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국내 증시에 다소 온기가 돌고 있지만 여전히 미·중 무역분쟁, 한·일 경제전쟁 등 불확실성이 적지 않아 좀처럼 상승 탄력을 받지 못한 채 불안한 장세가 계속되는 모습이다. 자산운용업계에서도 이처럼 불안해하는 투자자 수요를 잡기 위해 변동성은 낮추되 은행 금리에다 ‘플러스 알파’ 수익률까지 기대할 수 있는 ‘중위험 중수익’ 펀드를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출시 잇따르는 ‘중위험 중수익’ 펀드

KB자산운용은 23일 회사에서 운용 중인 다양한 중수익 관련 모펀드에 분산 투자해 변동성을 줄인 ‘KB베스트모아드림’ 펀드를 출시했다고 발표했다. 이 펀드는 회사 운용 모펀드(총 12개)를 ‘포커스’(7개)와 ‘엣지’(5개) 등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눠 시장 상황에 따라 비중을 조정하는 방식을 쓴다. 포커스는 이자 배당 등 현금흐름이 발생하는 인컴펀드나 부동산 등 대체자산 펀드로 구성돼 시장과 관련성이 낮다. 엣지는 반대로 국내외 주식, 채권 등 시장 영향이 큰 자산으로 이뤄져 강세장에서 플러스 알파 수익을 추구한다. KB운용 관계자는 “모펀드를 활용해 포트폴리오 효과를 내는 일반적인 재간접펀드는 운용보수가 이중으로 부과되지만 KB베스트모아드림펀드는 자체 모펀드를 활용하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 수수료 비용도 크게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KB운용은 지난 11일 미국 유럽 일본 호주 등의 리츠(부동산투자회사)에 분산 투자하는 ‘KB글로벌코어리츠’ 펀드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 펀드도 특정 국가나 권역에 집중하기보다 미국(50%) 유럽(20%) 일본(8%) 호주(7%) 등으로 다각화함으로써 글로벌 포트폴리오 효과를 통해 변동성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평가다.

다른 운용사들도 잇따라 이 같은 중위험 중수익 펀드를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2일 미국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에 분산 투자하는 ‘신한BNPP글로벌밸런스EMP’ 펀드를 선보였다. 미국 국채, 글로벌 우량 회사채, 미국 달러, 금, 저변동성 주식, 글로벌 기업 주식 등 6개 핵심 자산에 골고루 투자한다. 한 번의 펀드 가입만으로 다양한 글로벌 자산에 투자하고, 전문가의 자산 배분 전략에 따라 알아서 리밸런싱(편입 비중 재조정)이 이뤄진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도 이달 초 회사채, 금융채 등 우량 채권과 국공채 등에 분산 투자하는 ‘한국투자중기우량채(채권)’ 펀드를 출시했으며 얼라이언스번스틴(AB)자산운용 역시 지난달 말 미국 국채 및 하이일드 채권 등 달러 표시 채권에 투자하는 ‘AB미국인컴’ 펀드를 선보였다.

“살아나는 위험 선호…대세는 아냐”

전문가들은 이 같은 중위험 중수익 펀드가 향후 대세로 자리잡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도 약세장일 때마다 이 같은 글로벌 자산 배분 및 채권형 펀드가 주목받았지만 증시가 한 번 상승 탄력을 받으면 결국 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 자금이 대거 이탈하곤 했다”며 “미·중 무역분쟁이나 한·일 경제전쟁 등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적지 않아 당분간은 빛을 보겠지만 대세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최근 글로벌 증시 반등장이 펼쳐지자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북미 주식형 펀드에 지난 2주간 383억달러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