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노르웨이가 부럽다
노르웨이는 1905년 스웨덴에서 독립할 때 춥고 척박한 땅밖에 가진 게 없었다. 1969년 해저 유전이 발견된 뒤 스웨덴을 뛰어넘어 북유럽 최고의 ‘슈퍼리치 국가’가 됐다. 지난해 기준 1인당 국민소득은 8만2700달러로 세계 4위다. 베네수엘라 등 많은 나라가 유전 때문에 ‘자원의 저주’를 겪은 것과 대조적이다.

이 나라의 성공 비결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오일펀드’다. 정부는 자원에서 얻은 부를 허투루 쓰지 않고 국부펀드를 조성했다. 인플레이션을 막고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해외에만 투자하는 원칙을 세웠다. 최소 10년 후를 내다보는 장기 투자, 지역과 산업 규모에 맞는 분산 투자, 주식과 채권의 7 대 3 비율 유지 등의 세부 지침도 정했다.

그 결과 20년간 연평균 6%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이를 교육과 의료 등에 활용함으로써 ‘살기 좋은 나라’ 1위에 올랐다. 인근 네덜란드가 1959년 가스전 발견 이후 자원에 의존하다 ‘네덜란드병’으로 곤욕을 치른 것과 확연히 다르다. 현재 노르웨이의 투자 자산은 약 1조달러(약 1188조원)다. 530만 명의 국민 숫자로 나누면 1인당 2억원이 넘는다.

월스트리트저널의 북유럽 특파원을 지낸 클레멘스 봄스도르프는 <노르웨이처럼 투자하라>에서 “노르웨이 국부(國富)의 원천은 자원을 금융자산으로 바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산업과 세금·공시 투명성이 높은 기업 등에 장기투자한 데서 나왔다”고 분석했다. 이런 방식은 각국 연기금의 귀감이 됐다.

노르웨이의 경쟁력은 지속적인 감세정책과 민영화, 산업 구조 개편에 힘입어 전기차 등 신기술 분야로 확산하고 있다. 올 상반기 전기차 판매 비중은 34.2%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2040년까지 모든 국내선 항공기를 전기비행기로 바꾼다는 목표 아래 전기비행기 시험 운항까지 나섰다.

노르웨이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80.8달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아일랜드(88.0달러)에 이은 2위다. 한국(34.3달러)보다 두 배 이상 높다. 내수가 워낙 호황이어서 올 들어 기준금리를 잇달아 올리고 있다. 세계적인 금리 인하 추세와 반대로 경기 과열을 걱정해야 할 정도다. 올해 경제성장률도 2.7%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부족한 자원과 낮은 노동생산성에 성장률 전망치까지 뚝뚝 떨어지는 우리로서는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