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경택 감독 "나라 지키려 목숨 바친 학도병들 잊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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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장사리:잊혀진 영웅들'
연출한 곽경택 감독
6·25 장사상륙작전에 투입된
학도병들의 숭고한 희생 그려
반공 아닌 反戰 메시지 전해
연출한 곽경택 감독
6·25 장사상륙작전에 투입된
학도병들의 숭고한 희생 그려
반공 아닌 反戰 메시지 전해
“반공이 아니라 반전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원래 시나리오에서 북한 군인을 ‘악의 축’처럼 묘사한 대목을 들어내고 동족상잔의 비극을 강조했습니다. 한 명의 영웅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함께 이룬 업적임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25일 개봉하는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을 연출한 곽경택 감독(53)은 “사회적인 갈등으로 힘든 시대지만, 우리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희생한 분들을 잊지 말아야겠다는 의미를 영화에 담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총제작비 160억원을 투입한 이 영화는 6·25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평균 17세의 학도병들을 주축으로 772명의 유격대를 동해안에 하루 먼저 상륙시켜 절반 정도 살아남은 실화를 다룬다. 2001년 영화 ‘친구’(818만 명)로 유명해진 곽 감독은 최근에도 흥행작 ‘극비수사’의 각본 및 연출, ‘암수살인’ 각본 및 제작 총지휘로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영화는 장사상륙작전에 투입된 학도병들의 다양한 사연을 들춰낸다. 북한 출신인 남한 학도병, 남한 경기고 학생이지만 강제로 북한군으로 편입된 인물, 오빠가 가문을 잇도록 대신 군복을 입은 여학생, 친구 따라 얼떨결에 입대한 학생 등이다. 전투 장면들은 한쪽의 일방적인 승전이 아니라 남북한 군인들이 서로 죽고 죽이는 아귀지옥으로 묘사된다.
“부친이 이북 출신(평안남도 진남포)이라 6·25전쟁 당시 한국군과 북한군을 흑백논리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영화 속 성필(최민호 분)이 사촌을 적으로 만나는 장면이 전혀 억지스러운 설정이 아닙니다. 전장에서 선생과 친척을 적으로 만난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그는 극중 악인이라면 학도병들을 단 2주 동안 훈련시키고 총알받이로 내몬 ‘어른들’이라고 했다. “국군 지휘관(명계남 분)을 밉상으로 그렸어요. 아무런 정보도, 준비도 없이 전쟁에 대처한 이승만 정권을 대변하는 인물이죠.” 그럼에도 학도병들은 ‘나라가 없이 나도 없다’는 순수한 애국심으로 고귀한 목숨을 기꺼이 내던진다. “장사상륙작전은 수많은 학도병을 숨지게 한 작전 실패로 규정돼 유격대 리더 이명준 대위(김명민 분)가 문책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맥아더 장군이 그들의 공을 치하하는 편지를 보내와 명예를 회복했습니다. 영덕 해변가에는 장사리 작전을 기리는 조형물이 세워졌고, 최근 박물관도 건립돼 임시 개관했습니다.”
이 영화는 곽 감독과 김태훈 감독의 공동 연출작이다. 곽 감독이 드라마 부문을, 김 감독은 전쟁 액션의 컴퓨터그래픽(CG)을 맡았다. 곽 감독이 참여한 ‘극비수사’와 ‘암수살인’도 공동 작업으로 성공을 거뒀다. “공동 작업을 하면 속도가 빠른 게 최대 장점이죠. 이 영화도 3개월 만에 촬영을 끝냈어요. 분업 체제를 잘 확립하는 게 관건입니다.”
그는 영화계에서 ‘장수 감독’으로 꼽힌다. 비결은 뭘까. “시나리오를 써서 공감을 얻기 때문일 겁니다. 뉴욕대 영화과를 다닐 때 글쓰기(시나리오) 수업을 많이 받은 이유를 나이가 들면서 깨닫고 있습니다. 잘못된 부분을 가차 없이 지적받았던 수업으로 무시무시했죠. 상처를 많이 받았지만 빨리 치유하는 법도 배웠습니다.”
곽 감독은 감독 지망생들에게도 끊임없이 시나리오를 쓸 것을 권했다. 그는 “소설이나 다큐멘터리 등을 접하면서 영화화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계속 적어야 한다”며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을 때 제대로 된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곽 감독의 여동생인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는 지난 5월 칸 황금종려상을 받은 ‘기생충’ 제작자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동생의 장점은 경청하는 습관입니다. 어릴 때부터 가족이 매일 아침 식사를 함께하면서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줬습니다. 타인을 경청하는 태도는 개인이 성장하는 데 중요한 자질인 듯싶습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총제작비 160억원을 투입한 이 영화는 6·25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평균 17세의 학도병들을 주축으로 772명의 유격대를 동해안에 하루 먼저 상륙시켜 절반 정도 살아남은 실화를 다룬다. 2001년 영화 ‘친구’(818만 명)로 유명해진 곽 감독은 최근에도 흥행작 ‘극비수사’의 각본 및 연출, ‘암수살인’ 각본 및 제작 총지휘로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영화는 장사상륙작전에 투입된 학도병들의 다양한 사연을 들춰낸다. 북한 출신인 남한 학도병, 남한 경기고 학생이지만 강제로 북한군으로 편입된 인물, 오빠가 가문을 잇도록 대신 군복을 입은 여학생, 친구 따라 얼떨결에 입대한 학생 등이다. 전투 장면들은 한쪽의 일방적인 승전이 아니라 남북한 군인들이 서로 죽고 죽이는 아귀지옥으로 묘사된다.
“부친이 이북 출신(평안남도 진남포)이라 6·25전쟁 당시 한국군과 북한군을 흑백논리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영화 속 성필(최민호 분)이 사촌을 적으로 만나는 장면이 전혀 억지스러운 설정이 아닙니다. 전장에서 선생과 친척을 적으로 만난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그는 극중 악인이라면 학도병들을 단 2주 동안 훈련시키고 총알받이로 내몬 ‘어른들’이라고 했다. “국군 지휘관(명계남 분)을 밉상으로 그렸어요. 아무런 정보도, 준비도 없이 전쟁에 대처한 이승만 정권을 대변하는 인물이죠.” 그럼에도 학도병들은 ‘나라가 없이 나도 없다’는 순수한 애국심으로 고귀한 목숨을 기꺼이 내던진다. “장사상륙작전은 수많은 학도병을 숨지게 한 작전 실패로 규정돼 유격대 리더 이명준 대위(김명민 분)가 문책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맥아더 장군이 그들의 공을 치하하는 편지를 보내와 명예를 회복했습니다. 영덕 해변가에는 장사리 작전을 기리는 조형물이 세워졌고, 최근 박물관도 건립돼 임시 개관했습니다.”
이 영화는 곽 감독과 김태훈 감독의 공동 연출작이다. 곽 감독이 드라마 부문을, 김 감독은 전쟁 액션의 컴퓨터그래픽(CG)을 맡았다. 곽 감독이 참여한 ‘극비수사’와 ‘암수살인’도 공동 작업으로 성공을 거뒀다. “공동 작업을 하면 속도가 빠른 게 최대 장점이죠. 이 영화도 3개월 만에 촬영을 끝냈어요. 분업 체제를 잘 확립하는 게 관건입니다.”
그는 영화계에서 ‘장수 감독’으로 꼽힌다. 비결은 뭘까. “시나리오를 써서 공감을 얻기 때문일 겁니다. 뉴욕대 영화과를 다닐 때 글쓰기(시나리오) 수업을 많이 받은 이유를 나이가 들면서 깨닫고 있습니다. 잘못된 부분을 가차 없이 지적받았던 수업으로 무시무시했죠. 상처를 많이 받았지만 빨리 치유하는 법도 배웠습니다.”
곽 감독은 감독 지망생들에게도 끊임없이 시나리오를 쓸 것을 권했다. 그는 “소설이나 다큐멘터리 등을 접하면서 영화화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계속 적어야 한다”며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을 때 제대로 된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곽 감독의 여동생인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는 지난 5월 칸 황금종려상을 받은 ‘기생충’ 제작자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동생의 장점은 경청하는 습관입니다. 어릴 때부터 가족이 매일 아침 식사를 함께하면서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줬습니다. 타인을 경청하는 태도는 개인이 성장하는 데 중요한 자질인 듯싶습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