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 부상 등 피해 283건 11억여원 잠정집계
[르포] 지붕 날아가고 울타리 부서지고…태풍 지나간 포항
"손이 떨리고 가슴이 떨려서 아무것도 못하겠어요.

지붕이 날아와 떨어질 때 거기 있었으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
23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성곡리에서 만난 한 주민은 흥분한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성곡리에서는 17호 태풍 '타파'가 몰고 온 강풍 영향으로 집 2채의 금속 재질 지붕이 날아갔다.

이 지붕은 천장에 물이 새는 현상을 막기 위해 양옥 형태 집 옥상에 설치한 것이다.

22일 오후 7시께 강한 바람을 견디지 못한 지붕이 날아가면서 이웃집 지붕이나 나무를 부수고 전깃줄과 전신주를 파손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지붕이 날아간 집이나 지붕으로 피해를 본 집 주민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이웃집 지붕이 날아와 나무와 집 일부가 부서진 성곡리 주민은 "혼자 있으니 겁이 나서 애들이 사는 인근 지역에 가 있었으니 망정이지 집에 있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며 "지붕이 떨어진 곳이 몇 시간 전에 차를 세워둔 곳이어서 차도 파손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도 밖에 나와 길 중간에 떨어진 지붕을 보며 한마디씩 했다.

또 다른 지붕은 도로 옆 논에까지 날아갔다.

이 마을에는 강풍 영향으로 벼가 여기저기 넘어져 있었다.

한 주민은 "벼 넘어진 것은 둘째 문제고 얼마나 바람이 심하게 불었는지 끔찍하다"고 말했다.

[르포] 지붕 날아가고 울타리 부서지고…태풍 지나간 포항
이곳에서 동북쪽에 있는 흥해읍 용한리 영일만3일반산업단지도 피해가 컸다.

바닷가에 자리 잡은 이곳 한 공장은 지붕 패널이 날아가거나 일그러져 있었고 또 다른 공장은 철구조 울타리가 파손돼 있었다.

주변 도로는 공장에서 날아온 듯한 금속 재질 판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방풍림으로 심어놓은 어린나무도 곳곳에서 꺾여 태풍 위력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차를 돌려 도착한 포항 북구 두호동 해변은 태풍으로 바닷속이나 바위 등에서 밀려 나온 해초로 잔뜩 뒤덮였다.

물고기를 잡는 통발도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두호동에는 너울성 파도에 방파제 역할을 하는 시설물이 파손됐고 어촌계회관에는 물이 들어찼다.

어촌계원들은 오전부터 나와 삽과 갈퀴 등을 이용해 해초를 모으고 주변을 청소하느라 분주했다.

바로 옆 포항해양경찰서 두호출장소의 직원들도 출장소 마당에 들어온 해초를 걷어내느라 바삐 움직였다.

한 두호동 어촌계원은 "해변에 해초가 떠밀려오는 일은 자주 있어도 이처럼 어촌계회관까지 물이 들어오는 일은 드문데 이번에는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해초를 모아 어느 정도 물을 빼낸 뒤 처리할 예정이다.

두호동과 환여동을 잇는 해안도로는 여전히 거센 파도가 방파제용 콘크리트 덩어리인 테트라포드를 강하게 때리면서 도로까지 넘어왔다.

파도가 워낙 거세게 치다가 보니 바닷물이 거품으로 변해 주변을 날아다니는 진풍경도 자아냈다.

떠밀려온 해초 가운데 바닷가에서 먹을거리로 애용하는 청각을 주민이 건져내는 모습도 보였다.

남구 장기면 논에서도 벼가 넘어진 곳이 많았고 북구 신광면 밭에서는 수확을 앞둔 배가 떨어진 곳이 더러 있었다.

흥해읍에 있는 일부 시설하우스도 파손됐다.

포항시는 23일 오후 2시 현재 이번 태풍으로 4명이 다치고 차 3대가 침수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또 건물 2채가 전파(모두 파손), 건물 10채가 반파(절반 파손), 7채가 침수 피해를 봤다.

농경지 5만㎡가 매몰됐고 가로등과 신호등 23개가 파손됐다.

시는 피해가 283건으로 11억4천600만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황병기 포항시 도시안전국장은 "아직 집계하고 있기 때문에 피해액이나 피해 건수는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르포] 지붕 날아가고 울타리 부서지고…태풍 지나간 포항
[르포] 지붕 날아가고 울타리 부서지고…태풍 지나간 포항
[르포] 지붕 날아가고 울타리 부서지고…태풍 지나간 포항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