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저커버그' 에번 스피걸 첫 방한…삼성전자 경영진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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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냅챗-삼성 협업하나
스피걸, 30일 삼성 수원사업장 방문
협력 방안 논의하고 강연까지
스피걸, 30일 삼성 수원사업장 방문
협력 방안 논의하고 강연까지
글로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스냅챗(Snapchat)의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에번 스피걸에 대해선 ‘기업가’라기보다는 ‘유명인(celebrity)’이란 평가가 우세했다. 2017년 3월 스냅챗 상장(뉴욕증시)으로 ‘세계에서 가장 어린(1990년생) 억만장자’라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기 때문이다. 호주 출신 톱 모델 미란다 커와의 결혼으로 파파라치의 단골 표적이 된 영향도 컸다. 선택의 순간에 스태프들의 조언은 무시하고 독단적인 결정을 내리는 경영 스타일도 스피걸에 대한 좋지 않은 평가의 원인이 됐다. 미국 유력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로부터는 ‘황제적인(imperious) 경영자’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악동’ 이미지가 강하던 스피걸이 ‘혁신의 아이콘’으로 바뀌기 시작한 건 지난해 10월부터다. 스냅챗에 나오는 광고를 늘린 그의 결정 탓에 이용자가 뚝뚝 떨어져나간 게 계기가 됐다. 그는 “빠른 소통을 가능케 한다는 우리의 핵심 가치를 저버린 결정이었고, 가장 큰 실수였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더 나은 방법을 찾아내고 내년엔 수익 개선에 더욱 힘쓸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리고 약 1년, 스냅챗은 증강현실(AR) 카메라 등 새로운 기능을 대거 쏟아내며 다시 이용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하루 사용자가 1억8000만 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다. 주가도 저점 대비 두 배 수준으로 올랐다.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찾아 강연
실리콘밸리의 젊은 혁신가로 자리매김한 스피걸이 이달 말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다. 목적지는 삼성전자다. ‘혁신’에 목말라 있는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의 강력한 마켓 파워를 이용하고 싶어 하는 스냅챗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스피걸은 오는 30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등을 방문해 고동진 IM(정보기술&모바일)부문 사장 등 삼성전자 최고경영진을 만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임직원을 대상으로 ‘혁신’을 주제로 한 강연도 예정돼 있다. 대중 앞에 나서기를 꺼리는 것으로 알려진 그의 스타일을 감안할 때 상당히 ‘파격적’인 결정이란 평가다.
삼성전자 방문은 스피걸 쪽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스피걸은 삼성전자의 성장 과정과 성공 비결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이 그동안 쌓아온 ‘실리콘밸리 네트워크’도 빛을 발했다는 후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 등 글로벌 ‘빅샷’들과 폭넓은 인맥을 쌓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스냅챗 혁신에 관심 많은 삼성전자
삼성전자 경영진과 스피걸의 회동은 양측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성사됐다.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2011년 시장에 선을 보인 이후 10년도 안 돼 ‘제2의 페이스북’, ‘페이스북을 대체할 만한 SNS’로 꼽히는 스냅챗의 ‘혁신’ 과정에 대해 들어볼 기회를 얻게 됐다.
스냅챗은 출시 이후 기존 형식을 파괴한 ‘혁신적인 메신저’라는 평가를 들으며 기업 규모를 키워왔다.
수신 이후 10초 만에 저절로 사라지는 ‘휘발성 메시지’가 대표적이다. 스피걸은 “사진이나 메시지가 기록된다는 점 때문에 페이스북 등에선 솔직하지 않은 의사소통이 이뤄졌다”며 새로운 서비스로 페이스북에 지친 미국 10~20대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현재 스냅챗은 미국 20대 이하 90% 이상이 가장 즐겨 쓰는 메신저로 꼽힌다.
스냅챗이 글로벌 정보기술(IT) 트렌드의 선두에 서 있다는 점도 삼성전자와 이 부회장이 스피걸을 만날 만한 충분한 이유가 된다는 설명이다. 이용자 얼굴 사진을 아기 사진처럼 바꿔주거나, 남녀 성별이 바뀐 얼굴 모습을 보여주는 스냅챗의 ‘AR 필터’ 기능은 전 세계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자)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5월부터 방탄소년단 등 수많은 연예인이 스냅챗의 ‘아기 사진’ 필터로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큰 관심을 받았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가장 큰 고민은 삼성전자의 혁신이 예상보다 더디다는 점”이라며 “스피걸의 경력과 성과는 이 부회장과 삼성전자 임직원들의 호기심을 끌어내기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냅챗 “삼성전자 성장 비결 궁금해”
스냅챗으로서도 삼성전자와의 협업은 필수적이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스마트폰시장에서 1위(지난 2분기 점유율 22.3%)를 지키고 있다. 모바일 메신저가 주력사업인 스피걸로선 삼성전자는 ‘놓쳐서는 안 되는’ 중요한 플랫폼 파트너다.
최근 스냅챗이 야심차게 내놓은 ‘3D(3차원) 셀프카메라’ 기능이 애플 아이폰에서만 구동하는 것도 이번 방한에서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유독 아시아 시장에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스냅챗의 포트폴리오에 대해 스피걸이 조언을 들을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냅챗은 중국에 지사를 두고 있지만 그 외 아시아 지역엔 사무소가 없다.
일각에서는 두 회사의 협업이 성과를 내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페이스북 창업자인 저커버그도 2013년 이후 두 차례 삼성전자 서초사옥을 방문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수뇌부와 만나 협업 방안을 논의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 임직원들이 만나 협업에 대해 논의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악동’ 이미지가 강하던 스피걸이 ‘혁신의 아이콘’으로 바뀌기 시작한 건 지난해 10월부터다. 스냅챗에 나오는 광고를 늘린 그의 결정 탓에 이용자가 뚝뚝 떨어져나간 게 계기가 됐다. 그는 “빠른 소통을 가능케 한다는 우리의 핵심 가치를 저버린 결정이었고, 가장 큰 실수였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더 나은 방법을 찾아내고 내년엔 수익 개선에 더욱 힘쓸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리고 약 1년, 스냅챗은 증강현실(AR) 카메라 등 새로운 기능을 대거 쏟아내며 다시 이용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하루 사용자가 1억8000만 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다. 주가도 저점 대비 두 배 수준으로 올랐다.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찾아 강연
실리콘밸리의 젊은 혁신가로 자리매김한 스피걸이 이달 말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다. 목적지는 삼성전자다. ‘혁신’에 목말라 있는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의 강력한 마켓 파워를 이용하고 싶어 하는 스냅챗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스피걸은 오는 30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등을 방문해 고동진 IM(정보기술&모바일)부문 사장 등 삼성전자 최고경영진을 만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임직원을 대상으로 ‘혁신’을 주제로 한 강연도 예정돼 있다. 대중 앞에 나서기를 꺼리는 것으로 알려진 그의 스타일을 감안할 때 상당히 ‘파격적’인 결정이란 평가다.
삼성전자 방문은 스피걸 쪽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스피걸은 삼성전자의 성장 과정과 성공 비결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이 그동안 쌓아온 ‘실리콘밸리 네트워크’도 빛을 발했다는 후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 등 글로벌 ‘빅샷’들과 폭넓은 인맥을 쌓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스냅챗 혁신에 관심 많은 삼성전자
삼성전자 경영진과 스피걸의 회동은 양측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성사됐다.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2011년 시장에 선을 보인 이후 10년도 안 돼 ‘제2의 페이스북’, ‘페이스북을 대체할 만한 SNS’로 꼽히는 스냅챗의 ‘혁신’ 과정에 대해 들어볼 기회를 얻게 됐다.
스냅챗은 출시 이후 기존 형식을 파괴한 ‘혁신적인 메신저’라는 평가를 들으며 기업 규모를 키워왔다.
수신 이후 10초 만에 저절로 사라지는 ‘휘발성 메시지’가 대표적이다. 스피걸은 “사진이나 메시지가 기록된다는 점 때문에 페이스북 등에선 솔직하지 않은 의사소통이 이뤄졌다”며 새로운 서비스로 페이스북에 지친 미국 10~20대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현재 스냅챗은 미국 20대 이하 90% 이상이 가장 즐겨 쓰는 메신저로 꼽힌다.
스냅챗이 글로벌 정보기술(IT) 트렌드의 선두에 서 있다는 점도 삼성전자와 이 부회장이 스피걸을 만날 만한 충분한 이유가 된다는 설명이다. 이용자 얼굴 사진을 아기 사진처럼 바꿔주거나, 남녀 성별이 바뀐 얼굴 모습을 보여주는 스냅챗의 ‘AR 필터’ 기능은 전 세계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자)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5월부터 방탄소년단 등 수많은 연예인이 스냅챗의 ‘아기 사진’ 필터로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큰 관심을 받았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가장 큰 고민은 삼성전자의 혁신이 예상보다 더디다는 점”이라며 “스피걸의 경력과 성과는 이 부회장과 삼성전자 임직원들의 호기심을 끌어내기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냅챗 “삼성전자 성장 비결 궁금해”
스냅챗으로서도 삼성전자와의 협업은 필수적이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스마트폰시장에서 1위(지난 2분기 점유율 22.3%)를 지키고 있다. 모바일 메신저가 주력사업인 스피걸로선 삼성전자는 ‘놓쳐서는 안 되는’ 중요한 플랫폼 파트너다.
최근 스냅챗이 야심차게 내놓은 ‘3D(3차원) 셀프카메라’ 기능이 애플 아이폰에서만 구동하는 것도 이번 방한에서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유독 아시아 시장에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스냅챗의 포트폴리오에 대해 스피걸이 조언을 들을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냅챗은 중국에 지사를 두고 있지만 그 외 아시아 지역엔 사무소가 없다.
일각에서는 두 회사의 협업이 성과를 내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페이스북 창업자인 저커버그도 2013년 이후 두 차례 삼성전자 서초사옥을 방문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수뇌부와 만나 협업 방안을 논의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 임직원들이 만나 협업에 대해 논의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