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아침] 구레츠키 '슬픔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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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폴란드 현대 작곡가 헨리크 구레츠키(1933~2010)의 교향곡 3번(1976년 발표)은 ‘슬픔의 노래’라고 불린다. 소프라노 독창이 악장마다 삽입되는데, 1악장에는 폴란드판 성모의 애가(哀歌)가 흐르고, 2악장에는 나치 수용소 감방 벽에 새겨진 어느 소녀의 짧은 기도문, 3악장에는 전쟁터에서 죽었을 아들의 시신조차 찾을 수 없는 폴란드 시골 여인의 탄식을 노래에 담았기 때문이다.
악구에 약간의 변화만 줘 길게 반복하는 미니멀리즘을 적용한 곡으로, 50분 이상 느리고 단순하게 진행된다. 그런데 가사를 생각하면서 들으면 그 느린 반복이 지극한 감동으로 다가오고, 점차 슬픔을 통한 치유의 효과로 승화된다. 원래는 아우슈비츠의 비극을 위로하는 곡이었지만 인류 보편의 슬픔을 위로하는 듯하다.
덕분에 데이비드 진먼의 지휘로 소프라노 돈 업쇼가 노래하고 런던 신포니에타가 연주한 1991년 녹음은 현대음악으로는 이례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됐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