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소행성 탐지 전용 적외선 망원경 추진
소행성 놓치고 놀란 NASA '외양간' 고친다
지난 7월 축구장만 한 소행성이 지구로 다가오는 것을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근접해 지나가기 직전에야 알고 적지않이 당황한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지구근접 천체(NEO) 탐색 전용 적외선 우주 망원경을 본격 추진키로 했다.

23일 '사이언스 매거진' 등 과학전문 매체들에 따르면 NASA 과학담당 책임자인 토마스 주부큰 부국장은 이날 행성과학자문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NEO 탐색 적외선 망원경을 2020년대 중반께 발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NEO탐색 적외선 망원경은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가 이미 15년 전에 '네오캠(NEOCam)'이라는 개념으로 처음 제시했지만, 지금까지 5억~6억달러에 달하는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아 추진되지 못했다.

과학의 틀 속에서 지구방어를 목적으로 한 네오캠을 다루다 보니 예산 우선순위에서 늘 밀릴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지적됐다.

주부큰 부국장은 이와 관련 "이 일을 맡으면서 범한 큰 실책 중의 하나"라고 인정하면서 NEO 감시 임무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NASA는 지구방어 예산으로 이번 회계연도에도 1억5천만 달러를 편성해 놓고 있으나 대부분이 2021년에 발사돼 소행성 궤도를 조정하는 실험을 하게 될 '다트(DART)'에 집중적으로 투입되고 있다.

NASA가 적외선 망원경 추진 계획을 발표했지만, 예산권을 쥔 의회가 이를 승인하고 추가 예산을 배정할지는 아직 불투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의회는 지난 2005년에 통과시킨 법을 통해 NASA에 2020년까지 지구에 충돌할 위험이 있는 지름 140m 이상의 소행성과 혜성을 90%까지 파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현재 파악된 위험 소행성과 혜성은 약 30%밖에 안 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 시한을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게 됐다.

그러나 미국 과학·공학·의학 아카데미(NASEM)는 최근 한 보고서에서 적외선 망원경이 배치되고 칠레에 건설 중인 대형 시놉틱 관측 망원경(LSST)이 배치되면 이를 현실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소행성 놓치고 놀란 NASA '외양간' 고친다
가시광에 노출된 소행성뿐만 아니라 우주의 어둠 속에 숨어있는 검은 소행성까지 탐지하려면 적외선 망원경이 필수적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이용되는 적외선 우주망원경은 천체물리학 관측을 위해 발사된 '광역적외선관측탐사선(WISE)'을 2013년부터 NEO 탐색용으로 재활용한 것이다.

지금까지 수만개의 소행성을 찾아냈으며 이 중 135개는 지구 가까이 지나가 나름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소행성 탐색을 목적으로 개발된 것이 아니라 기능에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수명도 거의 다해 새로운 적외선 우주망원경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는 목소리가 높아져 왔다.

새 적외선 망원경은 15년 가까이 구상하고 다듬어온 네오캠을 기반으로 추진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소행성 놓치고 놀란 NASA '외양간' 고친다
네오캠은 지구와 태양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라그랑주 점(L1)에 자리를 잡아 NEO WISE가 위치한 곳보다 온도가 훨씬 낮은 곳에 있는 것으로 구상돼 있다.

이는 적외선 망원경의 성능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냉각제인 극저온 액체가 필요치 않아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부큰 부국장은 새 적외선 망원경의 기본 설계수명이 5년으로 10년까지 연장될 수 있는 것으로 밝히면서, 현재 30%에 불과한 위험 NEO 파악률을 5년 이내에 65%, 10년 안에 90%까지 달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행성 과학자 리처드 빈젤 박사는 스페이스닷컴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우리는 소행성에 대처하는 데 있어 마침내 운이 아닌 지식에 의존하게 됐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