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지난해 공개한 수소전기 트럭의 실물 예상도.  /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공개한 수소전기 트럭의 실물 예상도. /현대차 제공
트럭의 어원은 도르래를 의미하는 라틴어인 ‘트로첼리아(trochlea)’에서 유래했다. 중세시대에는 ‘트로켈(trokell)’로 불렸고, 훗날 ‘풀리(pulley)’ 또는 작은 바퀴라는 뜻의 ‘트럭클(truckle)’로 바뀐 뒤 지금의 ‘트럭’으로 자리 잡았다.

‘트럭’이라는 단어가 처음 사용된 것은 1611년이다. 배 위에서 무거운 대포를 옮기기 위해 사용된 작고 강한 바퀴를 가리켰다. 그러다가 1711년 이후에는 무거운 짐을 옮기는 카트(cart)를 뜻하는 단어로 확장되며 차츰 무거운 물건을 옮기는 이동 수단이라는 의미로 인식됐다.

트럭도 '수소차 시대'
이후 옮기려는 물건이 점점 더 무거워지면서 더 큰 동력이 필요해졌다. 이런 가운데 1881년 더 큰 힘을 지닌 증기기관 세미 트레일러가 처음 등장했다. 프랑스 태생의 드 디옹 부통이 만들었는데, 이미 증기기관 왜건을 판매하던 때였다. 그러다가 1895년 칼 벤츠는 내연기관을 탑재한 현대적 개념의 트럭을 개발했고, 1896년 고틀리프 다임러가 또 다른 내연기관 트럭을 만들자 푸조와 르노 등 자동차 업체가 트럭 제조에 뛰어들었다.

비슷한 시기 미국에선 1899년까지 오토카가 5~8마력 엔진을 얹은 트럭을 제조했다. 이때까지 트럭의 연료는 디젤이 아니었지만, 벤츠가 1923년 디젤을 자동차에 적용하면서 점차 디젤로 바뀌었다. 이후 100년이 넘도록 트럭은 더 많은 짐을 싣고자 더 많은 디젤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지금도 마땅한 대체 동력 없이 디젤이 활용되는 것은 높은 힘을 대체할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디젤 트럭은 언제나 배출가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2014년 국립환경과학원이 내놓은 국가대기오염물질배출량에 따르면 도로 이동 수단 가운데 화물차의 배출량이 압도적으로 많다. 레저용차량(RV), 승합차, 승용차, 특수차 등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워낙 배출가스가 많다 보니 국가 예산을 들여 배출가스 저감 장치까지 지원하지만 화물은 산업 물류와 직결돼 있어 좀처럼 배출가스를 줄이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온라인 쇼핑 활성화로 물류가 늘어나는 만큼 앞으로 트럭의 미세먼지 비중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자 최근 트럭의 동력으로 수소를 사용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대형 트럭은 오가는 길이 정해진 경우가 많아 수소 동력으로 바꾸고 물류 거점에 충전소를 설치해 미세 먼지를 줄이자는 목소리다. 정부도 트럭과 같은 대형 상용차의 수소동력 전환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배경이다. 트럭의 배출가스를 잡을 때 미세 먼지 감소 효과가 강력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소는 디젤에 버금가는 큰 힘을 얻을 수 있는 점도 대안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지난 10일 국회에 수소충전소가 세워졌다. 서울 도심에 설치된 첫 번째 상업용 수소충전소로 공사에 착수한 지 불과 7개월 만에 문을 열었다. 시간당 5대, 하루 70대 이상의 수소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는 용량이다. 물론 도심 내 수소 승용차 확대를 위한 것이지만 이를 시작으로 시선을 물류 쪽으로 돌려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트럭의 배출가스를 줄이지 않으면 육상 수송 부문에서 그 어떤 미세먼지 감축 정책도 효과를 거둘 수 없기 때문이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