 자금이 100억원을 넘는다. 수익률도 아르헨티나 사태가 발생한 중남미에 이어 꼴찌에서 두 번째다.
하지만 일본 부동산 펀드만큼은 돈이 몰리고 있어 우리 국민의 불매 운동을 무색하게 할 정도다. 최근 한 달 동안 6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이 몰렸다. 같은 기간 해외 부동산 펀드에 들어온 자금이 10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60%에 달하는 규모다. 수출 통제 이전에는 볼 수 없던 현상이라 더 이해되지 않고 말이 많다.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이유는 있다. 저금리 시대의 빠른 반작용이다.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 선진국의 예금 금리는 마이너스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에도 조만간 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너스 금리 시대에 예금을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은 배당을 많이 주는 주식과 관련 금융상품, 그리고 리츠다.
중요한 것은 불매 운동 적극 지지층으로부터 ‘매국노’라는 비판까지 받고 있는 일본 부동산 펀드 가입자가 과연 얼마나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환투기 세력은 엔화 약세보다 강세에 베팅하고 있어 대조적이다. 수익률 결정에 가장 큰 요인인 일본 경기의 앞날을 달리 보고 있다는 의미다.
1990년대 이후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것은 배리 아이컨그린 미국 UC버클리 교수가 지적한 ‘엔고(高)의 저주’가 주요인이다. 특정국 경기가 침체되면 해당국 통화 가치는 약세가 돼야 수출이 늘어나고 경기가 살아날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은 엔화 가치가 강세가 돼 경기가 더 침체됐다.
경기 실상과 통화 가치가 따로 노는 악순환 국면을 차단해 일본 경기를 회복시킨 최후 방안이 하마다 고이치 미국 예일대 명예교수의 권고를 받아들인 ‘아베노믹스’다. 2012년 말부터 아베 신조 정부는 발권력까지 동원해 인위적으로 엔저를 유도, 즉 환율을 조작해 경기를 부양해왔고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미국의 환율 조작 경고로 더 이상 아베노믹스를 추진하지 못할 경우 엔화 가치는 종전대로 강세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환투기 세력은 바로 이 점을 노린 것이다. 1985년 플라자 협정 이후 엔화 강세에 베팅해 3배 이상 환차익을 거뒀던 ‘유포리아 회상’도 가세했다.
아베노믹스처럼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던 기대가 무너지면 가장 먼저 나타나는 것은 정책당국이 어떤 신호를 보낸다 하더라도 국민이 더 이상 반응하지 않는 ‘좀비 현상’이다. 1990년 이후 20년 이상 지속된 장기 침체 과정에서 일본은 좀비 현상이 얼마나 무서운지 뼈저리게 경험했다.
좀비 현상이 반복되면 비이성적인 행동이 나타난다. 경제에서 비이성적인 행동은 자신의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 내가 하면 옳고 남이 하면 잘못됐다고 보는 ‘내로남불 사고’다.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 조치가 대표적인 사례다. 일본 부동산 펀드 가입자에게 놓여 있는 앞날이다.
돈이 조국보다 아름다울 수는 없다. 내가 태어나고 자라고 묻혀야 할 조국을 돈과 비교하는 그 자체가 잘못된 일이다. 조국이 어려울 때 우리 국민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는 불매 운동에 동참하는 것이 바람직한 자세다. 안타까운 것은 듣기만 해도 가슴 설레는 이 ‘조국’이란 말을 마음 놓고 얘기하지 못하는 지금의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