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23일 오전 전남 나주시 노안면의 한 집단 돼지 사육 마을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예방을 위해 뿌린 석회와 소독약품 등이 태풍 '타파'의 영향으로 휩쓸려가, 다시 생석회를 뿌리는 등 방역 작업이 한창이다. 사진=연합뉴스
2019년 9월 23일 오전 전남 나주시 노안면의 한 집단 돼지 사육 마을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예방을 위해 뿌린 석회와 소독약품 등이 태풍 '타파'의 영향으로 휩쓸려가, 다시 생석회를 뿌리는 등 방역 작업이 한창이다. 사진=연합뉴스
네번째입니다.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말입니다.

9월 24일 농림축산식품부는 경기 파주 적성면 한 돼지농가에서 신고된 의심신고 정밀검사 결과 양성으로 최종 확진됐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농장 주인은 하루 전인 23일 어미돼지 3마리가 유산을 하는 등 아프리카 돼지열병 의심증상을 보여 파주시에 신고했습니다.

9월 17일 우리나라 첫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발생한 파주 연다산동 농가에서 불과 6.9km 떨어진 농장입니다. 17일 이후 국내 발생 건수는 24일 현재까지 4건으로 늘어났습니다. 18일 2차 확진 경기 연천 백학면, 23일 3차 경기 김포 통진읍, 그리고 다시 24일 파주 적성면으로 확산 중입니다.

특히 23일 김포 3차 확진은 한강 이남이 뚫렸다는 점에서 우려가 높습니다. 방역당국이 그토록 막고자했던 한강 아래 전염의 신호탄일 수 있어서입니다. 최대 19일에 달하는 잠복기를 감안할 때 이미 경기 남부를 넘어 한반도 전역이 ASF 손아귀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최악 시나리오도 나옵니다.

백신도, 치료제도 없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확산. 일반 시민들은 이 사태의 파장을 돼지고기 가격으로 피부로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18일 2차 연천군 발생 이후 안정세를 보이던 돼지고기 가격이 다시 급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전국 돼지 이동중지 명령에 이어, 도축 금지, 여기에 살처분 돼지가 늘어나면 돼지고기 가격을 뛸 수 밖에 없습니다. 돼지고기 가격을 1차 결정하는 경매가격, 즉 경락가부터 뛰기 때문입니다.

일선 마트나 정육점 삼겹살 가격은 이미 뛰고 있습니다. 4차까지 발생한 국내 아프리카 돼지열병, 돼지고기 가격은 얼마나 뛴 것일까요. 돼지 살처분도 늘어나고 있는데, 그 규모는 과연 얼마나 될까요. 뉴스래빗이 역대 국내 돼지고기 경락가 데이터와 국내 돼지 사육두수 데이터로 #팩트체크 해봅니다.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수시로 해외 가축전염병 발생 동향을 공개한다. 구제역(FMD),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이 언제, 어떤 나라에서 발생했는지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발생 사실 뿐 아니라 감염 개체 수, 살처분·매장 등 처리 방식별 개체 수 등 전염병 처리 과정도 함께 적혀 있다. 뉴스래빗은 최근 국내에 발생한 ASF의 전세계 발생 현황을 시각화했다.

ASF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돼지고기 가격 정보도 함께 분석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일별로 공개하는 돼지 경락가격 정보를 활용했다. 식탁에 오르는 돼지는 가공 방식에 따라 탕박과 박피로, 성별에 따라 암컷과 수컷으로, 등급에 따라 1+, 1, 2등급으로 나뉜다. 뉴스래빗은 이 중 국내 유통 돼지고기의 97%를 차지하는 탕박 돼지고기를 대상으로 한 전국 평균치를 활용했다.

2019년 9월 24일 오전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확진된 경기도 김포시 통진읍 한 양돈농장에서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돼지들을 살처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9년 9월 24일 오전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확진된 경기도 김포시 통진읍 한 양돈농장에서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돼지들을 살처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FACTCHECK 1. 돼지값, 얼마나 많이 올랐어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영향으로 돼지고기 가격이 치솟았습니다.


2019년 9월 18일 전국 평균 ㎏당 6030원으로 급등한 경락가격은 19일 6048원까지 올랐습니다. 올해 최고가입니다. '경락가격'은 경매 방식으로 거래되는 돼지고기가 낙찰된 1kg당 가격을 뜻합니다. 도매 돼지고기는 가공 방식에 따라 탕박과 박피 두 가지로 나뉘는데요. 뉴스래빗은 전체 돼지고기의 97%를 차지하는 '탕박'만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2019년 9월 19일 기록한 6048원은 최근 6년 중에서도 3번째로 높은 가격입니다. 2015년 9월 20일(㎏당 6108원), 2015년 5월 21일(㎏당 6106원) 바로 다음입니다. 뉴스래빗이 최근 6년, 2013년 7월 1일부터 2019년 9월 20일까지의 돼지 경락가격을 모두 모아 분석한 결과입니다.

현재 돼지고기 경매가는 2015년 역대 최고가인 6108원 턱밑입니다. 불과 60원 차이 밖에 안납니다. 19일 경매가는 2차 발생 직후 가격입니다. 23일 3차, 24일 4차 발생 여파는 아직 경매가에 반영되지도 않았습니다.

경매는 매일매일 진행되지만, 3차 4차 확진 이후 전국 가축은 또 이동중지명령을 받았습니다. 이동이 금지되면 경매물량이 적어집니다. 돼지고기 공급 자체가 줄기 때문에 삼겹살, 목살, 항정살 등 소비가 많은 돼지고기 부위 가격은 더 뛸 수 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살처분 돼지 수가 늘어날 수록 공급량은 더 줄죠.
김포 한 양돈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확진 판정된 9월 23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통진읍 가현리 해당 양돈농장 앞에서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돼지 살처분에 사용할 것으로 추정되는 생석회를 옮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포 한 양돈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확진 판정된 9월 23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통진읍 가현리 해당 양돈농장 앞에서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돼지 살처분에 사용할 것으로 추정되는 생석회를 옮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FACTCHECK 2. 돼지 가격 왜 뛰나요?
돼지고기 경락가가 높았던 날들의 원인을 살펴볼까요.


가격이 역대 가장 높았던 날은 2015년 9월 20일입니다. 이날 전국 평균 경락가는 6108원. 심지어 2015년 9월은 경락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이던 시기입니다. 확실한 건 이 날 돼지 수효(경매에 나온 돼지 수)가 다른 날 대비 현저히 적었다는 점입니다.
돼지고기 가격이 특별한 사건의 영향을 받아 올라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 6년 중 두 번째로 높았던 2015년 5월 21일이 그렇죠.

이 시기에 구제역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2014년 12월 충북 진천에서 시작해 전국 8개 시도 37개 시군으로 확산됐죠. 정부의 가축 이동 제한 조치로 경매에 나온 돼지 수 자체가 적었던 겁니다. 이 가축 이동 제한은 다음날인 5월 22일 해제됐습니다.

가격 변동이 잦은 건 돼지고기가 경매 방식으로 유통되기 때문입니다. 수요에 비해 당일 마릿수가 적으면 가격이 올라가는 구조인 셈이죠.
 24일 오전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확진된 경기도 김포시 통진읍 한 양돈농장에서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돼지들을 살처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4일 오전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확진된 경기도 김포시 통진읍 한 양돈농장에서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돼지들을 살처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FACTCHECK 3. 살처분 돼지 많나요?
2019년 9월 22일 기준으로 모두 1만5333마리가 살처분됐습니다. 경기도 방역당국이 9월 17~18일 이틀 동안 파주, 연천 일대 7개 농장에서 살처분한 돼지 수입니다.

ASF는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질병입니다. 경기도는 농림축산식품부 지침에 따라 파주, 연천, 동두천, 포천, 김포 등 5개 '중점방역지역'을 강도 높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9월 23일에는 한강 이남으로 확산되기에 이릅니다. 경기 김포시 통진읍의 한 양돈 농장에서 ASF 확진 판정이 내려졌죠.
사실 지금까지 살처분된 돼지 수는 국내 전체 개체 수에 비하면 비중이 그리 크지 않습니다. 2019년 1분기 기준 전국 돼지 1120만마리의 0.14%에 불과하죠. 살처분된 돼지 개체 수가 경락가에 영향을 미쳤으리라고 보기는 어려운 수준입니다.

다만 23일 3차, 24일 4차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잇따라 번지는 시점입니다. 향후 전염이 더 확인될 경우 살처분은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추가 가격 상승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2019년 9월 19일 오후 서울 가락몰 내 돼지고기 등 축산 판매장 전경. 사진=연합뉴스
2019년 9월 19일 오후 서울 가락몰 내 돼지고기 등 축산 판매장 전경. 사진=연합뉴스
FACTCHECK 4 . 한국만 돼지가격 올랐나요?
국내 돼지 가격 인상엔 다른 요인도 있습니다.

첫 번째는 중국에서 발병한 ASF의 여파입니다. 한국 뿐만 아니라 중국에도 ASF가 2019년 한 해동안 수시로 발병하고 있습니다. 중국에 돼지고기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죠.


뉴스래빗 홈페이지에서 인터랙티브 지도 확인
중국 시장이 전 세계 돼지고기 수요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만큼 국제 돼지고기 가격도 덩달아 오르는 추세입니다. 실제로 한국 돼지고기 경락가도 2019년 들어 계속 오르는 중입니다.

두 번째로 발병에 따른 도·소매상의 불안감이 반영됐기 때문입니다. ASF 발병으로 가격 상승을 예상한 도매상이 물량을 내놓지 않고, 소매상은 다급하게 수급에 나선 상황이 가격에 반영됐습니다.

하지만 발병에 따른 살처분 자체가 돼지고기 가격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쳤다고 보긴 아직 어렵습니다. 지금까지 폭등한 돼지고기 가격은 오히려 시장 불안감의 표출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살처분 수효가 늘어나지 않도록 정부가 앞장서서 철저히 관리하고 농가와 소비자를 안심시키는 게 급선무입니다.

초기 방역이 급선무입니다. 농식품부는 "축산농가 및 축산관계자들께 농장 및 시설에 철저한 방역을 해달라고 다시 요청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이상징후가 의심되는 돼지를 발견하면 신속하게 국번없이 1588-9060 / 1588-4060 로 신고하세요 !.!
[팩트체크] 단 60원 남았다… '아프리카 열병' 돼지 역대 최고가 턱밑
책임= 김민성, 연구= 강종구, 박진우 한경닷컴 기자 jongg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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