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유력 속 대표 인선 난항 가능성…외교부 "차기회의는 새 대표가"
'대폭 인상' 美공세 맞서 의도적 '지연 전략' 가능성도
새 대표도 없이 시작된 방위비협상…인선 난항?·협상 전략?
정부가 내년 이후 한국이 부담하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규모를 정할 제11차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에 나설 대표도 인선하지 못한 채 첫 회의에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외교부는 11차 SMA협상이 서울에서 24∼25일 열리며, 여기에는 10차 SMA 협상을 이끌었던 장원삼 대표가 수석대표로 나선다고 23일 밝혔다.

새 협상에 직전 협상 대표가 나서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장원삼 대표가 11차 협상을 끝까지 책임지는 것도 아니다.

그는 뉴욕 총영사로 내정돼 조만간 부임할 예정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현재 새 협상대표에 대한 인선 절차가 마무리 단계"라며 "차기 회의부터는 새 대표가 임명돼 협상을 총괄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 협상대표로는 기획재정부 출신의 정은보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정부가 새로 대표를 임명할 절대적 시간이 부족했던 것은 아니다.

지난 3월 10차 협상에 대한 서명이 이뤄지자마자 이르면 상반기에 11차 협상이 시작될 수 있다는 관측이 있었던데다, 적어도 한 달쯤 전에는 9월 말에 새 협상이 시작될 것이라는 점이 기정사실로 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새 대표를 임명하지 못한 것과 관련, 정은보 전 부위원장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막판에 문제가 생겼거나 다른 유력 후보가 부상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외교가에서는 최소 일주일 전부터 이미 장원삼 대표가 첫 회의를 이끌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는 점에서 '돌발 상황'은 아닐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일주일이면 충분히 새 대표를 임명할 수 있는 시간임에도 정부가 오히려 새 대표 인선을 서두르지 않는 분위기였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따라서 정부가 새 대표를 선임하지 않고 11차 협상의 첫 회의에 임한 것이 일종의 협상 전략일 가능성도 강하게 제기된다.

미국은 첫 회의부터 방위비 분담금 규모를 대폭 확대하기 위해 공세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큰데, 정부가 여기에 맞대응하기보다는 새 대표 인선을 미루면서 일종의 '김 빼기', 혹은 '지연 작전'에 나섰을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데드라인'이 있다.

내년 적용을 위해선 원칙적으로는 연내에 협상을 마무리해야 하고, 주한미군에서 일하는 한국인 근로자 임금 지급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으려면 아무리 늦어도 2월 말까지는 협상을 타결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구상처럼 방위비 분담금 규모를 대폭 확대하기 위해선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 등 현재 3가지인 분담금 항목에 '작전지원' 항목을 추가해야 하는 등 논의해야 할 부분이 많다.

따라서 한국 입장에선 시간이 촉박할수록 협상의 방향이 '항목 추가'보다는 '총액 소폭 인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협상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급한 건 미국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이번 첫 회의는 향후 전개될 협상의 준비작업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양국은 조속한 협상 개시가 필요하다는 공감 하에 이번 협의 일정에 합의했다"면서 "이번 회의를 통해 앞으로 차기 협상대표간 협상이 건설적인 방향으로 이뤄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이 일부러 협상을 지연시키려는 것처럼 보이면 '동맹국과 협상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는다'는 비판 여론이 제기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