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대책위 꾸려 진상 규명 촉구…"국정원 관련자 고발"
"국정원, 정보원 동원 민간인 사찰 여전…전면 개혁해야"
국가정보원이 최근까지 '정보원'을 통해 민간인 동향 등을 파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시민단체들이 사건 진상을 규명하고 국정원 전면 개혁을 촉구했다.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 모임 등으로 구성된 '국정원감시네트워크'와 '국가정보원 프락치 공작 사건 대책위원회'는 24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정보원 '프락치' 공작 사건 진상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정원감시네트워크는 2014년 10월부터 올해 8월까지 약 5년 동안 국정원의 정보원으로 활동했다고 밝힌 A씨의 진술을 세 차례 듣고 정리한 보고서에서 "국정원은 학생운동 전력이 있는 A씨를 통해 광범위한 민간인 사찰을 해왔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정원은 녹음기와 특정 애플리케이션(앱)이 설치된 태블릿 PC를 A씨에게 제공했고, A씨는 회원 1천500여명이 활동하는 한 시민단체에 가입해 운영진으로 활동하면서 모든 모임과 개인 대화 등을 녹음해 국정원에 제공했다.

A씨는 녹음한 파일을 넘겨줄 때마다 국정원 경기지부에 가서 진술서를 작성했다고 한다.

약 100회 이상 진술서를 작성하면서 '국정원이 미리 메모해 온 대로', '사실과 다르게 허위로' 작성했다는 게 A씨 설명이다.

A씨가 그간 정보·동향을 국정원에 보고한 사람은 50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감시네트워크는 "국정원은 '프락치 활동' 대가로 한 달에 200만원, 허위 진술서를 작성할 때마다 50만∼80만원을 추가 지급했다"면서 "이번 사건은 국정원법상 직권남용죄, 국가보안법상 무고·날조 죄 등에 해당한다"며 위법성을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A씨가 직접 참석해 입장을 밝혔다.

"국정원, 정보원 동원 민간인 사찰 여전…전면 개혁해야"
마스크에 모자를 쓴 A씨는 "국가 권력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해서는 안 될 행위를 했다.

경제적 예속 관계가 이어졌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들(국정원)이 준 녹음기를 들고 동료였던 사람들, 예전 선후배를 만나러 갔다"고 털어놨다.

A씨는 "5년 가까이 일을 하면서 마음이 무거웠고 매일 무서웠다.

어떻게 국가 권력이 나를 포함한 다른 개인의 삶을 5년간 빼앗을 수 있느냐"며 "다시는 한국 사회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활동을 하고 싶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국정원감시네트워크와 대책위 측은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국정원을 대대적으로 개혁하겠다고 여러 차례 약속해왔지만, 임기가 반환점에 이른 지금까지 진전이 없다"면서 "국정원의 DNA는 변한 게 없다"고 규탄했다.

이들 단체는 "국정원은 이번 사건을 상시 업무인 '대공 수사'라고 주장하지만, 민간인 사찰과 증거조작은 뗄 수 없는 관계"라면서 "국회는 국정감사, 국정조사를 통해 이번 사건의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정보기관은 오로지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국정원 개혁을 더는 미룰 수 없다"며 "대공 수사권 폐지 등 국정원법 전면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피해자들을 위한 법률 지원단을 구성하고 국정원 관련자들을 고발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A씨 외에도 불법 정보 활동을 벌여온 이들이 양심선언을 할 수 있도록 신고센터도 준비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