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다한 정부지원이 차별 초래…처음 몇년만 한국음식·언어 교육 지원해주면"
"'다문화'라는 굴레 씌우지 말았으면…'다르다' 알려줄뿐"
[다문화가구원100만] ④"물질적 지원보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큰 힘"
우리나라 다문화 가구원이 총인구(5천135만명)의 2%인 100만명을 넘어섰다.

인구 100명 중 2명은 다문화가족인 셈이다.

다문화 가족이 늘어나면서 일반 국민과 갈등과 마찰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그 과정에서 마음의 상처도 많이 받는다.

정부의 다문화 정책과 시민의식 향상으로 개선됐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대부분의 결혼이주여성은 물질적인 지원보다 따뜻한 마음의 응원을 원한다.

차별과 편견의 차가운 시선보다 격려와 용기를 북돋아 주는 말 한마디를 갈구한다.

아이들의 교육에도 관심이 높다.

한국에 뿌리를 잘 내려 살아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의 과다한 지원도 부담스럽다고 한다.

아이들이 크면서 정부 지원에 의존할까 봐 걱정이란다.

'다문화'라는 용어도 이제 사용하지 말자는 주장도 나온다.

오히려 차별을 조장하고 아이들이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한다.

[다문화가구원100만] ④"물질적 지원보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큰 힘"
다문화 가족의 목소리를 담았다.

◇ 캄보디아 출신 결혼이주여성 A(38)씨.
한국 사람은 동남아시아 사람을 무시하는 인종차별적 단어를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하는 것 같아요.

'가난한 나라 사람' 또는 '피부색이 다르다', '한국말이 서툴다' 등.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아요.

비록 캄보디아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으로 시집와 이제 한국의 며느리입니다.

아들(6)도 낳았고요.

남편·아들과 평생 한국에서 살아야 해요.

많은 것 바라지 않아요.

물질적 지원보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큰 힘이 되거든요.

따뜻한 마음으로 지켜봐 주세요.

◇ 러시아 출신 결혼이주여성 B(45)씨
다문화 가족에게 과다하게 지원하는 것도 좋지 않은 것 같아요.

한국 사람은 (혜택을) 받지 못하는데 다문화 가족만 받으면 그것이 오히려 차별을 가져올 수 있어요.

정착 초기 몇 년간만 지원해 주면 될 것 같아요.

가령 한국 음식 만들기와 한국어 등 정착에 꼭 필요한 것만이요.

이런 정책이 자녀들 교육에도 좋을 것 같아요.

아이들은 한국인으로 살아야 하는데 이것저것 지원받다 보면 의지를 하게 됩니다.

또 이런 지원이 친구들과의 차별을 가져올 수도 있어요.

한국인과 같이 차별 없이 똑같이 대우를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 러시아 엄마 둔 인천 모 중학교 2학년 김 모(15) 군
학교에서 선생님이 다문화 학생이라고 무언가를 챙겨주는 것이 오히려 부담스러워요.

친구들처럼 한국에서 태어났고 똑같이 초등학교, 중학교에 다니고 있거든요.

굳이 구별하지 않고 똑같이 취급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친구들은 나의 배경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어요.

그런데 어른들, 선생님들이 의식하는 바람에 '다문화 학생'이라는 이름표를 단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아요.

친구들처럼 편하게 대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 캄보디아 출신 부인과 12년째 사는 이모씨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되는 결혼이주여성은 정착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문화도 다르고 말도 통하지 않고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부부 및 고부간의 갈등도 생긴다.

그래서 같은 언어권에 있는 결혼이주여성 '초기 가정'과 10년 이상 된 '모범 가정'을 서로 연결해 주는 정책을 전개했으면 좋겠다.

같은 언어, 즉 같은 나라 가정끼리 자매결연 등을 맺어 도움을 주고받으면 빨리 정착할 수 있다.

부부 및 고부간의 갈등도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외국 여성을 이해하고 서로 다름을 인정할 준비만 되어 있다면 결혼 시기를 놓친 총각들의 국제결혼을 적극적으로 권장한다.

사는 데 큰 불편 없다.

슬하에 아들(12)과 딸(10)을 두고 있다.

◇ 중앙아시아 출신 동포 부인과 17년째 사는 강모씨
'다문화'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처음에는 좋은 의미로 쓰였으나 지금은 오히려 차별을 조장하는 경향이 있다.

동포 출신 부인을 만나 중학교 3학년과 초등학교 4학년 아이를 두고 있다.

생김새도 한국 아이들과 똑같다.

그런데 몇 년 전 둘째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더니 "아빠 내가 왜 다문화예요?"라고 물으며 의아해했다.

아이에게 '다문화라는 굴레'를 씌워 친구들과 구별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친구들에게 '너는 우리와 다르다'는 것을 알려주는 꼴이 됐다.

친구들과 어울려 생활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외국에는 '다문화'라는 용어 차체가 없다.

그냥 외국에서 와서 같이 사는구나! 정도로 받아들인다.

우리도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연합뉴스